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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준 아이유 임영웅, 매크로만 잡으면 암표가 잡힐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1. 21. 15:38

- 암표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

 

글/김헌식(평론가, 박사)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300여 건에 불과했던 암표 신고 건수가 20224천여 건으로 무려 10배 이상이나 증가했다. 2023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사례를 볼 때 더욱 심각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공연, 콘서트가 많아진 때문도 있지만, 그 사이에 암표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디지털 환경과 왜곡된 재테크 인식이 도덕적 둔감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결로부터 말하면 법만으로는 안되고 문화적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가수 장범준의 경우 50여 석의 좌석 매진 후 바로 3배의 암표가 등장하면서 전부 취소하고 다시 티켓을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가수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아이유는 물론 임영웅도 암표에 시달렸다. 예컨대, 임영웅 티켓의 경우 수 백만 원에 이르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850만 원이라는 말도 돌았다. 연말이면 효심을 발휘하는 자녀들까지 피해자가 된다. 따라서 여러 가수 모두 암표를 판매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특히, 한번 적발되면 영구 구매를 할 수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팬클럽 차원에서 자정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흔히 암표에 관련한 단속 법 규정을 언급할 때 나룻배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경범죄 처벌법에, 암표 매매의 처벌 요건이 있는데 흥행장·경기장··나루터·정류장 등에서 웃돈을 주고 표를 판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형법을 적용하면 부당이득이나 업무 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 현장에서 표를 판매해야 한다. 현장에서 판매하기 전에 이제 온라인에서 표 매매가 이뤄진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더욱 암표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엇보다 매크로프로그램을 통해 주문 사항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점이 크게 지적이 되어 왔다. 이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하는 것보다 빠를뿐더러 대량으로 매집을 할 수가 있어 많은 수익을 한꺼번에 올릴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정말 공연이나 콘서트를 보려는 관객이나 팬들은 접근이나 향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매크로프로그램을 통해 티켓 매집 행위에 관한 규제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법적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매크로프로그램을 이용해 티켓을 판매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된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만이 아니라 상습적으로 했는가, 영업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도 포함된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천만 원 이하의 벌금은 암표 수익에 비하면 약하다. 더구나 매크로프로그램 암표가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봐야 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매크로를 통한 티켓 구매 판매는 전체 비중에 10~20% 정도이다. 이는 암표를 판매하는 이들 가운데 일반 생활인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뜻한다. 암표는 특정 업자나 범죄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소규모 공연의 경우에는 매크로 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대부분의 공연이나 콘서트가 영세하다. 특히 온라인에서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에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더구나 중고 판매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 접근하여 판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면밀하게 보지 않는다면 알 수가 없다. 마치 코인 투자처럼 쇄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상업성이나 영업성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얼핏 평범한 개인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이른바 플미 현상이 한 축을 담당한다. 리셀테크라고 인식하는 것도 크다. 이는 재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한정판 가방, 신발, 다이어리나 굿즈를 되팔아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공연이나 콘서트에도 무감각하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합리화를 해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분명한 범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부당이익을 취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무 방해 정도가 아닌데 중간에서 이익을 더해서 가로채고 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상습성이나 영업성이 증명이 되지 않아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무조건 팬들이나 관객에게 암표를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는 요청만이 해법은 아니다. 개인이 아니라 주최 측의 발권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신청자를 받고 신분 확인을 한 후 추첨을 통해서 자격을 부여하며 현장에서 발권해준다. 미리 지정 좌석이 아니므로 더 웃돈을 붙일 가능성도 제한된다. 이러한 점은 장범준 콘서트에서도 시행되었다. 11표를 원칙으로 하고 좌석도 현장에서 배정을 해주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소규모 공연일수록 효과적이다. 대규모 공연일 경우에는 다른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성명 기재 방식도 검토된다. 이른바 티켓 실명제다. 항공권 등에서 암표가 덜한 것은 티켓에 인적 정보가 분명하게 기재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기재되어 있으면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힘들고, 양도자의 이름이 알려지기 때문에 범법은 물론 도덕적 해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다만, 모두 온라인을 판매할 경우 디지털 수단이 취약한 이들은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 티켓은 현장 발행분으로 남겨 두기도 한다. 암표 블랙 슈머 리스트에 오르면 다시는 구매할 수 없게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이미 시행하는 기획제작사가 있다.

 

공연과 콘서트는 다른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공산품처럼 획일적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사람이 직접 하는 행위의 산물이다. 현장성이 강한 결과물의 향유이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들이 직접 몸으로 실연을 해야 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아티스트를 너무 좋아하는 팬들과의 특수한 향유가 공연과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특정할 수는 없지만, 구매자가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인기가 많을수록 그러하다. 따라서 일반 상품처럼 웃돈을 얹어서 판매할 수가 없다. 그 수익은 분명 아티스트나 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물론 미국에서는 불가피하게 양도할 때는 일정하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에도 사전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온라인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화해야 한다. 만약 웃돈을 붙인다고 해도 수수료 정도에 그쳐야 한다. 진정한 관객에게 티켓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11표를 기본으로 하고 대량으로 매집할 수 없게 해야 한다. 티켓실명제를 추구하는 가운데 암표는 리셀테크나 플미가 아니라 범죄이자 교란 편취 행위라는 문화 의식의 확립이 중요할 것이다. 모든 것을 팬들이나 관객, 구매자들에게만 책임을 부여할 수만은 없다. 비용이나 노력이 들어도 공연이나 콘서트를 하는 기획제작사도 신원확인 절차의 강화나 티켓 이력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이런 점들을 관련 법 등에서 다시 추가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