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JYP 보이콧´ 2PM 팬과 동방신기 팬 같이 뭉쳐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9. 14. 07:34

 

김헌식

자신들이 기대하는 상품 안에 원하는 것이 빠져있다면 불량상품이다. 팬들이 재범이 빠진 2PM 관련 문화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팬들의 처지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노릇으로 보인다. 뚜렷한 잘못 없이 갑자기 그룹에서 없어졌으니 팬들 처지에서는 황당한 노릇이다.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팬들이 아닌 이들의 비판에 팬들을 버린 셈이 되었다. 팬들을 더 고려해야 하는 대중뮤지션의 책임과 역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돌 그룹은 마치 기계와 같을 수는 있지만, 실제로 멤버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즉 다른 멤버로 교체한다고 해서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유지된다고 할 수는 없다.

멤버들의 전인격성이 아이돌 그룹의 인기에 영향을 미친다. 기획사가 아무리 찍어내듯이 만들어내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그룹은 많다. 그것은 기획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멤버가운데 대중에게 어필하는 이가 있는지 없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갖게 마련이고 일단 팬들이 그를 선호하게 되면, 더 이상

그 멤버는 개인이 아니라 팬들의 자산이다. 더 이상 혼자만의 존재가 아니며 소속사의 소유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소속사 임의대로 결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이는 본인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번 재범 탈퇴 논란에서 팬들의 입장은 얼마나 보호되고 반영되었을까?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재범이나 2PM을 지지하고 선호하는 팬들의 입장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책임했다. 반영하려는 노력이나 과정은 처음부터 생략되었다. 그것은 재범이나 소속사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비판하는, 진정한 팬이 아닌 사람들의 비판에만 주의를 기울여서 결국에는 탈퇴를 감행했고, 소속사, 혹은 박진영 대표는 그렇게 팬들을 도외시한 셈이 되었다. 물론 그러한 과정이 2PM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고단수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팬들을 철저하게 무시했다는 점에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팬들의 불매운동, 그것은 자칫 JYP의 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불매운동이 단순히 재범의 귀환을 통한 원상복귀에만 모아지면 안 된다. 팬들에 무심하고 무신경했던 탈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상복귀가 예정된 수순이라면 팬들을 수단화하는 극악무도한 행태를 한 셈이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은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무분별한 팬덤의 대리점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인터넷의 마녀사냥식의 비판문화도 작용했을 것이다.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의 과잉 담론도 한 몫 했겠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이 아닌 경우, 혹은 자신이 선호하는 그룹과 경쟁 관계에 있는 그룹에 대해서 안티를 심하게 거는 팬 문화도 도사리고 있다. 2PM을 공격했던 이들에는 이러한 요인도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그것을 지향하는 팬 문화는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다. 소비자 주권주의이다. 적어도 소속사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

최근 동방신기 팬들이 일간신문 1면에 광고를 냈다. "그들은 원숭이가 아닙니다", "동방신기는 인격권과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동방신기를 지키려는 것은 단순히 기획사의 수익을 보장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동방신기는 팬들이 만들어낸 측면도 있는데 초점은 연예산업의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을 확립해 팬들의 문화적 향수권을 보장하는데 맞추어져야 한다. 팬 클럽이 분노한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이번 재범 사태는 팬들의 문화적 향수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사례였다. 이번에 2PM 불매운동에서 나타난 공동대응은 바람직한 진일보한 모습이다. 팬들의 자구책이 비단 2PM뿐만 아니라 이후에 다른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문화 산업 전반의 모순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이미 자신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각각의 아이돌 그룹의 팬 클럽만 연대를 하면 객관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동방신기 문제에 2PM 팬 클럽들이 참여하고, 2PM 문제에 동방신기 팬클럽이 같이 참여하면 안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