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중`장년 여성들은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야!' 라며 눈을 떼지 못하고, 그 배우자쯤 될 나이의 남성들은 '저걸 드라마라고….'고 하고, 20대와 30대 초반 사람들은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김수현 드라마에는 '말의 성찬'이 있을 뿐 '이야기'는 별로 없다. 뻔한 줄거리를 놓고, 시종 말싸움을 주고받는 식이다. 그렇다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어렵다. 사람살이라는 것이 그렇고 그렇게 시작하고, 시종 말싸움을 해대는 것이니까.
◇ 바람난 남녀 자주 등장
김수현 드라마에는 주요 플롯이 불륜이든 아니든 바람든 남녀가 자주 등장한다. '사랑과 야망'의 정자(추상미)나 '불꽃'의 이영애와 이경영도 그렇다. 가족 드라마로 각인된 '부모님 전상서'에서도 불륜은 주요한 플롯이었다. 문화 평론가 김원씨는 '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서 허준호-김희애 커플의 결별과 화해는 '내 남자의 여자' 못지 않게 선정적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요즘 방영중인 '내 남자의 여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불륜 드라마다.
한 중견 드라마 작가는 "작가는 모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천착하는 것 아닌가요? 웃기는 게 장기인 개그맨이 진지한 사극을 하지 않듯, 작가들은 누구나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다루고 싶어하지요."라고 했다.
방송작가 생활 20년이 넘은 또 다른 중견 작가는 "불륜이 엄연히 사회적 현상인 만큼 드라마 속 불륜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드라마 속 불륜이 진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설가 박경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불륜을 보라. 공식이 없다.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랑과 불륜이 등장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불륜은 천편일률적이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얼마 전 '김수현 드라마의 결론은 항상 갈등의 해결보다 봉합이다. 대충 화해하는 형식으로 종결짓는데 이는 김수현 드라마 속 인물이 현실에서 구성된 캐릭터가 아니라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김수현 드라마의 또 다른 특징은 결혼이 연애의 완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로맨스 영화들이 좌충우돌 연애를 거쳐 결혼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김수현 드라마는 시작부터 '키' 높이를 결혼이라는 고음에 두고 출발한다는 점이다. 물론 결혼이라는 출발이 '불륜'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불륜이 아니라 '생활 자체'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김수현의 작품 '사랑이 뭐 길래' '내 사랑 누굴까'는 불륜이 아니라 결혼 후 생활 속의 권태와 기쁨과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김수현은 결혼이 연애의 종결이며 행복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작가 김수현의 캐스팅 특징
이름난 탤런트들 중에도 김수현 드라마에 캐스팅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아는 사람은 많다. 그만큼 김수현 드라마에 캐스팅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 일단 김수현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번쯤 캐스팅 됐다가 다시 캐스팅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가 '걸러내기'에 해당한다. 워낙 촘촘하게 걸러내기 때문인지, 김수현 드라마에는 늘 캐스팅 되는 사람만 개스팅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른바 '김수현 사단'이라는 말은 여기서 생겨난 말이다. '김수현 사단'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어떤 배우는 '호오'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연출자는 '배역에 가장 적절한 인물 캐스팅'이라고 말한다.
김수현 드라마에는 '의리' 혹은 '목적의식'을 둔 캐스팅이 종종 있다는 게 주부 시청자들의 평가다. 김수현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라고 밝힌 이정화(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작가 김수현의 캐스팅 특징을 '걸려내기'와 '의리'라고 평가한다.
KBS 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 의 이태란, '완전한 사랑'의 홍석천 등은 드라마 캐스팅 직전 사회적 물의로 이슈에 올랐던 사람들이다. 웬만한 작가라면 피하고 싶은 인물이지만 김수현은 개의치 않았다.
김수현 드라마에 여러 차례 캐스팅 됐던 탤런트 故남성훈씨의 아들 남승민은 유독 김수현 작가의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2003년 SBS 드라마 '완전한 사랑' 2006년 '사랑과 야망', 2007년 '내 남자의 여자' 등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다. 사람을 챙기고 싶어하는 '김수현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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