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연구

탄소·비만·애완견稅… 선진국 간접세 늘리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1. 9. 21:30

탄소·비만·애완견稅… 선진국 간접세 늘리기



[서울신문]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보이지 않는 세금’ 인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탄소세, 비만세, 애완견 등록비, 교통사고 책임 수수료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난무한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선진국 정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늘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눈여겨볼 점은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직접세를 인상하기보다는 각종 부담금이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중산층에 추가부담을 지우도록 할 의사가 없는 각국 정부들이 결국 경기에 민감하지 않아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간접세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입장에선 징수 비용도 저렴하고 탈세도 적으며 신설하기 쉽다는 점도 매력이다.

직접세 인상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간 소득이 25만달러가 넘는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수준으로 회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영국 정부도 지난해 최고 소득세율을 40%에서 50%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는 최상위 부유층에 해당되는 얘기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프랑스 등 금융위기 이전부터 최고소득세율이 50% 이상이었던 국가들은 소득세를 지금보다 인상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이 때문에 간접세 인상이 대안으로 부각되는 셈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부과하는 부가가치세 평균은 2008년 19.5%에서 지난해 19.8%로 증가했다. 프랑스는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탄소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핀란드는 비만을 일으키는 사탕과 탄산음료에 부과하는 비만세를 부활시켰고 부가가치세도 인상했다. 덴마크는 담배와 고지방 식료품을 과세대상 제품 목록에 포함시켰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애완견 등록비가 10배나 비싸졌다.

영국은 환경세라는 명분으로 지난해 비행기표를 발급할 때 부과하는 항공여객세를 지난해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1월 재차 인상할 예정이다. 심지어 가축 주인들에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이스트 서식스에서 경주마 훈련시설을 운영하는 디 그리셀은 정부 조세방침으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정부가 매우 교묘하게 세금을 인상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사람들만 철저하게 과세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네바다 주는 주립공원 입장료를 이번달부터 인상했다. 플로리다 주의 윈터 헤이븐시는 2008년부터 교통사고 운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교통사고 책임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전문가인 스티븐 매튜스는 “선진국 정부들은 지난 수십 년간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공재정 확충에 쓰기보다는 세금을 깍아주는 데 썼다.”면서 “그들은 경제가 언제나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생각은 분명히 틀렸다.”고 꼬집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천자 칼럼] 매춘세(稅)

5일자(월요일) 천자칼럼 <매춘세(稅)>

프랑스의 루이 15세 시절 재무장관에 임명된 에티엔 드 실루에트는 계속된 전쟁으로 바닥난 국고를 채우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금을 거둬들였다. 심지어 숨쉬는데 필요한 공기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진 탓에 실루에트는 여덟달 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17세기 영국에선 창문세를 부과했다. 1688년 윌리엄 3세가 명예혁명으로 왕위에 오른 후 반란 진압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벽난로에 과세하다가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물렸다. 잘 사는 집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부유세였다. 세금을 피하려고 앞다퉈 창문을 없애는 현상이 벌어졌다. 낭만적 건축의 대명사로 통하는 '프랑스 식 창문'도 실은 세금 회피의 산물이다. 당국이 창문 폭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자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창문이 유행했던 것이다. 

과세자 입장에선 아무리 많이 걷어도 부족한 게 세금이다. 한푼이라도 더 긁어내려다 보니 희한한 명목의 세금도 많았다. 1세기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공중변소에서 수거한 오줌으로 양털의 기름기를 제거했던 섬유업자들에 오줌세를 물렸고,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수염 깎기를 거부하는 귀족들에게 수염세를 부과했다. 1951년 지방세법 개정 이전엔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도 요정 출입자에게 물리는 입정세(入亭稅)를 비롯 전봇대에 매기는 전주세,개주인에게 부과하는 견(犬)세 등이 있었다. 피아노와 선풍기가 귀하던 시절이라 피아노세와 선풍기세를 받기도 했다. 

요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만세 탄산음료세 포테이토칩세 선탠세 트랜스지방세 같은 기발한 세목이 잇따라 추가되고 있다. 독일 일부 도시에선 매춘세까지 등장했다. 도르트문트와 본이 대표적이다. 접대부들이 하루 8시간 '일'을 하려면 자동발매기에서 6유로짜리 티켓을 사야한단다. 티켓 없이 영업하다 걸리면 벌금이 부과된다. 납세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이지만 시의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는 모양이다. 도르트문트는 연 75만유로(약 11억4000만원),본은 30만유로(4억5600만원)의 세수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그동안 절대 금기로 여겨온 교황청 면세 혜택을 철회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도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감세 축소'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세금에는 무슨 명목을 갖다 붙여도 불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재정적자 축소가 아무리 급해도 그렇다. 무리한 세금 부과는 생각지 않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천자칼럼] 세금의 힘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1698년 귀족들에게 수염을 몽땅 자르라고 명령했다. 나라를 강대국으로 키우기 위해선 '후진국의 상징'인 수염부터 깎아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오랜 풍습이자 러시아정교가 중시하는 수염을 밀어버리라니 거센 반발이 일었다. 궁정 이발사를 동원해 반강제로 수염을 깎으려 해도 도대체 진도가 안나가자 표트르 1세는 세금이란 수단을 꺼내들었다. 계급에 따라 30~100루블씩의 세금을 매기고 나서야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수염세다. 이 우스꽝스러운 세금은 카트린 여제 시대에 폐지됐지만 턱수염 기르는 풍습도 점차 사라졌다. 

1688년 명예혁명으로 영국 왕이 된 윌리엄 3세는 반란을 진압하느라 많은 돈이 필요하자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처음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호화주택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사람들은 앞다퉈 창문을 없앴고 집을 지을 때 아예 창을 내지 않게 됐다. 뒤따라 창문세를 도입했던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도 유럽의 오래된 집들엔 창문이 거의 없는 이유다. 

세금은 타당하든 아니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기에 생활양식까지 바꿔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저서를 낼 때마다 인세를 뜯긴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한탄했다.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

정부가 에어컨 냉장고 드럼세탁기 TV 등 4대 가전제품중 전력소모가 많은 모델에 대해 지난 1일부터 개별소비세를 매기기로 해 말들이 많았으나 부과대상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업체들이 발빠르게 전력 소모량을 낮춰 세금을 피했기 때문이란다. 걷은 세금을 양로원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낡은 가전제품 교환에 쓴다는 계획엔 차질이 생기겠지만 에너지 절감에는 도움이 될 터이니 나름대로 기여한 바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일부 학자는 어떤 종류의 세금을 부과했느냐로 봉건시대와 근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수염세 창문세는 사라졌으나 요즘도 유럽 중국 등에선 비만세 호흡세 같은 희한한 세금이 도입됐거나 검토되고 있다. '가혹한 정치(무리한 세금 징수)는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논어)고 했다. 틈만 있으면 국민 주머니를 비집고 들어오는 게 세금의 속성이라지만 불합리한 세금은 민심을 떠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