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역시 셀럽의 탄생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아무리 미래예측이 가능하다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의 최첨단이 온다고 해도 말이다. 지병수씨가 77세의 나이에 KBS "전국 노래자랑"에서 선을 보인 노래와 춤은 핵폭풍급의 열광을 낳았고 조 횟수만이 아니라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함의들을 낳고 있다. 정말 77세의 노인이 손담비라는 젊은 가수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많은 주목을 낳은 이유는 무엇일까. 노령의 나이에 젊은이들이 부를 노래를 부른 점이 인기 요인일까.
일단 유튜브라고 하는 동영상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었고, 이제 연령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런 동영상 플랫폼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처럼 그냥 흘러가는 방송이 아니라 영상 클립 형태로 인터넷로 소통되는 것이 달라진 점이니 말이다.
대개 콘텐츠의 관점에서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노래를 부른 점은 정말 단연 눈길을 끄는 점이다. 사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꼭 트롯이나 민요 아니면 옛 시절의 노래만 부를 필요는 없고 실제로 많은 시도가 있기도 했다. 그렇수록 주목도는 높아간다는 것을 대개 인지하고 있는 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해석하고 댄스로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커버댄스라면 그대로 똑같이 흉내내는 경향이 많은데 지병수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비록 원활하게 움직이는 몸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상징적인 몸짓을 통해서 독창적으로 창조한 춤을 노래와 잘 어울리게 연출했다.
나이와 몸에 대한 긍정이다. 노화는 대개 부정이고 그것을 숨기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형 산업이 갈수록 급성장 일로에 있다. 심지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뽀샵이라는 행위가 일반화되어 있다. 그는 성형이나 치장이 없고 자신의 멋을 그대로 드러냈다.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대한 긍정이었다. 여성적인 몸짓을 하지 못한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나이가 들어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춤을 해석하고 그것을 여유 있고 자신 있게 사람들 앞에 선을 보이는 자세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삶의 자세였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살림도 넉넉하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 적용에 받는 50여만의 돈에 30여만 원의 돈을 제외하면 20여만 원으로 생활비를 쓰는 삶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다. 말만이 아닌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실제로 스스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노래자랑만을 위해 손담비의 "미쳤어"라는 노래를 부른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도 아이돌 노래를 즐겨 부르고 있었다.
그에게 많은 미디어가 관심을 갖고 있고. 이는 분명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꼭 광고의뢰가 와서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예견만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는 더욱 그러한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 예견될 뿐이다. 전 국민이 셀럽이 되는 시대에 젊은 사람만 셀럽이 되는 것만은 아니며 박막례 할머니나 지병서 할아버지처럼 셀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고한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여전히 노인의 삶은 녹록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사례들이 더 중하게 여겨진다.
김헌식(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