인터뷰논평

‘디즈니 공주’ 보고 자란 여성들 향수 자극… 신기록 행진 ‘겨울왕국’ 인기 비결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2. 6. 09:36

‘디즈니 공주’ 보고 자란 여성들 향수 자극… 신기록 행진 ‘겨울왕국’ 인기 비결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작품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은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하며 가요계까지 뒤흔드는 모습이다. 도대체 ‘겨울왕국’의 어떠한 매력이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걸까.

◇‘겨울왕국’의 신기록 행진=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 누적 관객 수는 전날 기준 635만명에 달한다. ‘겨울왕국’은 ‘쿵푸팬더2’(2011)가 세운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성적(506만명), 뮤지컬 형식이 가미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레미제라블’(2012)의 기록(591만명) 등을 넘어섰다. 작품은 지난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매출(176억여원)을 올린 영화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은 덴마크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이다. 주변 사물을 얼려버리는 저주에 걸린 언니 엘사, 밝은 성격의 동생 안나의 이야기를 다뤘다. 궁전에서 도망친 엘사를 찾아 나선 안나의 모험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남녀간의 로맨스도 있지만 작품의 주된 내용은 자매가 보여주는 따뜻한 가족애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화려한 볼거리와 좋은 음악, 그리고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선 많이 다뤄지지 않은 자매간의 사랑을 비중 있게 녹여낸 게 대중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왕국 돌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국가는 40개국이 넘는다. 흥행 수익은 8억 달러를 돌파하며 디즈니 작품 중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가장 많이 본 관객층은 30대 여성”=맥스무비 영화연구소에 따르면 ‘겨울왕국’을 예매한 관객의 29%는 30대 여성이었다. 이어 30대 남성과 40대 남성(각각 18%), 40대 여성(17%), 20대 여성(9%) 순이었다. 특이한 건 30대의 성별(性別) 예매율 차이가 11% 포인트나 난다는 점이다. 디즈니 최근작들과 비교하면 이러한 예매 행태가 독특한 현상이란 걸 확인할 수 있다. 가령 디즈니 최근작인 ‘라푼젤’(2011) 예매자 중 30대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각각 25%, 20%로 차이는 5% 포인트에 불과했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겨울왕국’이 ‘인어공주’(1989) 같은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30대 여성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며 “30대 예매율이 성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여성들이 동성 친구끼리 이 작품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령대별 예매율이 과거 디즈니 작품보다 고른 편”이라며 “이는 ‘메가 히트’하는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음악도 돌풍…음원차트 ‘올킬’=‘겨울왕국’이 일으킨 열풍을 거론할 때 OST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OST 음반 타이틀곡인 ‘렛 잇 고(Let it Go)’는 멜론 엠넷 벅스뮤직 등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팝송이 국내 음원차트를 ‘올킬’한 건 ‘렛 잇 고’가 처음이다. 이 곡 외에도 ‘겨울왕국’ OST 음반에 수록된 노래 중 중 상당수가 차트 100위권에 진입한 상태다.

멜론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은 특정 팝송이 국내 음원차트 10위권에 진입한 적도 없었다”며 “‘겨울왕국’ OST가 좋다는 입소문, 여기에 특정 곡이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해당 노래를 찾아 듣게 되는 현상 등이 겹치면서 노래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음반은 해외 음악시장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겨울왕국’ OST는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 중이다. 애니메이션 OST가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건 ‘포카혼타스’(1995) 이후 19년 만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세련된 음악이 작품의 스토리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디즈니의 저력이 다시 터진 느낌”이라며 “‘겨울왕국’은 디즈니가 전통으로 회귀한, 본령으로 돌아간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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