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장애 영화들의 특징
글/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대개 장애 영화는 장애인의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위명제 때문에 다큐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장애 영화는 갈수록 소재와 형식, 서사 전개가 다양화 되고 있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단순히 장애인을 동정과 배려의 시선에서 거리를 두고 집안에 존재하는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조금씩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오락액션 나아가 판타지영화에도 등장하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소방관 자홍(차태현)이 삼차사의 조력으로 모든 저승의 재판 과정을 통과하고 과연 다시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을 지, 그것이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였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마지막 관문을 두고 자홍은 벽에 부딪힌 단계였다. 이유는 과거에 어머니의 생명을 빼앗을 행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각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말이다. 물론 나중에 진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점이 극적으로 드러나 환생이 결정되지만, 만약 장애인 어머니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성립될 수 없다. 더구나 어머니는 아들의 의문사에 대해 적극적인 항의를 하는 캐릭터였다. 1천 4백만을 동원한 흥행 영화에 장애인 어머니 캐릭터는 매우 중요한 서사 전개의 키잡이 역할을 했다.
마약 소탕 작전을 다룬 영화 ‘독전’에도 장애인이 등장한다. 천재 마약 제조 기술자 남매는 장애인으로 상당한 비중에서 대화를 수화로 나눈다. 범죄 소탕 영화에 장애인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것은 낯설지만 진일보 해 보였다. 주인공 이선생(류준열)의 둘도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장애인의 사회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30시간 동안 마약를 제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음악을 크게 틀어 좋고 춤을 추어 가면서 마약을 만드는 장면을 넣은 것은 청각 장애인들이 진동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매들은 총을 형사들에게 쏘며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여동생(이주영)은 더욱 더 중성적인 매력이면서 ‘짧디짧은 민머리에 낡고 허름한 구멍 뚫린 셔츠, 무심하고도 냉혹해 보이는, 그 속을 좀체 알 길 없는 표정, 가늘게 뜬 실눈으로 눈앞 대상을 금세 파악해버릴 듯한 아우라’가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이렇게 총격전을 벌이는 장애인은 영화에서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개 장애인 하면 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와 확실히 달랐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SF재난 영화지만, 청각 장애의 역설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개 청각 장애인의 보청기가 소리에 민감한 괴물을 퇴치하는 무기가 될 줄은 예상을 못하였다. 소리가 너무 잘 들리는 예민한 청각도 장애이며, 심지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파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은유적인 관점에서 개봉영화 ‘앤트맨’도 장애인 캐릭터에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주인공은 왜소증 장애가 있어야 영웅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크다고 좋고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과유불급, 지나침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었다.
오락 액션 영화에만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식구’는 또다른 방식으로 장애인 가족의 위기를 부각시킨다. 상황의 설정을 통해서 장애인의 현실을 스토리텔링 속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낯선 외부인이 장애인 가족 안에 침입하여 동거를 하기 시작하지만 정작 그가 가족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내쫓지 못하는 상황을 부각한다. 법은 멀고 괴롭힘은 가깝다. 특히, 가장인 남편이 무기력한 자신에 고통스러워한다. 현실에 처한 장애인 가장 문제는 최근 부각된 소재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영화 ‘지렁이’에서 장애인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감행하던 장면이 연상된다. 물론 심각한 장애인의 현실을 그리는 것에 같지 않고 밝은 로맨스 영화도 있다. 영화 '엑스텐'은 장애인 양궁선수와 폐소공포증을 가진 로봇공학도의 성장을 그리는 재기발랄 청춘 영화로 알려졌다. 유년 시절 내면의 상처로 인해 폐소공포증을 가지게 된 로봇 공학도 휘소, 첼리스트를 꿈꾸는 촉망 받는 음악학도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장애인 양궁선수 혜진, 두 사람은 각자가 지닌 아픔과 상처를 넘어 랑도 이뤄가는 유쾌한 여정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다큐 영화 제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탈시설화의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 이 국회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중증발달장애의 주인공은 13살부터 무려 18년 동안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살다가 동생과 탈시설 생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때문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여전히 장애인의 현실적인 문제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고 사회적인 공론화가 되어야 한다.
최근 장애 영화의 흐름을 요약하면 우선 다양한 장르에 장애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정한 장르에 치중되어 있던 이전의 장애 관련 영화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 장애인들은 반드시 주인공일 필요가 없으며, 다양한 캐릭터와 역할로 분한다. 이러한 점은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캐릭터를 다양하게 노출, 접촉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욕망과 모순을 갖고 있음을 인식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 동정과 배려를 통해 극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는 대중영화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같이 신파적인 느낌의 장애 관련 영화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 ‘독전’의 장애인 캐릭터는 비롯 범죄자였지만 당당하고 캐릭터가 살아있었다. 더구나 여성 장애인 캐릭터로서는 독특하고 나름대로 사회적 가치도 있었다. 비록 범죄 수사물이었지만 장애인 캐릭터가 악당으로 등장하는 것도 사회적 메시지와 장애인 현실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캐릭터의 다변화와 상대성은 계속 시도될 것이다.
사실로 장애를 다룰 것인가, 은유로 장애를 다룰 것인가는 여전히 장애 영화에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실이냐, 은유가 아니라 영화가 본질과 진실에 얼마나 접근하고 그것을 비장애인들과 대중적으로 공유하며 좀 더 나은 개인의 삶과 이에 기반한 사회를 만드는가일 것이다. 단순히 현실을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는 모두 실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하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전히 에이블 영화의 정립은 여전히 필요하다. 아울러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문화이자 영화의 지향점인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