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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리얼리티쇼나 페이크 다큐·페이크 패션에 이르기까지 페이크(fake,‘진짜 같은 가짜’를 가리키는 말)가 붙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페이크가 이 시대의 큰 흐름이 된 것.
최근에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첨단 트렌드로 주목을 받으면서 드라마나 CF 등에서 너도나도 ‘페이크 UCC’ 형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세요? 제가 또 참고 참으니까 참기름으로 보이세요? 썰렁하죠 부장님? 지구 온난화 때문에요. 시원하셨죠?”
이 같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CF는 기업 PR 광고로는 처음으로 UCC 기법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UCC는 비전문가가 촬영한 동영상인데, 이 광고는 핸드헬드 카메라·원샷 원컷 촬영 방식을 통해 비전문가가 찍은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른바 페이크 UCC 광고다.
이 광고를 제작한 상암커뮤니케이션스의 관계자는 “일단 UCC는 형식에서부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뿐 아니라 딱딱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고 진실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며 UCC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페이크 UCC의 경향은 지난 5월초 케이블TV채널 MTV에서 시작한 ‘오타쿠맨션’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났다. 드라마와 리얼리티쇼 성격이 섞여 복합 장르적인 성격을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페이크 UCC를 방영하는 듯한 형식을 취한다.
여기에는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오타쿠(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들이 유일하게 취미를 붙인 것이 바로 UCC동영상 제작. 어느날 이 동영상을 본 MTV PD가 그들이 만든 UCC를 중계할 것을 제안해온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출연자 3명이 실제로 함께 UCC를 제작하던 사람들이라는 점, 또 함께 아이디어를 내어 이야기를 꾸려간다는 점에서 완전 허구라고 할 수도 없다.
이같은 페이크 UCC에 대해 ‘오타쿠맨션’ 연출을 맡은 편잘박 PD는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묘사해 그들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서는 혼자 촬영이 가능한 UCC기법이 적당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이 실제 상황이냐 허구냐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사실을 조작하는 페이크 리얼리티쇼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면서 “풍자를 통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도매금 취급하는 것을 경계했다.
현재 페이크 UCC는 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위성DMB 등에까지 빠르게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페이크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선정성·상업성을 추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속았다’‘낚였다’는 허탈감을 주는 사례가 많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페이크 UCC는 ‘사용자제작물’이라는 UCC의 참여적 성격과 ‘상상을 통해 진실을 드러낸다.’는 페이크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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