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정수가 ‘인증샷’과 함께 디시인사이드 SBS 드라마 갤러리에 올린 인사말. |
ㆍ인기 척도로 부상, 연예인 인증 붐
#SBS 수목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소연. 지난달 26일 인터넷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검사 프린세스 갤러리’를 방문해 “여러분들 덕분에 요즘 행복하다”면서 애교넘치는 인사말을 남겼다. 이에 앞서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한정수와 최송현,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했던 최다니엘도 각각 해당 프로그램의 갤러리를 찾아 인사말과 직접 찍은 인증샷(자신임을 증명하는 사진)을 올려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MBC 월화드라마 <동이> 블로그를 운영 중인 맹민영씨는 디시인사이드의 ‘동이 갤러리’에 접속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날이 많다. 드라마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와 반응, 다양한 감상 등을 체크하기 위해 하루에 서너번씩은 접속한다. 맹씨는 “드라마를 홍보하고 다양한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큰 도움을 얻는다”며 “새로운 소식이나 화젯거리가 있을 때 디시갤러리에 올리는 것이 가장 빨리 퍼지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드라마 갤러리(이하 디시갤. 갤러리는 게시판의 일종)’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장르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와 이를 소비하는 시청자가 웹상에서 만나 빚어낸 문화형태로, 현재 디시갤은 드라마의 이름값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드라마 사회화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디시갤 사용자들이 특정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뿐 아니라 다양한 패러디와 리뷰, 응원송 등 재미있는 콘텐츠도 끊임없이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갤러리 게시물. |
이곳에서 생산된 콘텐츠가 웹상으로 퍼지는 속도도 광속급이다. 인터넷 연예기사 소스의 상당 부분이 디시갤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MBC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방송된 직후 디시갤에는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라’며 주인공의 키스신을 캡처한 게시물 수백건이 올라왔다. 이에 앞서 한 사용자는 ‘개취송’이라는 제목의 응원가를 만들어 올렸다.
한때 유행처럼 퍼진 드라마 주인공의 뇌구조 분석, 러브라인 분석 및 재구성, 가상 시나리오 등의 발원지는 모두 이곳이다. 방송에 대한 애정어린 질책과 연기에 대한 분석은 물론 촬영장을 직접 찾아 제작진에게 간식과 선물을 제공하는 ‘조공’이 디시갤 사용자들의 주된 임무다. 묻힐 뻔한 드라마를 이슈의 중심으로 끌어내는 경우도 많다. 디시갤에 힘입어 시청률이 높지 않은 드라마가 폐인·마니아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연출한 SBS 홍성창 PD는 “적극적인 애정을 가진 시청자들이 이슈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청자 게시판과 차별성을 지니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 <아이리스>와 맞붙어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이들의 응원 덕분에 사랑받고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얻었다”고 말했다.
연기자의 입장에서도 디시갤은 시청자들과의 중요한 소통·만남의 창구다. 최근 연기자들이 잇따라 디시갤을 방문해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무액터스 권성열 실장은 “팬카페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곳을 통해 팬들과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디시갤의 생산적인 콘텐츠들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분위기에도 기여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디시인사이드 박유진 뉴스팀장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나 연기자 매니지먼트사로부터 갤러리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을 많이 끌지만 갤러리 개설 및 운영은 전적으로 사용자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10년 전 디지털카메라 정보 제공으로 시작한 사이트지만, 이슈 재생산 창구로 변하면서 주제의 무게중심도 정치·사회·스포츠 등에서 최근 몇 년 새 드라마·엔터테인먼트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예전엔 디시갤이 B급 문화의 공론장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의 발원지가 되며 주류문화로 바뀌었다”면서 “파급력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정제되지 않은 원천소스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지속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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