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창업의 인문정신이 모두를 살게 하리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8. 11. 22:37

창업의 인문정신이 모두를 살게 하리라

-CEO 박도봉의 현장인문학

 


1987, 과감히 대학원 중퇴를 한 20대 후반의 청년이 문래동 공장지대를 찾았다. 그는 학력을 철저하게 숨겼다. 그나마 상고 출신이어서 사무직에 발령받자 현장직을 자원했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통사정을 해서 현장직으로 갔다. 그가 맡은 일은 고되고 힘들다는 열처리였다. 편한 교사의 길을 갈수 있었지만 힘든 현장을 찾은 이유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연마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유는 기술에 관한 기초 지식을 알아야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숙련기술자들의 텃새를 뚫고, 실습 나온 학생들에게 묻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일푼 기름밥 열처리공에서 1조 매출흑자기업을 일군 CEO박도봉 창업의 시작이었다.


흔히 인문학을 담은 책이라고 하면 사상가들의 저술이나 이론, 개념이 등장하여야 한다. 왜인지 그러한 것들을 접하고 있으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때론 뒤돌아서면 허탈한 경우가 많다. 현실과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본질을 따지자면 좀 거창한 것에서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 자체가 아니라 인문정신일 것이다. 인문정신이란 인간다움의 정신이다. 인문정신은 인문가치를 말한다. 인문가치는 무기물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 그 가운데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정신적 가치일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꿈꾸고 도전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 가운데 혼자만 중뿔나게 잘난 체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고 화합하며 그 결과물도 같이 나누는 자세와 태도를 내재한다. 많은 인문학 서적들이 그러한 점과 달리 혼자 성공하고 그 결과물을 누리기 위해 공유되고는 한다. 사상가들의 이야기보다는 현실에서 직접 이런 인문정신으로 성공한 사례는 희귀하다. <CEO 박도봉의 현장 인문학>에서는 대사상가들의 이론이나 개념이 우선은 아니며 그것은 보조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딪혀 기업을 일구어내는 생생한 사례가 오롯이 담겨 있어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그것도 ICT가 아닌 열처리 기술이라는 남들이 잘 눈여겨보지 않는 제조업의 3D업종에서 일구어냈기 때문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을 보면, 언뜻 세련되거나 멋진 명언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철지난 듯 같지만 다시금 생각해봐야할 가치관들이 수두룩하다. 우선 그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협력자를 두었던 것인데, 그 협력자의 출발은 아내였다. 결혼은 그가 성공하는 데 필수 토대였다. 사랑에도 인문정신이 있었다. 애초에 그 사랑은 불가능해보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신분이나 환경이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꽂히면 끝까지 한다는 정신에 따라 계속 구애를 하여 마침내 아내가 사랑을 받아준다. 그 사랑이 모진 고통 속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꿈의 공유였다. 창업을 통해 원하는 일을 실현하는 꿈을 위해 두 사람이 합심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실업률이 높을수록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가고 눈높이를 낮추고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현재의 처지를 말하고, 실현가능한 계획을 터놓고 말하며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고, 상호보완적인 협업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땀 혈통론을 강조한다. 편하게 남들 위에서 이익을 편취하는 무임승차가 아니라 땀을 흘려 일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위해 두 가지가 지켜져야 하는데 하나는 누구라도 열심히 일하면 창업도 하고 부자가 되는 것, 다른 하나는 충분히 그 부를 누리면 다시 환원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돈이 많다고 위세를 떨게 아니라 겸손해야 한다는 말은 그 돈이 서민에게서 나왔기 때문이고 환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다. 돈이 신분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땀이 결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건강해진다고 말하는 이유다. 땀은 정직하니까 가짜보다는 진짜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땀을 흘리는 곳으로 그는 현장을 강조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고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서로 꿈을 향해 공유하라는 것이다. “확신은 경험과 꿈이 결합할 때 나옵니다. 기발한 발상, 창조적인 발상은 발이 현장에 있고 머리가 미래를 겨냥할 때 튀오나옵니다.” 이는 현장과 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단지 이렇게 열심히 일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창업을 강조한다. 창업은 본은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도 하지만 잘 일구어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큰돈이 없고 학벌이나 스펙이 변변치 않아도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확실한 기술, 영업 노하우, 신용만 있으면 사무실이 없어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니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사무실이나 자금이 아니라 확실한 기술이 있는가, 믿을만한 신용을 쌓고 영업 노하우를 체득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신뢰는 인수합병에서도 매우 중요했다. 동양강철이라는 큰 기업을 인수 합병해 성공적인 안착을 할 때도,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인들과의 유대를 쌓을 때도 신뢰는 중요하게 작용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가 않았다. 첫발을 떼는 이들에게 세상은 한없이 냉정하고 가혹하다고 말한다. 그것에 야속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속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망할 일도 흥분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이 신기하게도 그리 모멸차도 일단 발자국이 찍히면 방향성이 좋으면 금세 열광한다는 것. 성실하면 끝내 통하더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 성실이 단지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한 성과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연구소였다. 직원이 열다섯밖에 안된 4년차 기업에서 연구소를 만든다고 하니 다들 비웃었지만, 결국 그 연구소 설치 때문에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경영에서 위기는 상시 닥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때 그것을 어떻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가에 있다. 그가 특히 IMF외환관리체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으로 수입대체기술을 이미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원가절감을 하려 했던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찾을 수밖에 없었고,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서 1999년 연매출액이 60퍼센트 상승했다. 동양강철을 인수해 산업용자재 기업으로 발돋음하게 만든 것은 불굴의 땀내 나는 연구 개발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다. 여전히 제조업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선진국일수록 전자, 기계, 철강 같은 제조업 경쟁력을 튼실하게 가지고 있다. 수익률 높은 제조업이 망한다면 한국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다시 경고한다. 이에 ICT 스타트업에만 지원을 하는 정책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도전정신으로 유럽 선진국들처럼 고부 가치 사업을 연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가가 중요한데 그는 이미 열처리기술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하간 그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창업이다. 만약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가족만 먹고 살았을 것이지만 창업을 했기에 꿈을 공유하고 함께 먹고사는 길을 열었다고 말한다. 신기술을 찾고 그것을 배우고 학회를 찾아 숙지하는 것은 현장과 이론이 서로 비춰보면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업을 통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찾고 개척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일관된 견해는 꿈을 향한 땀의 공유다. 편하게 돈을 버는 사회는 끝났다며 땀 안흘리고 한몫 잡아보려는 사고의 사람들은 부러워할게 아니라 경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장도 재강조한다. 사무실에서는 안보이는 문제들이 현장에서는 잘 드러나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있어야 힘이 나고 해결방법이 모색된다는 것이다. 결국 땀흘려보지 않고 현장경험 없이 창조를 들먹이는 것은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