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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키에로 JYJ”…유럽서 K팝 첫 단독공연 통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10. 31. 09:19

“테 키에로 JYJ”…유럽서 K팝 첫 단독공연 통했다

한겨레 | 입력 2011.10.31 08:30




[한겨레] 스페인 공연에 3천명 모여


10대·20대 여성팬이 다수


J팝 팬들이 옮겨오는 추세


베를린 공연 하루만에 매진

지난 29일 밤(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내의 '포블레 에스파뇰' 공원. 스페인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양식 건축물들이 사방을 둘러싼 이 공원 광장에 제이와이제이(JYJ)의 첫 월드와이드 앨범 < 비기닝 > 타이틀곡 '엠프티'가 울려퍼졌다. 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전역에서 온 관객 3000여명이 한목소리로 후렴구를 따라불렀다. 제이와이제이가 무대에서 추는 춤을 똑같이 따라 추는 관객들도 많았다. 한국으로 치면 전통민속촌 격인 바르셀로나의 '포블레 에스파뇰'에선 이날 밤 뜨거운 케이팝(K-pop)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제이와이제이는 < 비기닝 > 에 수록된 '에이 걸' 등 영어 노래와 최근 발표한 스페셜 앨범 < 인 헤븐 > 에 수록된 '겟 아웃', '낙엽' 등 우리말 노래를 섞어 불렀다. 이들은 이전 월드투어에서 해온 무대를 바탕으로 하면서 스페인 최정상급 안무가 라파 멘테스의 퍼포먼스와 애크러배틱을 결합했다. 화려하고 선이 굵은 백댄서들의 동작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절도 있는 제이와이제이 멤버들의 동작이 조화를 이루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관객들은 시종일관 소리를 지르고 춤추고 박수치며 즐거워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계신 여러분들을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돼 행복합니다. 다음에 또 이곳을 찾아 두번째 약속을 지키게 되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이번이 마지막 곡입니다."

재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객들은 아쉬움의 탄성과 함께 "노! 노!"를 외쳤다. 먼 나라의 다른 피부색 관객들의 진심 어린 모습에 감격했는지 재중이 눈시울을 훔쳤다. 유천도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본공연 마지막 곡 '인 헤븐'을 부르자 관객들이 붉은 야광봉을 좌우로 흔들며 후렴구를 따라불렀다. "가지 마, 가지 마… 사랑해, 사랑해." 무대에 다시 오른 제이와이제이가 앙코르 곡까지 부르고 무대 막이 내린 뒤에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여운을 즐겼다.

이날 공연은 제이와이제이가 지금껏 벌여온 공연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유럽 내 케이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늠좌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케이팝 열풍의 주역인 한국 아이돌 가수가 유럽에서 단독공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에스엠타운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린 데 이어, 개별 그룹의 단독공연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사실은 유럽 내 한류의 실체를 증명하는 사례다.

관객 상당수는 유럽 현지의 10대 후반과 20대 초중반 여성들이었다. 유천의 팬클럽 '셰어링 유천'의 스페인지부 운영자 사라(27)는 "스페인 음악은 좀 심심하고 춤추기에 별로다. 케이팝을 처음 들었을 땐 미국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듣다 보니 케이팝만의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일본 드라마·애니메이션과 일본 대중음악 제이팝(J-pop)을 즐기다 케이팝을 접하고 빠져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까지 차로 3시간 거리인 사라고사에서 친구들 5명과 함께 온 마리암(17)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거기에 삽입된 동방신기 곡을 듣고 팬이 됐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온 셀린(26)은 "프랑스에 한류 팬이 1만5000명쯤 되는데, 제이팝 팬들이 케이팝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재중은 "한국, 일본 어느 나라를 가든 작은 곳부터 시작해왔다. 이번 공연도 유럽에서 하는 첫 무대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준수는 "동방신기로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땐 신인의 모습으로 작은 계단에서 노래하고, 장판 깔고 유선 마이크 줄을 넘어가며 댄스 곡도 하고 했다"며 "언젠가는 유럽에서도 1만석 이상의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제이와이제이는 스페인 공연에 이어 새달 6일 독일 베를린에서도 공연한다. 이 공연은 티켓 판매를 시작한 날 바로 매진됐다. 예매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예매자 가운데는 러시아 등 동유럽 관객도 많다고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전했다. 제이와이제이는 유럽 투어 뒤 12월 한달간 휴식을 취한 뒤 내년 월드와이드 2집 발매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바르셀로나/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