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WHY가 아니라 WHY의 방법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7. 20. 15:20

 

-류랑도의 첫 번째 질문


1950년대 어느 겨울날, 주한 미 8군은 유엔군 묘지 단장 사업에 참여할 한국 기업을 찾았다. 그런데 그 사업 미션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겨울에 묘지에 푸른 잔디를 깔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한 30대 젊은 기업가가 질문을 던졌다.

“왜 푸른 잔디를 깔아야 합니까?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자 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극비 방문하는데 유엔군 묘지를 방문할 텐데 이때 황량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이러한 말에 그 경영자는 “그렇다면 푸르른 모습만 보여주면 되지 꼭 잔디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그 기업가는 바로 수십 대의 트럭으로 밭에 있는 푸른 보리를 옮겨 심었다. 유엔군 묘지는 푸르른 빛을 띠었다. 그 젊은 경영자가 현대 그룹의 정주영 회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왜’라는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조직에서 구성원으로 있다 보면 실행에만 함몰된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가 왜요 라며 이유를 묻는 일이 많지만 성장하면서 이러한 WHY를 묻는 질문은 사라진다. 왜냐고 물으면 바보 취급을 당하기 때문이고 딴죽 거는 투덜이로 치부된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누구보다 이런 딴죽을 거는 투덜이들이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책은 남다른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은 모든 일의 시작을 WHY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관계없이 늘 가장 먼저 WHY부터 묻는데 그것이 곧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즉 첫 번째 질문으로 왜를 묻는 습관은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고 본다. ‘왜’ 보다는 ‘어떻게’를 질문하거나 질문하지 않고, 홀로 궁리하면 실패하기 알맞다고 말한다. WHY는 일의 목적 또는 이유라면 WHY질문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아가기 위한 질문이다. 일의 만족감, 기쁨, 행복은 WHY에서 비롯한다. WHY는 중요하다. 이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WHY에 접근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떻게 첫 번째 질문 WHY를 구사하라고 하는 것일까.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

우선 WHY에서 중요한 것은 도대체 왜를 ‘어떻게 물어보아야 하는가.’이다. 반항이나 불성실하게 묻거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완전한 문장 법칙이 중요하다. “이번 달부터 기획회의를 1주일에 한 번씩 합시다.” 라고 했을 때 “왜요?”나 “왜 그렇게 하죠?”라는 식의 짧고 불완전한 문장으로 되물으면 곤란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기획회의를 1주일에 한번으로 하신 데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돌직구가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국정 감사장에서나 더 효과적이다. 다음으로는 감정소통의 원칙을 주의해야 한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이 소통이 안 되면 합의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불신만 쌓인다. ‘왜요’라는 질문을 던질 때도 감정을 상하는 투로 던지면 분위기는 난망해진다. 또한 타이밍도 중요하다. 말허리를 자른다든지, 불쑥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지 않다. 전체적으로 듣고 나서 정리시간을 갖고 질문을 던져야 질문을 받는 이도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진짜 궁금한 것은 무엇이고, 그 질문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지 ‘왜’를 위한 질문을 던져서는 역효과가 난다. 마지막으로 솔직해야 한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내용도 물어야 한다. 쾌락, 권력, 명예, 부유함 등등 공식적인 석상에서 꺼려지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내용도 물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의 전제 조건

첫 번째 질문을 하기 전에 생각해야할 점들이 있다. 바로 추측을 바로 확신으로 믿어버리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만약 팀끼리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고 추측한다면 이를 검증해야 한다. 즉 왜 팀끼리 어울리지 못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일이 잘 안된다고 할 때 기획팀과 영업팀의 대립으로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여기면 추측이다. 왜 의견대립이 있는지 WHY 질문을 던져야 한다. 또한 WHY를 찾는데 질문이 필요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WHY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의문점에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질문을 통해 WHY에 접근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무조건 실행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처음에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무엇인가 무작정 행동하고 만들어 내려고만 하지 왜 그 일을 하는지, 간과하고 결국 무엇인가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왜를 제대로 알지 않으면 독일의 아이히만처럼 유태인 학살 기계가 되어 버린다. WHY를 생각하면 목적이 확실해져 막혔던 일도 풀리므로 일이 잘 안될 때는 WHY를 생각해야 한다.

