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쿠바 핵전쟁 위기 사태에 게임이론은 왜 먹히지 않았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2. 14. 22:18

'트롤로프의 수'(Trollope ploy)와 쿠바 핵전쟁 위기 사태


0시 1분전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작가 앤서니 트롤로프(1815∼1882)의 소설에는 남자가 손만 잡아도 그가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아가씨가 등장한다. 왜 그녀는 남자가 손만 잡아도 그가 청혼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순결 의식 때문에 손만 잡아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이유는 그 남자에 대한 아가씨의 마음에 있었다. 그 아가씨가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의 마음과는 관계없이 혼자 자신의 의지대로 생각하고 만 것이다. 자신의 주관적 소망이 실제와 연결되는 것으로 확장해서 생각 하다보니 별의미없이 한 행동을 자신의 뜻대로 지나치게 생각했기에 그 근본 원인은 바로 그녀의 마음 즉, 욕망이었다. 만약 그 아가씨가 남자를 짝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가 손을 잡는 행위에 대해서 별 감정이나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학자들은 '트롤로프의 수'(Trollope ploy)라고 이름을 붙였다. 학자들까지 나서서 명명을 한 것은 이런 현상이 비단 소설에는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관계, 조직생활, 나아가 국가간의 외교 사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돕스의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 0시 1분전(One Minute to Midnight)'은 1960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매우 심층적으로 다룬 책인데, 그 원인의 핵심을 바로 ‘트롤로프의 수’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0시’는 파국의 시점을 말한다.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극 바로 직전에 위험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0시 1분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0시같은 위험한 파국의 상황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이 본질적이라는 점을 쿠바사태와 관련한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방대한 자료를 시간적인 추이에 따라 선입감이나 배경지식에 관계없이 가감없이 재조명하고 있는 점은 참 매력적이면서 실용적이다. 새삼스럽게 해묵은 쿠바 미사일 위기 사태를 우리가 다시금 살펴봐야 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세계 최강대국 미국조차 위기관리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큰 오류에 빠졌으며 아직도 그 오류안에 있다는 점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반면 교사 삼을 만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실의 갈등과 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훨씬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므로 미래에 대한 행동 전략을 마련하는데도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점을 이해하기 위해 꼭 환기해야 할 ‘트롤로프의 수’라는 개념은 책의 뒷부분에 잠깐 등장하지만, 책의 주제의식과 본질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즉 위기의 발발이 일어나는 이유가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마음과 생각 때문일 수 있으며, 자신들의 관점이나 욕망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에 겸손하지 않는다면 평화 조차 위기 상황으로 바뀔 수 있음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특히 리더의 역할이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환상은 오히려 현실을 오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게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격적으로 주제를 논하기 위해 바로 잡아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대체적으로 미국의 승리라고 일컬어진다. 젊은 케네디 대통령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칭송되어 왔다. 케네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케네디의 관점에서 쿠바 사태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알고 있었던 지식이 얼마나 편견에 치우친 것이었던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읽었던 책이나 논문이 트롤로프의 소설 속에 나오는 아가씨 같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말 자체도 바로 잡혀야 한다. 쿠바 핵미사일 위기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인다. 소련의 흐루쇼프 쿠바에 수천개의 핵미사일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보다 그 위력이 수십배에 이르는 미사일과 핵무기들이 쿠바 전체에 걸쳐 배치되었다. 쿠바에 드런 핵무기를 널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미국의 공격이 오히려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다. 더구너 그 핵전쟁은 누구도 바라지 않지만 각자 자신의 마음에 따른 사고의 우물에 빠진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눈치 싸움을 하지 않았다. 즉, 게임이론에서 이야기 하듯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전략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우선 흐루쇼프의 마음을 보자. 애초에 흐루쇼프는 미국 본토에 핵공격을 할 생각이 없었다. 흐루쇼프가 소련군 4만 8천명의 병력과 수천개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한 것은 쿠바를 사회주의 세력으로 포함시키며, 소련 군사력의 역량을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쿠바에 대한 지원을 함으로써 사회주의 세력의 강고함을 보여주려 했다. 또 미국의 바로 밑에 있던 쿠바의 수장 카스트로에게 든든한 우군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미국에게도 그러한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흐루쇼프의 이같은 행동은 전쟁이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과시와 위세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공포에 빠졌고, 논란이 분분했으며, 점차 소련이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단지 해상봉쇄를 넘어서 쿠바를 공격하는 등의 전쟁 계획의 수행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미국의 행동을 보며 흐루쇼프는 정작 자신의 쿠바에 대한 군사적 결정이 세계대전으로 치닫고 있는 데 놀랐다. 