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다발 이론(bundle theory)' '진주이론(pearl theory)'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1. 8. 17:38

[책과 지식] 얌전하던 이웃이 흉악범 돌변하는 까닭은 …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

브루스 후드 지음 

장호연 옮김, 중앙북스

516쪽, 1만8000원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유지태·이영애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로 유명해진 대사다. 그런데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 변화 탓만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열정이 식기도 하고 사랑받는 사람의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 영원 불변한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그리고 뇌 과학과 발달심리학, 인지심리학 등을 활용해 이를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브리스틀대 사회발달심리학 교수인 지은이는 흔히 '나'라고 일컬어지는 '자아'가 감각과 지각, 사고의 다발이 겹겹이 쌓여 형성되는 것이란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자아는 마음의 산물이고, 마음은 우리 뇌가 다른 뇌들과 어울리면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영국 계몽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다발 이론(bundle theory)'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자아가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어떤 특별한 개체이며 평생 동안 꾸준히 지속된다는 철학자 게일런 스트로슨의 '진주이론(pearl theory)'과 다르다.

 1966년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총기를 난사해 46명의 사상자를 냈던 찰스 휘트먼은 자살 노트에 “평소의 내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죽고 나면 부검을 해서 어떤 신체적 장애가 있는지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주변사람들이 “평소 착실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며 놀라는 흉악범에 관한 뉴스를 종종 접하지 않는가. '자아'는 변할 뿐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나의 편향·기억·인식·기호 모두 1000억 개의 뉴런 세포가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패턴이란 생각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개인이 평생 습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에 의해 인간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 통제하는 자아, 즉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에서다.

 그렇다고 딱딱한 것만 다룬 책은 아니다. 우리는 왜 싼 물건을 보면 흥분하는지, 집단에 속하면 어째서 과격해지는지 등 일상의 궁금증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게 정리돼 있다. 그 덕에 우리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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