 

WHY를 위한 3Cs 원칙

WHY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 바로 3Cs다. Task를 의미 있는 단어로 분절하고(Cut), 계속해서 질문한 뒤(Continue), 타인에게 확인하는(Confirm) 과정을 염두 해야 한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고 사장님이 기능성 운동화를 만들라고 했다.’라는 말의 어절을 나누는 것이 Cut은 아니다. ‘의미’의 최소단위로 나누는 것이 CUT이다. 왜 이번 회의에 나왔는지 왜 신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그 운동화가 기능성 운동화이어야 한다고 사장님이 말씀하셨는지, 왜 1주일 안에 기획안을 내야하는지 등 질문을 쪼개는 것을 말한다. Continue, 즉 WHY를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은 의문점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문제를 개선하는데 WHY를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노 다이이치는 5WH를 문제 해결 도구를 도입했는데, 이는 문제가 발생할 때 WHY를 다섯 번 던져 원인을 찾는 방식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 중구난방이 되기 때문에 저자는 4W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4W는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What)’ 네 가지를 말한다. 물어보는 사람은 5분 동안 바보가 되지만 묻지 않는 사람은 영원한 바보가 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Confirm, 즉 검증할수록 뚜렷해진다. 멘토가 필요한 것은 이런 검증과 확증을 위해서다. 조직 내에 이런 멘토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아니라 제 3자의 눈으로 점검을 받는 것은 미비한 점을 채워 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빠른 WHY를 위한 활용법

WHY를 더 빨리 할 수 있는 활용 방법도 있다. 1)WHY 질문에 Not을 붙여 생각하는 법, 2)If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설을 만드는 법, 2)WHY를 명료하게 정리하는 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왜 안돼?’(Why not?)는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왜 온라인일까’와 ‘왜 온라인은 안 될까?’를 비교해 계속 질문을 하면서 온라인 광고가 단기간에 매출액을 올리는 것이라는 WHY를 찾게 된다. ‘왜 안돼?’(Why not?)는 부정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 긍정의 차원에서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미국처럼 ‘왜 우리는 납품단가를 낮추어서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성공했다. 월마트는 이런 ‘왜 안돼?’(Why not?)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아 한국에서 퇴출되었다. 맥킨지식 사고법 가운데 제로베이스와 아울러 양대 축인 가설사고가 있다. 가설 사고는 단어 그대로 어떤 일이 있을 때 그에 대한 결론을 먼저 가설로 세워 보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제로베이스가 뒷받침되어야 IF사고가 가능하다. 가설을 세우면 큰 틀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상상력과 사고의 확장을 통해 한계를 벗어나게 된다. 예컨대 홍보에서 If 어플리케이션, If옥외간판, If 버스 등등의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역지사지 마인드도 가능한데, 이는 이랜드가 중국에서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 면에서는 ‘If 중국 공무원이라면’, ‘중국 백화점 관계자라면’, 소비자면에서는 ‘If 북방지역 소비자라면’, ‘남방지역 소비자라면’이라는 가설 사고를 세워 성공했다. 1968년 에드윈 로크(E.A. Locke)이 발표한 ‘목표설정이론’(goal setting theory)은 목표가 명확할수록 결과가 잘 나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를 세우게 되면 행동으로 옮길 확률이 떨어진다. WHY는 정확할수록 그 힘이 더 커지는데, 모든 일의 조감도라 할 수 있는 TO BE 이미지를 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명확하게 정리된 문장은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하며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지 명확하다. 무조건 짧게 정리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단어를 사용한다. 샤넬은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하는 편안한 옷을 만든다.’고 했으며, 클린턴 정부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사안을 정리해 성공했다.