그래서 미국이 소련의 미국 침공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소련에 제안한 쿠바와 터키 미사일 문제의 연계 방안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다. 흐루쇼프는 오히려 단칼에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했다. 이때 흐루쇼프가 선택한 것은 다른 거대한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 나아가 소련의 대외적 체면이었다. 흐루쇼프는 이에 돌연 쿠바에서 병력과 핵무기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전쟁 임박이 기정사실었던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놀라고 말았다. 분석은 다양했다. 그렇다면, 흐루쇼프는 왜 그렇게 전격 결정 했을까. 흐루쇼프의 결정에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소련이 먼저 인도주의적 결정을 한 것으로 대외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었다. 이같은 결정을 하리라고 어느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 심리적 배경도 알지 못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점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위기에 대해서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올바른 대처를 하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각종 정보체계가 세계적이라는 미국조차도 끝내 전체적인 사태 파악을 하지도 못했다는 우리에게도 시사적이다.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뇌부들은 소련의 의도를 정확하지 알지 못해서 난감했고, 심지어 쿠바에 수만명의 소련군과 핵무기가 배치된 사실 조차 알지 못했다. 정보는 혼선이었고, 어느 것이 맞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정보와 그에 대한 해석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하다. 정보수집항공기가 격추당하거나 실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쟁발발은 임박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케네디는 자신이 할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쿠바 사태를 해결한 것은 오히려 흐루쇼프의 의외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러한 정보의 혼선과 의사결정의 난맥상을 성찰하지 않았다. 이 점이 매우 중요했다. 그것은 미국이 이후의 위기관리에서 실패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점이다. 사실 쿠바 위기 해소 이후 케네디는 세계적으로 인류최대의 위기를 구한 최고의 리더십 사례로 칭송되었다. 물론 그가 당장에 전쟁을 선택하지 않은 것, 자제하려고 노력한 것은 평가되어야 하지만 그가 완벽하게 상황을 예측 통제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미국 수뇌부들도 쿠바위기를 벗어난 것이 미국의 결정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즉, 단호함과 자제력을 정교하게 조합하면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명령을 따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전쟁이었다. 미국은 케네디가 쿠바 검역을 했듯이 북베트남에 대해서 공군력을 바탕으로 압박을 가하고 한편으로는 대화를 시도했다. 그것은 쿠바 미사일 사태에서 얻은 유연 대응과 통제된 확전 전략이었다. 이는 미국의 하버드대에서 흔히 가르치는 게임이론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하지만 북베트남 지도부들은 게임이론과 같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흐루쇼프가 쿠바사태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 같았지만, 미국 지도부들만 몰랐다.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전의 지도부는 소련과 달리 확전으로 치달았고, 결국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만약 흐루쇼프의 쿠바 결정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했다면 베트남전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베트남전의 오류는 2002년 10월 이라크 전쟁을 선언한 조지 W 부시의 발언에서도 등장했다. 그는 1962년 10월 22일 케네디의 대국민 연설을 인용하며 핵전쟁을 막기위한 무력 의존을 칭송했다. 물론 그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이성적 합리적을 추측하고, 예측하며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 한편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전기, 전략 병법서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진실과 본질을 알기 위한 정보가 제대로 취합되기도 어려울 뿐 더러 그것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 정보중심주의를 넘어서 상황적 맥락에 따른 의사결정자의 신중한 선택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은 매우 복합적이며 우연적이며 비예측적이면서 비합리적인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 책은 상세한 내용구성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쿠바 사태의 교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나 징후보다는 행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해진 매뉴얼이나 프로그램이나 절차에 따라서만 전쟁이 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통해 환기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트롤로프의 수'(Trollope ploy)에 빠지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은 별 의미없이 행동했는데, 그것을 과잉해석하는 경우에 실제로 상상했던 것처럼 현실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또한 놓치지 말아야할 점은 자기식대로의 이뤄진 해석과 분석이 자칫 후속 선택 행위에 지속적으로 잘못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해묵은 듯한 쿠바 위기를 새삼스롭게 자세히 봐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평소 쿠바 핵 미사일 사례에서 케네디의 리더십이나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통해 그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위기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위기관리를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떤 선입견이나 소망스런 상황을 상정하고 분석 연구하거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남북관계나, 한일 관계 그리고 우리의 일상 조직 활동에서도 함의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글/김헌식, 교보문고 북모닝 CEO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