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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을 기계에게 팁을 줘야 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10. 23. 12:02

-플랫폼 노동의 민낯인가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대구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평론가)

 

 

난데없이 팁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반대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팁을 낼만 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거나 이미 지급하고 있는 가격에 팁이 포함되어 있다.”라는 말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반대의 견해는 성과보수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본다. 팁에 해당하는 액수는 고용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이뤄지는 사례도 있긴 하다. 예컨대 고깃집 등에서 이뤄지는 K 팁이라는 현상인데 이는 명확히 자발적이다. 사실 고깃집에서는 사람도 많고 힘을 더 들여야 한다. 뜨거운 불 앞에서 위험하며 더구나 더운 여름날에는 고역일 수 있다. 그 때문에 다른 곳의 아르바이트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여기에는 의무나 선택 설정조차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말로 고마워하는 때도 있어도 대체로 호의로 좋은 별점을 주거나 댓글을 달 수 있고, 금전적 지급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미래의 효과도 우려한다. 지금은 팁이 선택으로 보이지만, 당연한 권리가 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나중에는 팁을 주지 않으면 당연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노동 조건의 차이를 언급한다. 미국은 최저 임금을 보완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같은 임금 적용을 하므로 다르다는 것이다. 생계를 팁에 의존하는 노동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어떤 이들은 법적 근거를 말한다. 현행법상 식당이나 카페에서 팁을 따로 요구하면 식품위생법에 위반이라는 것.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격표는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이 표시된 것을 이른다. 따라서 가격표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따로 팁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팁은 태생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정착한 팁 문화는 그렇게 좋은 동기를 갖지 않았다. 유럽 상류층들이 하인들에게 호의를 제출된 행위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서비스 업종에서 진출하게 되자, 저임금을 주는 대신 팁으로 벌충하게 했다. 손님에게 전가했다. 또한, 팁을 주지 않으면 손님의 예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되었다. 거꾸로 팁을 위해서라면 노력을 더 해야 했다. 팁을 주지 않는다고 손님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팁 피로감(tip fatigue),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무리하게 팁에 대한 요구에 피곤한 상황이 되었다. 팁 가격이 올라가니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호의가 하나의 강권 사항이 되었던 것이다. 악용하는 것도 문제를 키웠다. 미 금융 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의 보고서는 설문 조사(2437명 대상)를 들어 미국 성인 3명 중 2(66%)이 팁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는데, 41%업주가 팁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직원에게 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기에는 팁은 가정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으니 혐오감이 생길 수도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팁을 받는 노동자들이 다시 누군가에게 팁을 지급하는 순환의 경제 구조 속에 있다. 악순환의 기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해당 인사고과에 반영을 해왔다. 공공기관에서는 표창하기도 했다. 미국은 돈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문화가 있기에 팁을 우선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문화적 차이에서 우리나라도 팁 문화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팁 문화에 자극제 역할을 하는 것은 비대면 키오스크 시스템이다. 택시나 카페에서 팁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으면서 사회적 논란까지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기계에 팁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기계에서 선택하고 사람 얼굴과 손은 없이 숫자만 등장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면대면으로 팁을 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대면 시스템에서는 팁을 주는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기회도 얻지 못한다.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못하니 오로지 돈과 돈의 관계만이 남는다. 특히 플랫폼 택시의 경우에는 더욱더 문제가 있다. 인센티브는 고용주가 담당해야 하지만, 플랫폼 노동에서는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고객인 손님에게 전가하는 일이 쉬워졌다. 앞으로 플랫폼 노동에서는 이런 일이 잦을 것이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도 퍼질 조짐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식 팁 문화에서 보였던 좋지 못했던 면들이 더 부여되고 있는 셈이다. 고객에게 잘했다면, 고용주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거꾸로 플랫폼 노동은 고용주가 아니기에 고객에게 전가해도 된다는 생각은 대중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반대 여론이 더욱 강한 이유일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있는 자세부터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