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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워프, 대중문화를 휩쓸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2. 15. 23:47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 동영상 화면 캡처.
과거와 현재의 접속을 다룬 작품이 다시금 유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타임워프? '응답하라 1988'같은 드라마에서는 과거의 공간을 다시 재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접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거를 다시 생생하게 부활 시켜 내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인공들이 과거 추억을 회생하는 것은 물론 현재의 남편이 누구인지 맞춰 볼 수 있는 대국민 퀴즈를 드라마 안에 내포 시켜놓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후속작 드라마 '시그널'은 이런 과거와 접속을 작품 안의 서사 구조에 담아내고 있다. 1989년의 사람과 2015년의 사람이 손무전기를 통해 접속하면서 사건이 서로 변화를 주고 받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기하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는 얼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을 과거로 돌아가 바로잡고 싶은 욕구가 과거와 현재의 교신으로 바로잡힐 수 있다고 꿈꾸는 우리들의 소망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15년 가을 개봉한 손현주 주연의 '더 폰'도 이런 얼개를 갖고 있다. 이미 1년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온다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면서 과거와 현재의 교신은 시작된다. 물론 이런 교신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나 인물들의 행위는 바뀌고 그 결과는 현재의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다시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예전에는 편지로 과거와 접속했던 영화가 눈길을 끌었다. 영화 '시월애'(2000, 時越愛 A Love Story)가 대표적인 영화이다. 1년간 일마레에 살던 은주(전지현)는 집을 떠나면서 편지함에 누군지 모를 다음 사람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 편지는 다음 사람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세 먼저 살았던 성현(이정재)에게 전해진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줄로 착각하지만 실제는 몇년의 사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 전하고 있었다. 둘은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같이 만나기로 한다. 적어도 이 영화는 서로의 공간에 대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지 않는다. 감정을 소통하고 공유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접속하는 방식의 영화는 2012년 개봉한 푸에르토리코 영화 '더 콜러'(call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 오는데 처음에는 현재 다른 사람을 찾는 착오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30년전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둘은 30년의 시공간을 넘어 통화를 한다. 무엇보다 전화를 건 사람의 행동 때문에 현재 아파트에 벽이 생기는 등의 갑작스런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만약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접속한다면 현실이 어떻게 뒤틀릴 지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기본적인 전제는 과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의 감정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포맷이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과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더구나 살인 사건과 죽음, 그리고 그 수사 결과를 바꾸려는 이들의 고군분투를 담아내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되살리고 싶은 한국적 정서가 내재하는 서사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단지 스럴러나 공포 장르에 머물기 보다는 휴먼멜로에 추리 수시극 포맷을 적극 결합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과학적 법칙 정도는 초자연현상이라는 점에 기대어 간단히 뛰어 넘고 있다. 

타임 머신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의 금기의 법칙 가운데 하나는 과거의 일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만약 작은 것이라도 하나 바꾼다면 현재의 세상은 붕괴될 수 있다는 물리학적인 주장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최소한 그것을 바꾼다면 어떻게 현실이 바뀔지 알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픽션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과거를 바꾼들 현실이 달라져도 상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픽션의 공간에서 실현 시키고 싶은 수용자들의 욕망 내지 소망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싶은 소망이 이런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비단 이런 사적인 소망 뿐만 아니라 정치나 사회 그리고 역사적 사실 가운데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 그것이 불가능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콘텐츠 속에서 더욱 갈급해 하는 것이다. 여전히 과거는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에 대한 교신은 곧 미래와 나누는 교신이기 때문에 현재성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