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꿈꾸는 제작사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8. 29. 23:35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꿈꾸는 제작사들


[웹드분석] ③ 웹드라마의 미래
아이돌 가수 유노윤호가 출연한 웹드라마 '당신을 주문합니다'의 한 장면. 네이버TV캐스트 캡처

웹드라마가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된 지 3~4년밖에 안돼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시청자 증가세는 심상찮다. 지난해만 해도 네이버TV캐스트 기준 조회수 100~300건이면 흥행작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신을 주문합니다'가 네이버TV캐스트에서 조회수 1,300만건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가 조회수 1,700만건을 기록하며 흥행 기준을 끌어올렸다. 불과 1년 사이의 변화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웹드라마를 즐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원민우(29·여)씨는 출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웹드라마를 감상한다. 웹드라마는 러닝타임이 짧기 때문에 역에 도착해도 흐름이 끊기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요즘 그는 집에서 따로 시간을 내 웹드라마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원씨는 "굳이 복잡하게 다운 받지 않아도 쉽게 볼 수 있다. 접근성이 좋은 것이 웹드라마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웹드라마를 즐겨보는 대학생 이선영(25·가명)씨는 웹드라마 블로그까지 운영할 정도로 열혈 팬이 됐다. 요즘엔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로 블로그를 꾸민다. 드라마 장면을 캡처해 게재하고 블로그를 찾아온 다른 팬들과 소통하는 식이다. 블로그는 해외 팬들도 팔로우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종종 외국인들과 쪽지를 주고 받으며 방송 뒤 여운을 즐긴다. 이씨는 "외국인들이 서툰 한국말로 '게시물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웹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가 뜨거운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라마도 '빨리빨리'…간편함이 비결

2030세대는 대부분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 같은 니즈에 맞춘 콘텐츠들이 이미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웹드라마를 택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웹드라마의 인기 이유로 러닝타임을 가장 먼저 꼽는다. 15~20분 정도면 한 편을 전부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전철 안에서 보기 좋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본방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게 된 것.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웹드라마는 애초부터 모바일 방영을 기반으로 만든 제작물이다. 따라서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제공된다. 전개가 빠른 만큼 다음 회에 대한 호기심도 강하게 드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웹드라마를 소비하는 젊은층 성향에 맞춰 아이돌 가수를 활용한 점도 흥행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흥행작 '당신을 주문합니다'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는 엑소 찬열이 주인공을 맡았다. 아이돌 가수에 대한 팬덤이 조회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웹드라마는 흥행에 대한 부담도 적고 방송 분량도 짧기 때문에 제작과정에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기존 드라마·영화에서 접하지 못했던 기법은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최근 방영 중인 '로스:타임:라이프'는 판타지 장르에 옴니버스 형식의 편집기법으로 영화 같은 분위기를 살렸다. '멈추지마'는 드라마계에선 불모지에 가까웠던 공상과학(SF)·액션장르를 선보여 호평 받았다. 

https://youtu.be/MfJUcoo4hOE

● 장미빛 미래?…"몰입성에 대한 연구 이뤄져야"

업계 종사자들이 그리는 웹드라마의 미래는 장미빛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아직 미미하지만, 해외 수출에 길이 있다고 분석한다. 

'후유증' 제작사 오아시스컴퍼니의 김상준 프로듀서는 "지금은 우후죽순으로 드라마가 제작돼 퀄리티마다 차이가 있다. 아직은 해외에서 한류스타의 유무에 따라 수입을 결정하지만, 좀 더 지나면 작품의 퀄리티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는 사람' 제작사 컨버전스 필름의 최정열 대표는 앞으로 더 수준 높은 작품이 제작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웹드라마라는 새로운 콘텐츠가 신기해서 많이 보는 모양새"라며 "앞으로는 작품성 얘기가 나와 옥석이 많이 가려질 것이다. 자본이 많이 투여된 작품과 신입 감독의 작품으로 콘텐츠가 양극화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이미 다른 제작사에서 웹드라마를 120부작으로 기획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국의 웹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작품이 한국에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웹드라마가 TV와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창출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TV드라마의 조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다든지, 숨겨진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연주 CJ E&M 디지털스튜디오사업 팀장은 "웹드라마 10편을 하나로 묶으면 1시간 분량의 단편 드라마가 완성된다. 충분히 TV로도 유통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크로스 미디어를 지향하는 측면에서 웹드라마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깊은 연구 없이 무분별한 제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흥행에 급급해 아이돌만 내세우는 작품은 사장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모바일 시청은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중이 얼마나 웹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콘텐츠와 시장 육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함께 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mailto:wtnsora21@hankookilbo.com)

박은별 인턴기자(건국대 경영학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