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연이 모델인 ‘코카콜라 제로(Zero)’ 광고
톡 쏘는 짜릿한 맛의 탄산음료 코카콜라는 특히 햄버거나 피자와 치킨과 같은 기름진 음식과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탄생한지 100년을 넘어 전 세계 200여개 국가로 뻗어나간 지금 브랜드 가치로도 719억 달러로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코카콜라도 자신의 출생지인 미국에서 철퇴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내년부터 뉴욕시는 공공장소에서 약 472㎖ 이상의 대용량 크기의 가당 음료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뉴욕시 성인 절반 이상이비만이나 과체중으로 지난 30년 간 비만 율이 5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지적 되었지만 특유의 청량감이 주는 묘한 쾌감과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한 번 빠져들면 검은 빛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웰빙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며 아무래도 탄산음료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해졌고 그 대안으로 출시된 것이 ‘코카콜라 제로(Zero)’이다.

2006년부터 시판된 이 음료는 콜라는 마시고 싶은데 칼로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칼로리=0, 설탕=0를 내걸고 출시됐다. 광고는 코카콜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없애는데 주력했지만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최근엔 아이돌 가수 2PM 멤버 닉쿤과 택연을 모델로 기용해 다시 한 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며 다이어트와 몸매관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메인 타킷(Target)으로 삼았다. 택연이 등장한 ‘코카콜라 제로’ 광고는 ‘제로에서 100%까지 나에게 적당히는 없다!'는 메시지로 락커룸에서 이 음료를 마신 모델이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제로(0) 모양의 서클 속으로 달려 나가 물을 뚫고 나온 음료의 짜릿함과 상쾌함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았다.

인지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은 사람의 마음속 두 개의 인지가 부조화를 이룰 경우 광고가 그 틈을 이용하여 부조화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소비자 설득을 도모하는 기법이다. 이 음료를 인지부조화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인지1 : 콜라 마시기를 원한다, 인지2 : 살찌기를 원치 않는다는 두 개의 인지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콜라를 마시고 싶지만 마시면 살이 찌기 때문에 콜라를 마실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하나는 살이 찌더라도 콜라를 계속 마시면 되고 또 하나는 콜라 마시는 것을 아예 단념하는 일일 것이다. 이럴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하던 자신의 마음 속 결정인 내적 정당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되지만 바로 이 때 ‘살이 찌지 않는 콜라’가 있다는 광고로서 소비자가 콜라 마시기를 계속하도록 하는 설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외적정당화라 일컫는데 그 실마리를 제공하는 내용이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설득의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이 광고는 칼로리와 설탕이 ‘제로(0)' 수준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래도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식품 포장에 ‘0'라고 표시되었다고 해서 열량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식품 100㎎ 단위에서 4㎉ 미만인 경우 '제로 칼로리'로 표시할 수 있다. 이 음료는 소수점 두 자리 수의 칼로리 밖에 안 되기에 당연히 ‘0’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음료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Aspartame)'이 함유되어 있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이 감미료는 1g당 설탕 200g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단 맛이 강하여 전문가들은 오히려 식욕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몸속의 위와 대장(大腸) 사이의 소장(小腸)에선 더 많은 당을 흡수하여 단맛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오히려 단 음식을 더 많이 찾을 수도 있어 식욕조절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코카콜라 제로(Zero)’의 또 다른 성적소구광고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사실을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 음료 출시로 기존 제품인 코카콜라에 비만의 원인이 되는 칼로리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버린 점이다. 그동안 코카콜라는 칼로리 등의 단점보다 마시는 맛의 즐거움을 주는 브랜드 이미지의 장점이 더 컸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코카콜라에 어느 정도의 칼로리가 들어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말보로는 담배가 건강에 당연히 해로운 것이지만 ‘당신이 터프하게 보이고 싶으면 이 담배를 피우라’는 식으로 자신의 브랜드 자산을 해치지 않고도 ‘터프’라는 브랜드 속성을 더욱 강화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코카콜라는 기존의 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는 듯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광고는 모델의 상의를 벗겨 근육질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의 비주얼은 콜라를 매끈한 허리의 여성 몸을 움켜쥐고 마시게 되면 남성들은 나도 저 모델처럼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고 여성들에겐 자신이 저렇게 멋진 근육질의 남성 모델에 움켜줘 질 수 있다는 소유욕을 대리만족시켜 주려는 의도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지나친 성적소구의 이 비주얼은 마시고 싶은 음료를 살이 찔 염려 때문에 망설이며 인지부조화에 빠져있는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 제로’라는 제품을 통해 이를 해소시켜주려는 제품 본연의 속성을 크게 흐리게 한다. 여체의 곡선을 본 떤 코카콜라 병은 최고의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활처럼 부드럽게 휘어지는 여성의 허리 곡선은 아름다움을 넘어 에로틱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코카콜라는 자신의 손아귀에 여자의 허리를 쥔다는 기분 때문에 컵보다는 병 채로 마시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분이나 느낌은 소비자 스스로 상상을 통해 만끽하도록 해야지 이 광고 비주얼은 이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런 기분과 느낌을 오히려 반감시키고 있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몰입(Involvement)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칼 마르크스는 사라졌지만 ‘언제나 코카콜라(Always Coca Cola)’는 여전히 살아 자본주의를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글로벌 다국적 제품 광고로서 그 소재마저 너무 단조로워 보인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