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공신이 잡스에게서 공부해야 할 것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0. 2. 15. 16:48

공신이 잡스에게서 공부해야 할 것

<김헌식 칼럼>밑도 끝도 없는 ´넌 할 수 있다´는 세뇌보다 중요한 것은김헌식 문화평론가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를 중퇴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세계 최첨단 디지털의 아이콘이다.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 두어야 했던 그의 몸 가치가 이제 70조원이라 진단도 있다. 한국에서는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공부 방법은 결국 천하대라는 명문대 입학에는 유리할 지 모르지만, 전혀 창조적인 능력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얼개라면 드라마 <공부의 신>이 배워야 할 것은 ‘학벌주의’가 아니라 창의력일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학벌이 아니라 창의력의 승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더 타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창조적 혁신가 불리는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을 강조한 바 있다. 즉 창의력의 원천이 인문학이라는 맥락 때문이다. 그가 종교적 식견도 높고 요가, 명상을 즐겨하기 때문에 그것이 창의력의 근간이라고도 한다. 스티브 잡스는 테크놀로지와 인문학은 분리가 아니라 융합되어야 한다고 했다. 애플사가 만들어 낸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창의적 인재 육성과는 관련 없는 입시교육의 최선두에 있는 <공부의 신>에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것은 인문학이나 격이 있는 교양 수업일 수 있겠다. 결국에 이러한 접근 방식도 결국 특정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연, 스티브 잡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뛰어난 결과물을 얻어내는 창의력만일까. 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삶에 대한 교환 불가능한 깨달음이다. 그는 인생은 유한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허비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 때문에 당연히 도그마에 빠지지 말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다른 이들의 삶을 살지 않고 도그마에 빠지지 않으니 창의성은 생겨난다. 하지만 문제는 창의성 자체가 아니라 창의성은 바로 초탈한 견딤에서 나오고 결국 빛을 발하는 점이다. 그것은 철저히 유한성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다.

 

그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소유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는 오히려 무(無)를 더 많이 소유했다. 그가 애플을 만들 때 그는 전혀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그것을 관철해냈다. 그가 애플사에서 쫓겨난 것도 마찬가지다. 그가 다시 복귀했어도 그에게는 언제나 무(無)의 개념이 강했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그것을 관철해내는 데도 한계를 갖게 된다.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다른 외부의 평가와 비난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는 실패와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떨쳐냈던가. 유한성은 흔히 생의 한계에서 비롯한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면 무엇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인생 고비마다 곧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인생은 죽음과 함께 존재하며 인생을 움직이는 추동력이 되고 창의력의 근간이 되며 창의력의 관철 되게 한다. 이는 둔감력이 매우 중요한 개념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인생을 유한성을 생각하니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의 유한성을 항상 생각하니 급할 것이 없이 자신의 일을 하며 그것을 오랜동안 추진할 수 있다. '인이불발(引而不發)' 즉 활시위를 당길 뿐 놓지 않을 뿐이다.

 

요컨대,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고 그것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둔감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생은 유한하고 한시라도 의미 있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의미의 추구가 바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는 다른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긴요한 것이다. 인문학은 단순히 문학과 역사, 철학이 아니다. 인문학이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죽음과 삶에서 출발한다. 인문학은 인간의 인생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름답고 좋은 말을 담아내는 것이 인문학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6년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생명 선고를 받았을 때도 “사망 선고는 외부의 기대, 자부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은 사라져버리게 했다. 내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라고 했다. 또한 "당신이 유한한 존재라는 점을 늘 생각하면 무엇인가 잃을 게 있다는 두려움을 곧 사라져버리고, 반드시 당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따르게 된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인간에게 필수적인 삶에 대한 겸손함이 창의력과 최첨단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한계에 겸손할 따른 이들을 포용하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며 집단적 창작물로 공존공생이 가능해진다.

 

김영민은 <공부론>애서 이렇게 적었다. "영리한 인간들은 공부조차 상품 대하며, 값없이 냉소하는 가운데 그 필요한 부분을 뽑아 먹는다. 그래서 공부를 '퀴즈화'해 벼락치기를 일삼는다." <공부의 신>에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이 통찰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획득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지위를 얻지 못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전제로 한다. <공부의 신>에서 이상적인 교사는 자아심리학적 치유의 관점에서 단순히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증폭한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의 삶과 생명의 유한성을 생각하며, 밑도 끝도 없이 '너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증폭이 아니라 결과물보다 의미를 추구하도록 한다. 그 의미추구 속에서 삶은 창의적으로 유쾌하고 성공도 이루어낸다. 김영민의 말대로 진실을 향해 유연하고 실제적으로 파고들뿐이다. 그럴 때 잡스는 진정한 창의성과 함께 공존공생의 길이 열린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