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인(컬쳐 트렌드 인사이트)

지코의 아무노래가 보여주는 음악사적 사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2. 11. 11:17

-음악 유통 소비와 SNS 놀이문화의 변화

 

김헌식(평론가, 박사)

 

대형기획사들은 방탄소년단에 일격을 당하고, 다시 지코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 되었다. 규모의 강력한 팬덤의 형성이 아니어도 아티스트 베이스의 뮤지션이 자신의 혼자 힘으로도 성공의 가능성을 잘 실현했기 때문이다. 지코의 아무노래는 음악이 새로운 문화 흐름에서 어떻게 유통 소비 향유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유통 소비 향유된다는 지적은 나이브한 상황이 되었다. 음악 앨범 CD 판매점을 통해서 음악이 팬들에게 수용되는 것에서 벗어나서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인기곡이 탄생하는 것을 새로운 음악 소비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이미 철지난 지적일 수 있다.

 

일단 새로운 흐름은 SNS을 통해서 소비가 된다는 것. 이런 현상은 의외로 음원 사재기 논란에서 스텔스마케팅 기법을 거론하면서 많이 회자되었다. 음원을 사재기한 것은 아니고 단지 페북 등에서 마케팅을 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재기인지는 의문이지만, 일정한 마케팅 전략의 유도에 음악 소비 유통이 일어났다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지코의 노래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대형 기획사들의 대형 물량 공세 마케팅의 한계가 드러났다. 걸그룹 레드벨벳을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눌러버린 것은 이 때문이다. 제프 벤자민도 언급을 했지만, 아무노래 챌린지라는 디지털 놀이문화 때문에 가능했다. 놀이문화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진지하게 두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의도가 없이 진정성을 가지고 그 상황적 미션을 즐기면 되는 것 그뿐이다.

 

기존의 인터넷 플랫폼과 다른 챌린지 방식이었기 때문에 달랐고 그것이 주효했다. 유튜브나 페북이 아니라 틱톡이라는 숏폼 콘텐츠 기반의 SNS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트위터나 페북 나아가 유튜브였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콘텐츠의 세대적 특징을 잘 담아냈다. 미션은 단순했다. 아무 노래를 틀어놓고 가사의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있듯이 자신의 마음대로 춤을 추면된다. 부담은 없다. 진출입이 자연스러울 때 그것이 더욱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참여주체의 관점도 중요했다. 이전에 있던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는 일반 유저들의 참여가 제한되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셀럽들의 참여 향연을 관중의 입장에서 봤다. 무엇이든 이제 모든 이들이 참여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상호작용성의 기반은 기존의 매스미디어 컬쳐와 다른 점이다. 지코의 아무노래는 비록 처음에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일반인으로 확산되었다.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참여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취감을 준다. 동작은 댄스다. 춤이라는 것은 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고 문화 할인율이 크게 적용되지 않는 넌버벌 퍼포먼스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세계인들 누구나 가능하다. 글로벌 챌리지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 성취감은 단지 점수나 고난이도의 역할 수행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코가 일반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 뮤지션이라고 하면 이렇게 아무노래챌린지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초기에 셀럽들이 참여한 것도 마찬가지다. 누가 주도하는가, 시작하는가가 중요하다. 지코가 그래도 아티스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핵인싸의 트렌디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돌처럼 많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챌린지가 이뤄진다면 결국 팬들만 참여하고 말 것이다. 이는 팬들이 그렇게 집단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대규모 팬덤이 없는 경우에는 오로지 이러한 방식만으로 노래가 크게 주목받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아무노래 챌린지는 노래 가사와 멜로디 리듬이 미션 수행과 일치율이 높았다. 음악을 듣는 사람은 물론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힐링하며 모두 동반자적 관점에서 어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수평적 프렌즈십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철학과 정신이 될 수 밖에 없다. 봉준호 영화도 그렇고 BTS음악도 마찬가지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