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 사도를 이긴 이유는 이것이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0. 8. 03:16

영화 '인턴' 스틸컷.ⓒ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크린 독점적 점유, 홍보 마케팅의 막대한 물량 공세 속에서 모든 언론 매체가 영화 '사도'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입소문을 따로 모으고 있던 영화가 바로 '인턴'이었다. 영화 '인턴'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영화일 수 있었다. 특히, 고용주나 중역들의 입장이나 처지를 많이 반영하고, 인턴 제도가 갖고 있는 모순이나 그로인해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 가치와 별도로 상업영화의 특징을 본다면, 참고해야할 면이 여럿 있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것이 뒤늦게 역주행을 하면서 팬들을 넓혀간 이유이며, 한국 영화들이 반영해야할 흥행요인이다.

우선 영화의 하이컨셉은 젊은층과 시니어층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서 시니어층은 반드시 노년층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험이나 연륜이 많은 인생 선배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 영화는 70대 인턴(로버트 드니로)과 30대의 CEO(앤 해서웨이)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젊은 30대가 기업을 만들고 많은 직원들을 경영관리 하는 면은 스타트 업의 꿈을 가진 청년세대에게는 흥미로운 점이다. 

젊은 대표는 불과 18개월 전에는 그냥 아이 엄마에 불과 했는데, 여기에 70대 인턴은 경험과 연륜의 지혜를 통해 기여를 하며 세대 통합적인 면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또한 가장 현란하고 트렌디 한 IT기업 대표와 올드한 전화번호부 제작업체의 부사장 출신 인턴의 만남은 산업간의 교차 속에서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직장 소재의 영상 콘텐츠의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대부분 직장 소재의 콘텐츠는 샐러리맨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장인들의 희노애락을 담아내는 일이 많았던 이유는 그들이 기업의 대표보다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 대표들을 다루는 컨텐츠는 많다. 하지만 그런 콘텐츠들은 기업의 지배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 전략들이 난무해서 삶에 밀접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더욱 강화 시키는데 머물 뿐이었다. 

영화 '인턴'은 창업과 함께 기업을 운영해 보고 싶은 다수의 사람들의 바람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평생 고용이 불가능한 지금 1인 창업의 시대라는 인식은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때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이런 스타트업이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도 국가정책적으로 창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영상 콘텐츠가 나올 때가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창업 과정이 영화처럼 술술 풀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화의 70대 인턴이 보여주는 오랜 경험과 연륜의 지혜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할 뿐이다. 

무엇보다 영화 '인턴'은 젊은층의 고민과 노년층의 고민을 다 함께 담으면서 긍정의 방향을 담으려 했다. 여기에 일하는 여성, 자기 일을 계속 하고 싶은 여성들에게도 긍정의 힘을 주고 있다. 영화는 패션을 통해 창업을 하고 기업운영은 물론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주인공을 통해 워킹맘들이 겪을 고민들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불행이나 좌절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대안적인 모색을 추구하는 것에 가까웠다. 설득력있는 직장 생활 코칭도 담아내고 있으니 실용적인 학습의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겠다. 그 전체적인 방향은 밝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작 영화 '사도'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 그 결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다루었기 때문일 수 있겠다. 영화는 내내 관객들의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그 이를 통해 거짓된 삶의 비극성을 드러내려 했다. 물론 이런 유형의 영화는 초기 반응의 가파름과는 달리 곧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 현실을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을 논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 그리고 '베테랑'은 그래도 희망 아니 소망을 담아내려 했다. 영화 '서부전선'에도 희망은 없었다. 내내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더나 결론은 비극이었다. 현실이 비극과 고통인 사람들에게는 극장에서 이를 다시 확인할 이유는 없다. 

영화 '인턴'은 판타지다. 1년 반만에 평범한 젊은 주부에서 갑자기 2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CEO가 되긴 너무 힘들다. 70대의 은퇴자가 재취업하기도 너무나 힘들다. 또한 인턴직을 받아들이고 이에 충실하기도 쉽지는 않다. 더구나 부사장 출신이 말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은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다. 

다만, 직장이나 기업을 다루는 방식이 모두 리얼리즘에만 집중해야할 필요는 없다. 어느 한쪽이 항상 쏠리는 것이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판타지의 긍정성은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상황과 적응, 방법들을 한 번 궁리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 때만큼은 새로운 활력이 날 수는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때뿐이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의 남용도 결국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곤란한 것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