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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의 폐관? 새로운 K 팝의 지역 경제 모델이 필요한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3. 15. 17:26

 

글/김헌식(중원대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K팝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인 문화예술명소인 학전 공연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상대적으로 대비되었다. 학전은 대학로에 위치해 학전 최고의 스타 고() 김광석을 비롯해 동물원, 노영심, 안치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윤도현 등을 배출했다.

 

안타까운 학전의 폐관은 K팝의 성취를 적용할 때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영국 비틀즈의 사례로 볼 때, K팝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간을 활용한 지역의 문화 경제 효과일 것이다.

 

영국 리버풀 FC의 고장인 리버풀은 비틀스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비틀즈 멤버들이 나고 자랐으며 무명 생활을 보낸 곳이다. 곳곳에 남아있는 그들의 자취는 관광 명소가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왔다.

 

존 레넌, 폴 매카트니의 집 그리고 조지 해리슨의 생가가 아직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폴 매카트니의 집은 비틀즈의 산실이다. 그 집에서 초기 곡들을 연습했다. 노래가 탄생한 공간도 있다.

 

페니 레인은 1km 남짓의 좁은 길로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다. 같은 이름의 노래도 유명하다. 막상 방문하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이 좁은 길도 팬들이 꼭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리버풀 교외에 있는 스트로베리 필드는 구세군 보육원인데 존 레넌이 부모 이혼 뒤 뛰놀던 곳이다. 구세군 밴드 공연을 즐겨 보던 그가 음악적 감수성을 키우던 공간이다.

 

1966년 존 레넌은 이곳의 추억을 담은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를 발표했는데, 비틀즈 노래에서 최고의 명곡이자, 그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다. 그 곡을 탄생시킨 스트로베리 필드는 팬들의 순례 성지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곳은 그들이 공연하던 공간이다.

 

그 중 매튜 스트리트에 있는 캐번 클럽(The Cavern Club)은 비틀즈가 무명 시절에 300여 회나 공연했던 곳이다. 비틀즈와 관련한 각종 자료와 기념품이 있으며 박물관 기념관 기능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많은 신인 뮤지션이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Queen), 엘튼 존(Elton John),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등도 거쳐 갔기 때문에 그들 자료도 볼 수 있다. 그들의 음악적 정신을 이어 미래에 또 세계적인 뮤지션이 나올지 모른다. 이렇게 공연장이 살아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물론 비틀즈스토리(The Beatles Story)같이 그들에 관한 전문 박물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나고 자라고 창작과 음악 활동을 했던 공간들은 관광 상품이 되고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거나 활동의 토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가면서 분위기는 좋다. 2023년 외국인 전용 플랫폼의 1월부터 11월까지 데이터를 볼 때, 티켓 예매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136%, 370% 급상승했고 재예매율은 42%에 이르렀다. 콘서트 예매율이 75%로 압도적인 1위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예매 건수 상위 5개 공연에는 K팝 아이돌 콘서트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더욱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으로 콘텐츠를 접한 이들이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콘서트장 외에 방문할 곳이 마땅히 없다. 더구나 비틀즈의 사례를 떠올릴 때, K팝 아이돌이 주로 공연하는 공연장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은 라이브 공연장을 무대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K팝 아이돌은 기획사를 통해 트레이닝을 받고 미디어에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공간적 명소라면 두 곳을 떠올릴 수 있다. 하나는 소속사 사옥과 다음으로는 뮤직비디오나 앨범 재킷 사진 등을 촬영한 장소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개별 멤버들의 고향일 것이다. 소속사 사옥은 이사하는 사례가 있는 데다가 그 안으로 입장을 할 수도 없고 공연장도 없다. 팬들이 밖에서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다. 물론 그 밖에 카페나 식당에서 멤버 생일 파티 등의 경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제한적이다.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하이브 사옥이 있는 용산이다. 용산역 앞으로 2021년에 이전했다.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이전의 역사는 용산에 없다. 더구나 SM, YG, JYP 등 소속사 사옥들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뮤직비디오 등의 촬영 공간 교통은 주변 시설의 미비로 지속성이 덜하다. 지속성을 갖기에는 스토리텔링도 부족한 면이 있다. 멤버들 생가의 경우 지역 출신이 갈수록 드문 데다가 이제는 해외 출신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갈수록 신인조차 해외 공연 활동을 위주로 로드맵을 짜기 때문에 국내 활동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빈번하다. 코로나19 이후의 교훈은 결국 사람은 물리적 체험과 향유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위세가 대단했던 메타버스 담론이나 가상 인간이 더는 회자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실체적 본질이 가상 인공지능이 활발할수록 더욱 가치를 지니는 것이 필연이다. 물론 대면과 비대면, 현실과 가상은 콜라보하며 공진화하는 법이다.

 

다행히 폐관하는 학전이 새롭게 재개관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운영 주체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팬들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일시에 유명세를 갖기보다 점차 성장하는 뮤지션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공간일 때 문화 경제 효과,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단 학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비대면과 해외 중심의 활동을 생각할 때 미래를 위해 각 지역에 기반을 둔 K팝 활동 토대 구축을 시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