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사냥과 수렵 채집의 연출의 모순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여배우가 제작진의 스케줄 대로 응해 촬영했다가 5년 동안 감옥에 갇힌다면 황당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황당한 가정이 아니라 실제 일어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은 ‘정글의 법칙’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이번에도 증명이 된 셈이다. 사건의 핵심은 태국에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대왕조개를 무단으로 채취해서 섭취했다는 것. 이같은 사실이 인터넷 SNS에 알려지면서 태국당국이 조처에 나선 것이다.
범법은 두 가지. 하나는 국립공원에서 채취 행위를 했기 때문에 국립공원법 위반으로 5년형이라는 점.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라 4만바트(152만원)의 벌금이나 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는 점이다. 조개를 채취한 이열음이라는 배우만 이러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면 너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본래 제작진은 현지 코디네이터의 가이드라인 준수에 따라 촬영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지 당국이 조치를 취하면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태국 당국은 사과에 관계없이 철회는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현지 코디네이터 측에서 이미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같이 제작이 이뤄졌다는데 더욱 더 비판이 가해지고 강력한 조치가 그대로 고지된 것이다.
이렇게 강력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베트남 박항서 팀에게 태국 축구팀이 졌기 때문에 보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간 행해져온 방송 제작행태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하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지에서 나름의 규칙을 준수했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는 결국 위임의 문제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시켰다. 본사가 일단 위임 이전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선에서 사전 조사가 치밀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어떻게 멸종위기종을 다 알 수 있는가 항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를 견지한다면 이미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되기 매우 어려운 콘텐츠라는 것을 자인 하는 것이 된다.
야생에서 채취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그것도 자연에 아무런 대가를 내지 않고 말이다. 이는 착취적 사고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이는 반교육적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무단으로 채취해도 된다는 인식을 강화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지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많다. 제 3세계에 대한 낭만적 신화화를 한국판으로 만든 것이 정글의 법칙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야생의 삶을 그대로 체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생생함을 주기 때문에 오랜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대한 오도를 낳는다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다. 도시 인구의 증가와 집중은 이러한 야생의 삶에 주목을 받게 하지만 그 제작은 일정한 연출이 가해지고 때로는 과도하게 개입이 됨에도 그냥 자연스러운 촬영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번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인위적인 과정이 오히려 있어야 자연스러운 야생의 삶이 가능하다는 역설을 그대로 드러내주었다. 철저하게 개입과 연출이 이뤄질 때 정글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에 인위적인 것을 없앤 모습을 위해 철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왜 봐야하 지 의문이 든다. 야생쇼라는 타이틀을 단다면 모를까. 도시화를 원망하기엔 우리는 더 이러한 인공 자연 콘텐츠에 열망을 보내고 있으니 언제든 이런 사고는 재발될 수 밖애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