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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손석희...영화 <심야의 FM>의 고선영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11

<김헌식 칼럼>MB...손석희...영화 <심야의 FM>의 고선영...

 2010.10.22 09:56

 




[김헌식 문화평론가]*아래 칼럼에는 영화 '심야의 FM'에 대한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돼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영웅은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 

조셉 캠벨의 신화론에 나오는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말이 대중적으로 크게 인식되게 된 계기중 하나는 영화 < 택시드라이버 > (1976)일 것이다. 영화에서 트레비스는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는 영웅으로 자인하지만, 결국 그것은 영웅의 행동과는 달랐다. 보편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범죄를 스스로 합리화할 뿐이었다. 영웅이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말은 결국 일말의 가책조차도 털어내기 위한 자기최면이었다. 

영화 < 심야의 FM > 의 한동수(유지태 분)는 새벽 2~4시 라디오 '한밤의 영화음악실'이라는 프로를 즐겨듣는데 DJ 고선영(수애 분)의 말 한 마디 한마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어느날 파렴치하고 비열한 범죄자들이 법망을 빠져 나오는 것에 공분하는 고선영의 멘트에 한동수는 그러한 비열한 범죄자들을 직접 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러한 사적 제재의 행동을 합리화해주는 것이 영화 < 택시드라이버 > 에 등장했던 영웅은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말이었고, 이는 고선영이 멘트로 들려준 말이었다. 정작 고선영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한다. 하지만 한동수는 그 말들을 그대로 따라 행동에 옮겼다. 자신은 영웅으로 세상의 악을 소통한다는 스스로의 명분주입에 취한 채 말이다.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멋지고 아름다운 진행자 고선영과 그녀가 진행하는 공중파 라디오였던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의 전제조건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일반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큰 청취율을 올리지 못한다고 해도 진행자가 매력적이라고 한다면 마니아를 몰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마니아를 몰고다니는 고선영은 자신이 무심코 한 말들이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더구나 자신의 기분에 따라 방송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러한 무심한 태도에 한동수는 분노했다. 

한동수가 크게 분노한 것은 다른데 있었다. 범죄자를 소탕한 자신의 행동을 고선영이 비판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으로만 규정하며 분노하는 고선영의 멘트에서 한동수는 심한 모멸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고선영은 자신의 멘트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쇄살인이 자신의 멘트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라디오 매체가 가지고 있는 소통의 제한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광수의 최후는 이러한 라디오 시대의 완결적 종결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연 라디오라는 매체를 절대적으로 신봉하여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될 것인가. 스마트폰의 '증강현실'조차도 충분히 구분하는데 말이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은 청각 기관만 사용하는 점이 스릴러 서사와 연출에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겠다. 

미디어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미디어 효과와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함의점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정치 혹은 정책가의 책무에도 연결된다. 절대악이 아니라 상대악이 더 무섭다는 것은 영화 < 심야의 FM > 에서도 드러난다. 타블로의 허위학력논란 등에서도 나타났다. 자신이 선한쪽이라는 의식은 악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악은 과잉된 선이 자기합리화 할 때 시작한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큰 증폭효과를 누리기 때문에 라디오방송은 아예 인터넷 포털을 겨냥해 아이템을 잡기도 한다. 

지난 18일로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 2주년을 맞이했다. 2년 동안 마니아층이 얼마나 확보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야당에서는 괴벨스라고 '오버'했다. 괴벨스라는 인물이 적절하려면 라디오의 영향력이 2차 세계 대전 당시 같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그때와 달리 인터넷을 겨냥한다. 끈질긴 지속성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한지 모른다. 지속성은 단순반복 효과로 사람들의 무의식을 지배한다. 

라디오가 매체적 영향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임에도 아침·저녁 시간대 라디오는 전방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자가용 출퇴근 족에게는 큰 영향력을 미친다. 매체적 파워 이전에 핵심은 영화 < 심야의 FM > 에서도 누가 진행하는가이다. MBC 라디오 < 손석희의 시선집중 > 이 23일로 10주년을 맞는다고 한다. 손석희씨는 지난 10년간의 소회를 밝히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날카로움은 앞으로도 내가 계속 지향해야 할 점...그 부분은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감정적인 부분을 자제하고 논리적으로 더욱 되려한다...논리적이라고 해서 날카로움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것. 그것은 명징한 칼날이 될 수도 있다. 그 칼날을 누군가가 함부로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사적 칼로 사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아침 시간대 운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막강한 프로그램의 책무이자 굴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