실행의 성공을 위한 TO BE 이미지

질문의 3Cs를 거쳐 명료하게 정리를 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실행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실행 전에 해야 할 일은 바로 좋은 결과가 발현되었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일이 이루어진 상태를 그리는 것을 ‘TO BE’ 이미지라고 한다. 이는 조감도(鳥瞰圖)라고 하는데, 조감도는 새의 눈으로 전체를 보는 그림을 말한다. 특히 저자는 ‘TO DO’ 리스트와 헛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TO DO는 해야 할 일이다. 예컨대 영업력 강화, 신제품 출시일 단축, 신규 판매처 확보, 광고 및 홍보 다변화는 TO DO 리스트이고, 신제품 판매 20억 원, 온라인 사이트 판매 10억 원, 전체 판매고 상승 등은 모두 TO BE 이미지다. TO BE 이미지에는 우선 데이터가 중요하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는 화이트보드 회의가 등장한다. 팀원들은 아무리 사소한 내용이라고 해도 빠짐없이 기록한다. 마찬가지로 ‘TO BE’ 이미지에는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포함된 상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데이터는 반드시 현장 데이터와 함께 고려해야 효과가 커진다. 이때 ‘TO BE’ 이미지의 표시에는 어느 누가 보아도 이해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숫자가 효과적이다. 즉 이미지의 구성을 수치화 하여 적시한다. 또한 TO BE 이미지를 이루는 핵심 요소를 파악하고 이에 집중하여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플랜 B’이다. 이는 플랜 A에 있을지도 모를 의사결정상의 ‘확증 편향’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예비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이는 풍환과 맹상군의 고사에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인력차원에서 항상 대비책을 해두어야 한다. 이는 뮤지컬에서 커버 배우와 같은 방책을 말한다.


WHY에 성공하는 일상의 습관

매사에 WHY를 떠올리는 습관의 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1)어린이처럼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데, 개인적인 선입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질문을 한다.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어린 아이의 호기심을 생각하는 것이다. 2)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구분한다. ‘비오는 날씨를 좋아 하십니까’ 물어보면 대답은 ‘네, 아니오.’가 된다. 그러나 ‘어떤 날씨를 좋아하십니까?’ 하면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소개팅에서 단답형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면 성사되지 못한다. 대화할 때는 열린 대답을 유도하도록 육하원칙의 개방형 질문을, WHY를 확인할 때는 타인의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예, 아니오’의 폐쇄형 질문을 던진다. 3)모두 셜록 홈즈가 되어야 한다. 그는 사소한 것도 일상의 모든 것에서 단서를 찾았다. 잘 찾은 이유는 바로 왜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언제든 눈에 스치는 모든 현상에 왜를 붙이고 질문을 해본다. 의외의 답이 생각나면 사고의 전환이 창조성으로 연결된다. 4)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작성하는 오답노트와 정답노트 같이 과거의 일과 그 WHY를 정리하여 현재와 미래의 WHY를 연상하게 한다. 과거의 일은 일의 시작과 진행, 결과를 알고 분석할 수 있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잘된 것은 더 발전시키고 잘 실현되지 않은 것은 이유를 찾아 미연에 방지 한다. 이를 위해 자신만의 특별한 다이어리를 구성한다.


WHY가 아니라 WHY의 방법  

요즘 많은 매체에서 WHY가 트렌드다. 출판가에서는 이런 유형의 책들이 범람하고 신문지상에서도 관련 연재물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다만 이런 유형은 특정 현상이나 사실의 배경과 원인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단지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서 밝혀주는 정보 전달형의 책이 아니다. 왜를 묻는 질문을 어떻게 하고, 확장시켜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조직 실무에 종사하는 이들이 참조할만한 서적은 많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구체적인 과정들을 적절한 예를 통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더 많은 실제 성공 사례에 대한 탐구는 다음 미션으로 남겨져 있다.

김헌식 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