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대한 오해와 대응법
드라마 ‘오징어 게임’ 그리고 ‘지옥’의 연이은 세계적 인기에 더욱 관심이 고조된 넷플릭스에 오해도 많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찬사가, 다른 한쪽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찬사 열차 행렬에 브레이크를 건다. 예컨대 넷플리스가 신선한 작품을 자유롭게 안정적으로 제작토록 한다는 주장에 맞서 모든 저작권을 가져가기에 종속화가 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비등하다.
물론 일본과 중국 시장이 각 혐한과 한한령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넷플릭스는 구제주와 같았다. 제작비도 없이 간접광고 협찬으로 메우라는 국내 송사 보다 훨씬 조건이 좋아 보였다. 불리한 조건의 방송사에 입장이 바뀌고, 거래처가 다변화되었다. 심의 우려가 없고 즉각 세계 각국에 동시 공개할 수 있으며 시즌제, 짧은 러닝 타임과 편집의 자유, 시청률 부담이 없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지만, 이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콘텐츠를 원하지 않는다. 가입자 가운데 10%가 보는 내용을 좋아한다. 이럴 때 강렬한 열망과 팬덤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에 장르성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 지상파에서 애초에 이런 시청자만 염두하고 드라마에 제작 지원 편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자극적 폭력적인 장면이 많으면 넷플릭스행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또한 지상파가 외면한 신선한 소재만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에 통하더라도 10%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또한 제작비가 많고 리스크가 크면 넷플릭스가 낫다. 안정적인 수익보장이라면 애써 넷플릭스에 갈 필요가 없다. 전혀 간섭을 안한다지만 화질은 매우 중시에 사전에 이를 꼼꼼하게 따지고 수정 작업을 수없이 시킨다.
다 알려졌듯이 추가 수익 배분은 물론 2차 저작권을 넷플릭스가 소유하기에 영화를 제작하거나 해외 리메이크로 진출할 수 없다. 드라마의 조회수나 시청 시간도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 수익 배분 요구 우려 때문이다. 음악 저작권의 경우, 넷플릭스의 재방마다 제작사가 저작권협회에 지불 해야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저작권료를 주지 않는다. 제작비를 국내 방송사 등에 비해 좀 더 주기에 바람직해 보이지만 제작비는 2010년 초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 즉 한국의 제작 물가를 올려놨기에 드라마 제작 구조는 양극화가 심해진다. 무엇보다 시즌2에 들어갈 때 동기부여가 안된다. 더구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시즌 2를 제작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반드시 황동혁 감독이 재연출을 맡게 되는 계약은 없다.
넷플릭스는 전폭적인 지원과 일사불란한 진행을 보여주지만, 의사결정이 한국에 비해 느리다. 제작 일정이 급한 드라마들은 넷플릭스보다는 국내 방송사가 낫다. 더구나 사전제작의 모순도 있다. 한국 드라마가 쪽대본의 오명을 쓰지만, 순발력이 빠르게 시청자의 취향와 욕구, 트렌드를 반영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모바일 문화속에서 강점이 된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드라마는 철저하게 사전 제작이기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어렵다. 넷플릭스 때문에 한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만약 계약 기간이 10년인 것처럼 모든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이 독점하면 제작사들이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선판매 계약을 맺고 제작비를 마련한 뒤에 만든 드라마를 국내 방송사업자에게 국내 방영권만 판매하는 방식은 적절하다. 선판매는 20-60%이지만, 오리지널 판매는 10-20% 밖에 안된다. 일본에서는 2차 저작물권을 제작사가 가진다. 시즌2부터는 인센티브도 있어야 한다. 또한, 디즈니 플러스처럼 수익 배분을 하려는 글로벌 OTT의 활용하고 방송사-플랫폼 사이의 합종연행도 필요하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제작사에 재투자할 수 있게 프랑스처럼 매출액의 20-25% 제작비로 지출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방송사와 OTT, 정부의 관련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글/김헌식(박사, 평론가, 한국사회문화정책연구소 소장)
*머니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