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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리니어와 스릴러의 대결이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12. 12. 12:45

-2014년엔 리니어 기반에 스릴러 가미 더 많아질듯



2013년을 정리할 때, 올 한해 영상을 매개로 본 대중문화는 '리니어(linear)' 장르와 '스릴러(thriller)' 장르가 경합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스릴러는 기존의 영화 개념과는 다르다. 스릴러가 예전의 개념과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물인지 호러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계선의 스릴러가 매개 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르적인 콘텐츠는 대체적으로 시대적인 선호성이 갈린다고 할 때 스릴러 코드의 포용적인 약진은 사회적 변화 기류에 해당되었지만 현상적으로는 적어도 콘텐츠 소비에서 세대의 대결로 비치기도 했다. 그간 대체적으로 새로운 세대를 표방한 이들은 스릴러 장르를 적용하거나 표방한 작품에 더 관심을 보였다.


전반적으로는 리니어 장르가 더 보편적이지만, 이는 대중적으로 익숙한 장르로 답습적인 화제만을 낳기에 머물렀다. 리니어 장르는 단선적인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순차적인 방식의 플롯이 특징이다. 어느 정도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된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장면이나 에피소드를 적절하게 넣는다. 간혹 과거의 기억속으로 이동하지만 스토리의 전개를 설명하기 위한 부연에 해당한다.

예컨대, 드라마 '굿닥터'는 자폐성 장애인이 전문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드라마 '마의'나 '골든 타임'등 메디컬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방식이다. 대체적으로 주말 드라마나 일일 드라마는 이런 리니어 방식을 선호한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왕가네 식구들', '오로라 공주', '금나와라 뚝딱', '백년의 유산'과 같은 작품들은 모두 이러한 장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코믹한 등장인물이나 극단적인 설정으로 익숙한 형식, 스토리 라인에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평이하다.


영화 '광해'나 '7번방의 선물'은 이런 리니어 방식의 작품인데 대개 크게 흥행하는 작품일 수록 이런 경향이 있다. 젊은 층이 보는 드라마에서 그런 작품들이 있다. 예컨대, 드라마 '상속자들'이나 '응답하라 1994'도 젊은층이 보는 리니어 장르에 속한다. 10대와 20대 초반 관객들을 주로 겨냥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동창생'은 첩보원의 스릴러적 묘미가 있지만 리니어 방식으로 풀었다.


스릴러 장르는 순차적인 방식보다는 역순이거나 순환인과의 시간의 흐름을 보인다. 이야기의 흐름이 예측되지 않는다. 이야기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결말은 반전을 내포하고 있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미스터리한 상황이나 캐릭터 때문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궁금증에 그 해답을 풀어본다. 주인공의 미션은 관객과 시청자의 미션이다.


영화 '감기'도 재난 영화임에도 방식을 긴장감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반전의 얼개를 취하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원인은 물론 그 치료제를 찾을 수 없다. 좀비 퇴치를 다룬 영화 '월드워Z'도 유사하다. 영화 '설국열차'는 열차의 맨 첫째칸을 위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에 이어 반전의 얼개를 여지 없이 갖추고 있다.


영화 '숨바꼭질'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퍼즐 맞추듯이 추적해나가는 주인공의 동선이 중심이었다. 영화 '몽타주'에서는 진짜 범인을 추적해 가는 것은 물론 그 진짜 범인을 혼내주는 또다른 범인을 추리해가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손예진, 김갑수의 '공범'은 진짜 범인을 범인 추적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가족안으로 들여왔다.


스릴러 장르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사의 얼개가 이중 삼중 겹겹이 중층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타임슬립방식을 가미한 '나인'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래를 만들어 가는 방식은 중층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얼개 구조를 풀어가는 순환 구조속에서 지적인 쾌감을 준다. 이런 방식을 영화에서 구사한 사례가 '열한시'이다. 영화적 스케일을 능가하는 '나인'의 구조는 거창했지만 결말은 소박해 보였다.


좀 더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은 컨텐츠는 따로 있었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살인범의 위협 속에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리니어 스토리 구조에 스릴러 방식을 가미하고 있었다. 드라마 '비밀'은 더 공개적인 방식으로 긴장감을 부여하며 반전의 결말을 예측 할 수 없는 구성으로 흥미를 돋우었다.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나 '여왕의 교실' 은 공통으로 미스터리한 인물을 등장시켜 여러 화두를 캐도록 하거나 사건의 인과 관계를 추적하도록 만들었다. 호러와 스릴러 사이에서 멜로까지 겸비한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지상파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인터넷 모바일에서도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렇게 스릴러 방식이 호응을 받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적 상호성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적극 콘텐츠를 해석 하고 그것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몰입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미디어는 특정 콘텐트에 대한 몰입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밋밋한 스토리는 여운도 깊지 않다. 말초적이거나 현상적인 감각에만 머무는 즐거움을 남길 뿐이다. 하지만 스릴러 장르는 이성과 감성은 물론 놀이적 유희성을 강화한다.


특히 긴장과 약간의 혼란스러운 추리과정은 뒤이어 강력한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 쾌감은 리니어 콘텐츠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므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심할수록 스릴러 콘텐츠는 디코딩의 과정을 통해 자족감을 준다. 현대를 살아가야하는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이런 장르적 콘텐츠를 통해서 해소해야할 응어리 그 무엇인가가 계속 쌓였던 2013년 그리고 2014년이겠다. 그렇기 때문에 리니어 기반에 스릴러 방식이 더 많아질 것이다.

글/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