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천재는 동굴 밖에 있었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8. 8. 21:44

천재는 동굴 밖에 있었다.

 

천재라고 말할 때 아무도 이견이 없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아인슈타인,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인 뇌를 궁금해 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뇌를 해부했더니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고 한다. 약간의 주름이 깊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 프로그램 가운데 영재발굴단이라는 게 있는데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재들은 모두 혼자 등장했다. 천재처럼 주로 혼자 하는 일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수학영재는 말할 것도 없고 악기 연주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며 결과를 낳아야 하는 이 세상은 혼자만 능력을 갖고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에릭 와이너의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는 천재를 탐구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뇌에 집중하지 않는다. 개별 사람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공간에 집중한다. 아테네, 항저우, 피렌체, 에든버러, 콜키타, , 실리콘밸리 등이 그 탐구의 대상이 된다. 이런 공간에 집중하는 것은 혼자만의 재능으로는 천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천재는 관계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경제와 사회, 문화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시기에 천재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 이유는 천재사이에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악보를 멋지게 옮겨준 것은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난네를)였다. 저자는 모차르트는 동료 작가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며 그가 이탈리아 오페라에, 스승인 파드레 마르티니와 요제프 하이든에, 바흐와 헨델의 음악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그의 작품들을 베꼈다고도 말했다. 피렌체의 많은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창작이 불가능했다. 소크라테스가 만약 골방에 혼자 처박혀 있었다면 우리가 아는 철학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시장에 살았다. 공자도 방안에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중원을 제자들과 함께 주유했다. 그 떠돌아다닌 것이 사상적 자극이 되었다.


공간은 그런 만남과 교류,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항저우와 아테네의 도시는 모두 무역도시였던 점이 같다. 무역도시는 해외의 많은 물산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창조적인 자극을 주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없는 곳에서 천재가 나올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 공간의 관점에서 자신이 태어난 공간에서 천재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 낯선 공간에 처할수록 천재가 될 가능성이 많다. 다양한 자극을 주는 사람과 사물들이 많을수록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다양하고도 분투하는 노력들이 차별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할 수 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유태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질적인 다양한 요소들을 융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공간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도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천재의 공간은 어떻게 보면 플랫폼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갈수록 글로벌/세계화 현상은 이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세계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것이고 실제로 그들을 실현 시켜주는 제도적 물적 토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든다. 물론 그들은 모두 느슨하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간다. 천재가. 되려면. 천재의 발상지, 형성이 가능한. 공간에 들어가거나 그 인근에라도 네트워크를 연결해야 한다.


저자는 창조의 공간으로 3D를 말한다. 무질서(Disorder), 다양성(Diversity), 감식안(Discernment)이 여기에 속한다. 현상태를 뒤흔들고 균열을 만들려면 무질서가 여기에 필요하고 다양한 관점과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 균열의 무질서가 아니고 다양성을 어떤 가치나 방향으로 판별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감식안이 필요하다. 무조건 자유롭게 시도하고 창작 도전한다고 독창적인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T 즉 기술(technology)이나 재능(talent), 관용(tolerance) 만으로는 천재의 공간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견해다. 어쨌든 천재가 혼자 동굴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수 없다. 프로이트도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지만 그의 사무실은 지적 교차로인 빈에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간을 오갔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과연 천재의 공간일까. 우리 스스로 천재가 아니다 맞다라고 하기 전에 그것을 헤아리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