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눈빛·표정의 아우라… ‘미친 존재감’으로 다가온 조연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1:36

눈빛·표정의 아우라… ‘미친 존재감’으로 다가온 조연들



조각미남, 절세미녀도 아니고 드라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인데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인식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들을 ‘미친 존재감’이라고 부른다. TV에 짧은 순간만 비춰도 사람들 뇌리에 강하게 남는 이 마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12일 종영한 MBC ‘동이’에서 궁녀로 나온 최나경씨는 ‘티벳여우’를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됐다. SBS ‘닥터챔프’의 엑스트라 차영아씨는 박지선을 닮은 외모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말이 특이한 외모로 인해 시선을 끈 경우만 뜻하지는 않는다. 조연이지만 깊은 내면 연기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배우들을 칭할 때 쓰는 말이다.

연기전문학원인 한국방송연극영화학원 관계자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는 대사에 에너지를 싣는 느낌이 있다. 호흡을 잡고 표정을 짓는 것부터 강렬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는데, 이들은 주연이 아니더라도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말했다.

배우 김갑수를 향한 팬덤은 ‘미친 존재감’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27일 MBC ‘즐거운 나의 집’에서 3분 동안 출연해 모윤희(황신혜)를 향해 “미쳤군” “죽어” 단 두 마디의 대사를 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연기력을 호평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는 이전 작 KBS 2TV ‘신데렐라 언니’ ‘추노’ 등에서도 죽는 역으로 드라마 중간에 빠졌지만,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성동일도 마찬가지다. KBS 2TV ‘도망자 플랜비’에서 일본 탐정 나까무라 황을 연기 중인 그는 전작 ‘추노’에서는 악당 천지호 역으로 비열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는 능청스런 무술감독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미친 존재감’은 한 배우가 가진 고유한 분위기인 아우라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진품이 내뿜는 기운을 뜻하는 아우라처럼, 성동일 김갑수와 같은 배우들은 어떤 역에서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반면 주연급 배우들은 언제나 잘나고 정의로운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서 본인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친 존재감’은 연기학적으로 대사 이외의 모든 비어언적인 요소를 동원하여 사상과 심상을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연극영화학의 용어 ‘셔레이드(Charade)’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도망자 플랜비’의 이인수 PD는 “추노에서 눈빛과 표정만으로 천민의 울분, 비열하지만 순수했던 인간성을 표현했던 성동일씨는 도망자에서는 기회주의적인 탐정 역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하고 있다. 수년간의 연기 경험에서 쌓아올린 내공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묵직한 존재감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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