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치킨 응원전 미래에도 가능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10. 23. 12:12

-동물과 대화하는 테크놀로지의 발달

 

글/김헌식(정보콘텐츠학 박사, 대구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평론가)

 

지금은 찰떡궁합으로 여겨지는 치맥은 1990년대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 일단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던 치킨은 1980년대 본격적으로 치킨 프랜차이즈점이 생기면서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맥주는 이때만 해도 일반 서민이 먹을 수 있는 술이 아니었다. 대학생들도 치킨에 맥주가 아닌 소주를 곁들였다. 다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치킨 업계는 콜라 대신에 생맥주를 곁들였다. 콜라나 맥주는 탄산음료라는 점에서 동일했는데, 맥주는 애주가들을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또한, 대학가를 중심으로 페트병에 담아 배달하기 시작했다. 그 뒤에 일반 호프집에서도 치맥을 팔기 시작했다. 치맥이 대중화된 것은 아무래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경기 시간에 맞춰 같이 응원하는 장소로 호프집이 선호 되었다. 특히, 호프집은 여름철에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면서 집단 응원이 가능했다. 이때 출출한 배도 같이 채울 수 있는 치킨이 궁합을 이뤘다. 이후에 거리 응원이 아니어도 이제 가정집에서 치킨을 시켜 놓고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축구만이 아니라 야구 등 국제 경기가 있을 때마다 관련 기업들은 응원 이벤트를 벌이게 되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한일 축구 결승전이 열렸다.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이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치킨을 시켜 놓고 응원을 펼쳤다. 전 세계적으로 닭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영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연구팀은 닭은 세계적으로 약 230억 마리가 사육되어 인류세의 상징적 종()이 되었다고 말한다. 후일 미래 세대가 화석을 발굴하면 가장 많이 출토될 닭뼈라고 봤다. 그만큼 인류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닭과 대화를 한다면 이렇게 많은 닭을 잡아먹을 수 있을까? 최근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닭의 울음소리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8가지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닭의 울음소리에서 배고픔, 두려움, 분노, 만족, 흥분, 괴로움 등의 감정 상태를 80%의 정확도로 해독할 수 있다는 것. 머신러닝의 첨단 수학적 모델을 활용하는 연구에는 심층 감정 분석 학습(DEAL, Deep Emotional Analysis Learning) 방식이 적용되었다. 이는 감정에만 한정된 것이지 진전되면 생각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닭은 그럴만한 지능이 있는 것일까?

 

흔히 닭대가리라는 표현을 쓰며 닭이 지능이 낮은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스웨덴 린쾨핑 대학 연구팀은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만 년 전 닭이 야생으로 있을 때는 뇌가 더욱 컸다고 말한다. 인간이 집안에서 사육하면서 뇌간 등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인간의 사육 전에는 지능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야생에서 산다면 지능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만약 닭과 인간이 대화할 수 있다면 닭은 인간과 같은 감정은 물론 지능도 상당히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개의 사례에서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일본 오사카부립대 수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견의 심박 수 변화를 센서로 측정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2-3년 내 상용화해 기업에서 제품으로 출시한다는 계획까지 언급했다. 좀 더 먼 미래에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BMI)가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BMI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컴퓨터나 기계를 작동시키는 기술인데 본래는 장애인이 로봇을 동작시키는 용도였다. 이것이 진전되면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반려견의 뇌에 BMI 장치를 이식하면 뇌파를 읽어내 그것을 음성으로 변화시켜준다. 이렇게 되면 반려견의 감정과 생각을 인간의 언어로 직접 알 수가 있다. 이러한 기술이 비단 반려견에게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닭을 포함해 많은 동물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게 된다.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같은 인격적 존재로 간주가 되기 때문에 동물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닭의 경우 미래에 식용 가축 동물의 지위에서 내려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개 식용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미래에는 닭 식용을 두고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류세를 증명하던 닭의 뼈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도 있다.

 

사실 닭의 대량 사육은 환경오염을 의미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양이나 쇠고기보다 환경오염을 덜 시킨다고는 하지만 닭도 분명 사료와 물을 먹고 각종 생식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도 미래에는 대체육이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나 BMI 기술이든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간과 동물이 대화하게 됨으로써 그 어느 동물종에 관계없이 식용을 위한 사육이 금지될수록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고기들이 대세가 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소와 양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에는 대체육 치킨에 맥주를 들이켜면서 축구 응원전을 펼치게 될 수도 있다. 관련해 닭들이 살육되지 않는 날을 위해 테크놀로지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