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대주의자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 받은 '완장' 차고 한국 관객을 폄하하고 있다”
한 문화평론가가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영화 <시간>을 두고, 지난 7일 “이번 작품이 또 관객에게 외면당하면 한국에는 아예 영화를 팔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킨 김기덕 감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19일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진행 : 개그맨 노정렬, 낮 12시5분~1시30분)와의 인터뷰에서 “저예산 예술 영화를 외면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하지만 김기덕 감독이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김기덕 감독은, 외국에서는 자기를 항상 알아주는데 한국에서는 자신의 영화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응석’을 부린 셈”이라며 “해외에서 받은 ‘완장’ 차고, 그 기준으로 한국 관객을 평가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여성에 대한 지독한 가학심리와 혐오증이 배어있고, 여성을 남성의 자기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러한 ‘사도 마조히즘’의 영화적 변용은 서구 비평가들이 매우 좋아하는 심리적 소재”라고 밝혔다.
그리고 “김기덕 영화는 오리엔털리즘과 서구인들의 선호 기호를 예술이라는 명분으로 적절하게 결합시킨 영화일 뿐”이라며 “우리나라의 정서와 전혀 맞지 않으면서, 서구 비평가들의 입맛에 맞는 소재로 받은 해외 영화상을 ‘완장’처럼 차고 다니면서, 우리 관객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양성의 관점에서 김기덕 영화는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의 정서와 세계관에서 너무나 낯설고도 이질적인 영화를 자기 느낌대로 만들고, 관객을 탓하는 것은 나르시시즘과 문화적 독선이며, 그 뿌리에는 문화사대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알아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려면 차라리 외국에서 활동하는 게 낫다”며 “어차피 영화는 이 땅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과연 김기덕 영화는 우리네 사람들의 현실적 고민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해외를 통해 완장을 차고 와서 ‘꿇어’라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봉준호 감독은 이런 선례를 따라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정받기 투쟁을 하겠다는 열망은 눈물겹지만, 이는 열등감과 콤플렉스 그리고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문화사대주의를 부추기는 데에는, 국내 언론과 비평가들도 책임이 있다”며 “해외에서 인정받으면 곧바로 높여주는 문화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 영화상은 해외 비평가들이 인정하는 정해진 ‘도식’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에 주어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독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영화상 수상 자체보다, 수상과 상관 없이 얼마나 다양한 실험으로 다양한 세계를 대중의 정서에 맞게 담아내는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너리 쿼터제는 이 땅의 사람들이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다룬 독립, 다큐영화들이 무제한으로 대중들과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외 완장을 차고 와서 이 땅의 사람들의 삶과 무관한 것을 만들면서 대중을 혐오하는 영화에게 적용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기덕 감독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CBS 라디오 '뉴스야 놀자' 이진성PD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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