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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시대 사서 큐레이터의 미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1. 3. 17. 15:43

-코로나 19시대 책과 도서관의 미래를 생각한다.

 

코로나 19는 기존의 모순을 드러내기도 하고 미미했던 변화를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사서의 큐레이터 화도 더욱 이에 해당한다. 우선 사서(司書)를 풀어보면 책을 맡다.’라는 뜻이다. 사서라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책을 담당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사서 개념은 해방 이후에 조선시대의 사서만도 못한 채 그대로 이어져 왔다. 조선시대 사서는 정6품관으로 현감(6)보다 높은 품계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맡은 책무를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은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에서 근무했는데, 이 조직은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했다. 따라서, 왕세자에게 경서(經書)와 사적(史籍)을 매개하는 역할을 했다. 경서는 오늘날 도서관의 관점으로 보면 고전 도서라고 할 수 있고, 사적은 역사서를 넘어 과거에 있던 유용한 사례를 담은 모든 자료(지식)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왕세자를 교육하기 위해 책을 담당하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왕세자는 국정 운영을 이끌어갈 미래 왕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서는 책을 단순히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의 국가리더를 위해서 도서를 연구하고 이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사회와 달리 왕에 해당한 국가 원수가 계통적으로 특수 신분에 한정되지 않는다. 즉 모든 국민들이 대통령이 될 자격과 잠재력을 갖고 이들에게 책을 매개하는 존재가 바로 사서인 것이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사회처럼 왕만이 고귀한 존재이거나 최고 인재는 아니다. 사회가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각 분야의 왕들이 많아졌고, 이들을 위한 사서가 필요하다. 더구나 필요한 책들은 각 분야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맞춤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전통사회의 사서라는 직책의 가능성을 살리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게 큐레이터 개념을 결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기본 맥락에서 코로나 19는 새로운 사서 큐레이터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한편으로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일상에서 가장 유행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비대면인데, 콘텐츠 관점에서는 온택트라는 개념이다. 이는 비대면이면서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이런 온택트는 흔히 영상 콘텐츠만 의미하는 듯 보이는데 점차 도서관의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게 되었고, 영상 콘텐츠에 쏠리던 콘텐츠 소비는 책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책만한 콘텐츠를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도 비대면 상황에서 책을 더 많이 찾게 되었고 이는 실제 출판시장에 반영이 되어 판매고로 이어졌다.

 

근래에 유튜브 열풍 등으로 책 관련 콘텐츠가 매우 많아졌고 코로나 19는 좀 더 이를 촉진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익을 위해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광고나 협찬을 대놓고 고지하는 시대이니 진정한 양서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성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서 큐레이션 활동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요즘 세대들은 혼자 책만 읽고 그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읽은 책들을 요약하고 그 진행 정도를 다른 친구들은 물론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브이로그형태로 날마다 공유하고 있다. 이는 라이브 독서일기라고 불러도 좋을 법하다.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심리가 충만하게 했다. 때문에 최근에 클럽하우스 앱 열풍이 불고 있는 점은 새로운 사서 큐레이터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코로나 19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줌과 같은 앱을 통해서 집단적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클럽하우스 같은 집단 강연과 참여 모바일 앱까지 가능할 수 있었다. 이런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사서 큐레이터들은 비대면 상황에서 온택트로 책에 대해서 맞춤식으로 양질의 도서들을 선별, 취합, 융합시켜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점은 비대면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물리적 공간에서 대면의 큐레이션을 강화할 것이다. 세대 문화를 오래 연구한 진 트웬지는 저술 아이(I) 세대에서 신세대가 모바일에 익숙할수록 실제 대면 체험과 소통을 중시했다고 했다. 사서 큐레이터는 바로 코로나 19 이후의 미래에 이 점에서 대비해야 한다./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