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도쿄대 교수, 해외인기투표의 K팝 몰표에 한국 비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2. 1. 12:02

도쿄대 교수, 해외인기투표의 K팝 몰표에 한국 비판

  • 장상진 기자
  • 입력 : 2012.02.01 10:40 | 수정 : 2012.02.01 11:08

    2012런던올림픽 개막식 축하공연 가수를 선택하는 가상의 인기투표에서 한국 가수들이 대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일본 도쿄대학 교수가 유력 신문 기고문에서 이런 현상을 ‘몰래 마케팅’으로 규정하고 한국인들을 비판했다.

    1일 현재 해외 인기투표 전문 사이트 ‘더 톱 텐스’(The Top Tens)에서는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가수’(Singers You'd Like to Perform at the 2012 London Olympics Opening Ceremonies)라는 제목의 투표가 진행 중이다. 물론 실제 IOC나 런던올림픽 주최 측과는 관련이 없는, 순전히 재미를 위한 투표. 

     하츠네 미쿠 캐릭터.
    이 투표에서 1위를 기록 중인 인물은 일본의 사이버 가수 하츠네 미쿠(初音ミク·사진). 일본 야마하가 개발한 음성 합성 시스템에 크립튼 퓨처사(社)가 디자인한 캐릭터를 붙여 판매되는 동명(同名) 음악 소프트웨어의 주인공이다. PC로 멜로디와 가사를 입력하면 합성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주는 하츠네 미쿠는 미국에서 도요타의 광고 모델로 등장했고, 작년 7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쿠의 뒤로 한국의 수퍼주니어·빅뱅·신이 등이 2~4위에 올라 있고, 5위는 원디렉션, 6위가 소녀시대, 7위 맥플라이, 8위 저스틴 비버, 9위 레이디 가가, 10위 JYJ 순이다.

    이런 가운데 도쿄대학 사카무라 켄(坂村健) 교수는 29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비판했다. 

    그는 ‘시대의 바람: 미쿠와 스텔스마케팅(몰래 마케팅) - 상식의 재구축’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쿠를 ‘복사뼈까지 성장한 청록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큰 눈이 인상적인 소녀’라고 묘사하며 상세히 소개한 뒤, 미쿠가 1위가 된 이유가 한국 가수 몰표 현상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대학 사카무라 켄(坂村健) 교수. /출처=amc.geidai.ac.jp
    사카무라 교수는 해당 투표에 대해 “당연히 당초는 해외 저명 아티스트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한국 아티스트, 이른바 K-POP이 상위를 독점하게 되었다”며 “대부분의 (한국 가수) 이름이 구미(歐美)의 넷 유저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던 것 같고, ‘조직표’일 거라는 판단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세계 각국의 네티즌들이 한국 가수 몰표에 대한 반감을 갖고, ‘4chan’이라는 영어권 게시판 사이트에 모여 ‘밀어주기로 한’ 인물이 미쿠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작 일본인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르고 있으며, 자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인 ‘니찬네루’(2ch)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쿠는 자국 몰표를 받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카무라 교수는 한국 가수의 상위권 진입을 ‘스테마’(스텔스 마케팅의 줄임말)로 규정한 뒤, “투표 동기는 애국심에서, 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한국 가수들의 투표 상위 독점은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투표한 인물의 국적이 표시되지 않는 점도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가수에 투표한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인이라는 전제를 깐 것.

    그는 “새로운 시대의 바람 속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법제도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상식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사례가 누적되는 가운데 ‘스테마’에 대한 마음가짐과 ‘정의감의 균형’을 사회 차원에서 재구축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