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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삼국지 공화국, 이대로 좋은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3. 20. 12:03

한국은 삼국지 공화국, 이대로 좋은가

개봉 영화인 <적벽대전>은 삼국지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와 사뭇 차이가 있다.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이 주인공이 아니다. 오나라의 책사 주유가 주인공이다. 주유는 전략에 달통한 책사이면서 무예에 출중한 장수이고, 음율을 아는 예술가로 이상적인 영웅으로 그려진다.

오우삼 감독의 이상적 인물이라 20여년 전부터 감독이 주유의 관점에서 삼국지를 형상화를 모색 했다는 말도 있다. 제갈량은 주유를 흠모하는 2인자이고, 유비는 짚신을 만들거나 손권의 여동생에 눈길을 주는 장면에서만 등장한다.

지난 4월 개봉한 <삼국지: 용의 부활>은 더욱 기존의 ´삼국지´와 다르다. 영화의 주인공도 유비, 관우, 장비가 아니라 조운 즉 조자룡이다. 영화는 조자룡 한 사람의 일대기를 위한 영화이다. '의'보다는 사람을 주안점에 두었다. 대륙 제패의 야망보다 인생무상이 초점이다.

원작과 달리 조자룡은 유비의 평졸로 등장한다. 원작에서는 공손찬의 군대에서 처음 등장한다. 가상의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조조의 손녀 조영(매기 큐)은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고 숙적으로 등장한다. 조운과 나안평(홍금보)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와 같이 흠모와 질투의 관계다.

이렇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지와 다른 관점과 내용을 갖고 있는 삼국지가 영화화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고전은 끊임없이 시대적 감수성과 역사의식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삼국지는 그런 대상이 되지 못하고 만다. 더구나 왜곡 편향이 그대로 절대화 된다.

최근 이렇게 삼국지 관련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시중에서는 소설 삼국지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적게는 50%, 많게는 70%이상의 매출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90% 가까운 증가율도 보인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지금까지 1700만부가 팔렸고, 2003년 뒤늦게 출간된 황석영의 삼국지도 25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작가적 역량을 증명하는 데 삼국지 소설 창작이 이용되는 양상도 있었다. 박태원, 박종화, 황석영, 이문열, 김홍신, 장정일 등 인기 작가들은 한번씩 삼국지를 출간했다. 김구용, 황병국 같은 한학자도 삼국지를 소설로 펴냈다. 다만 원전에 충실했다.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는 일간스포츠에 연재되어 창간당시 발행부수 2만부 신문을 4년만에 30만부 신문으로 만드는 큰 역할을 했다. 2004년 재출간되어 만화책임에도 40만부가 팔렸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이러한 삼국지는 모두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 이외의 인물들의 시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원작 삼국지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에도 있었다. '삼국지 강의'로 삼국지 열풍을 일으킨 이중텐 교수도 지난 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원작 삼국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갈량의 능력과 직위가 과장되어 있고, 유비가 제갈량을 전폭적으로 신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는 80만이 아니라 20만~30만이며 화공때문이 아니라 조조군사 내부의 유행성 질병때문에 유비군이 승리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능력이 매우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조자룡이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데, 그것은 조자룡이 바른 말을 잘하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원작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삼국지의 내용이 특정 인물을 위해 인위적으로 왜곡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김운회 교수도 삼국지 인물에 대해서 다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비가 배신을 밥먹듯이 한 인물이며, 제갈량은 당시 뛰어났던 지식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견해들을 모아서 활용한 인물이라고 보았다.

무리한 북벌로 백성을 피폐하게 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삼국지에서 여포가 비열한 인물로 나오는데 이는 그가 한족이 아니라 몽골계 이민족이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피력한다. 조조에 대한 상대적 평가절하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삼국지는 한족 중심의 용비어천가이다. 중화주의의 첨병이다. 실제와는 다른 내용이 다분한 삼국지가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팔리고 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서는 삼국지 올바르게 보기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 중에 하나가 최근의 두 영화 개봉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삼국지를 한류 상품화하는데 더 주목하고 있다. 삼국지는 동아시아의 문화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선보인 온라인 삼국지 게임이 한류 상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용의 부활과 적벽대전에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대거투입되기도 했다. 수많은 동아시아 인들의 성공과 처세를 위한 교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시대에는 의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주인공들의 행보가 함의점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와 그 내용은 진실과 많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십번을 읽어 내용을 외우다시피하고 인물의 성격과 평가를 사람들 앞에서 나열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들이 외우고 입에 올리는 내용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충분히 이를 반영한 작품들은 없다.

고전은 재해석을 통해 끊임없이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삼국지는 편향되고 왜곡된 획일적인 삼국지 판본을 그대로 반영했다. 한국인들은 삼국지에서 백안시하고 있는 이민족, 오랑캐들이다. 중화주의를 내재화 하는데 삼국지만한 것이 없다. 한족이 아닌 동이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삼국지가 나올만도 하다.

<용의 부활>이나 <적벽대전> 등장인물을 조운이나 주유로 바꾸었듯이 동이족으로 추정되는 여포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싶은 것이다. 출판사들은 삼국지 열풍에 영합에 급급하기 보다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