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인강 같은 한국사-과연바람직하기만 한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9. 15:57

인강 한국사-과연바람직하기만 한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설민석 조선왕조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요즘 출판 트렌드의 한 현상은 강의와 책이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는 점이다. 두 가지 유형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인터넷 인기 강의자의 원고를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하나는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현장 강의 책을 만들어내는 경우다. 강의와 책이 결합하다보니 아예 처음부터 강연을 염두하고 책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동영상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책에도 반영되어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도 이러한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이는 동영상 강의 형태가 주는 장점이 책이 반영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살피기 위해서 현장강의와는 다른 동영상 강의의 특징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동영상 강의는 현장 강의처럼 그렇게 길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노트북이나 PC 더구나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듣는 경우, 오랫동안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런 스마트 모바일에 맞게 간략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한다. 강의실에서 몇 시간 동안 강의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대적 트렌드에 뒤처지는 것이다. 동영상 강의는 입말, 구어체로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요즘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것은 바로 강의가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하나의 연극적인 효과도 같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강의자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마치 현장에 있고 당사자들의 마음을 다 헤아린 것처럼 전해야 한다. 더구나 E때로는 현장의 인물들처럼 감정을 드러내거나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할수록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특징은 시각적인 영상화라고 할 수가 있다. 저자가 크게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영화 ‘명량’이 흥행을 할 때였다. 명량대첩 당시의 상황을 시각적인 그래픽과 강의를 결합한 동영상을 통해서였던 것이다. 즉 말로만 설명하던 이순신과 명령 대첩에 대해서 시각적인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어 영화의 이해는 물론 임진왜란당시 상황에 대한 역사적 지식을 습득할 수가 있었다.


한국사의 경우, 조선왕조실록만 해도 518년 역사를 담고 있다. 매우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동영상에 담기 위해서는 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이러한 점들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에 반영되는 점이다. 일단 이 책은 분명하게 왕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사실 왕을 중심으로 한 역사기술은 민중 역사의 관점에서 배척된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사 책이 유행했고 사극조차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 방식의 역사 기술이 대중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때, 지식의 전달에서는 중심인물의 등장이 효과적이다.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왕같은 특정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은 더 효과적이다. 왕이 군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왕이나 왕족 그리고 그 계승에 대한 관심 혹은 기대감은 대중심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는 것을 가리켜 스토리텔링 방식의 역사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도 이런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기본 내용은 조선왕조실록을 삼고 있어 텍스트의 토대를 확실하게 밝히면서도 그 중심은 태조부터 순종에 이르는 역대 조선 왕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 왕들이 어떤 출신이고, 어떤 이유에서 왕위에 오르며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스토리텔링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확실한 역사적 사실에 야사도 결합시키고 있다. 물론 야사는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자료이며, 무엇보다 그 안의 내용들이 대중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감각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정사에서는 근엄한 권위주의 때문에 다루지 못하는 내용들을 야사들은 가감 없이 다룬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정사보다는 더 진실에 가깝다는 인식도 있기에 대체적으로 역사적인 관점이 아니라 본래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옳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받아들이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을 시험문제나 논술문제에서 답으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정말 암기를 해야 하는 내용은 따로 뒤에 정리한다는 점에서 봤을 때, 구분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 사실의 나열보다는 왜 왕이 등극하고 그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련하여 인과관계를 중시했다는 점이 이해를 쉽게 하도록 만든다. 사실 나열에서는 짐작할 수 없는 뒷배경에 대해서 알 수가 있다. 이 때문에 비록 왕들의 상황이나 고민을 대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민이라고 충분히 상정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왕들도 가족문제 때문에 고민이었다는 점이 많이 부각이 되는데 이러한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구성적인 형식을 볼 때 책의 볼륨은 크지만, 동영상 강의 형태와 같이 한 챕터 당 양은 많지가 않고,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삽화나 그래픽을 이용하고 있다. 마인드 맵 방식으로 왕의 업적이나 주변 인물도와 맺은 관계성을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편집은 시원하게 했으며, 책 활자의 구성도 역시 조밀하지 않기 때문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서술 방식은 앞에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처럼 입말로 하는가 하면 요즘 상황에 비교하여 설명하거나 우리가 요즘에 사용하는 단어로 풀어서 설명하기도 한다. 마치 스마트폰으로 한국사 동영상 강의를 보는 것처럼 책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독자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질문을 뽑아서 따로 해답을 해주고 있어 마치 질의응답시간을 따로 할애하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근래에 유행을 했던 왜(Why)시리즈의 장점을 결합하고 있는 느낌도 준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책들은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주는 측면에서 유효하다고 할 수가 있다. 특히나 각각의 왕들이나 주요 사건에 대해서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거나 왕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조선 500년 동안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다만, 기존에 알려진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전문연구자가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를 담은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의 관점인지 이미 명확하다. 이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다라고 하는 신뢰성을 담보해줄 수 있지만 기록한 자들의 관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뒤에 집권한 이들의 시각이 개입되어 편집된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가 있다. 때로는 무리한 해석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인 추측이며, 종합적인 역사적 분석과는 거리가 먼 대목도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야사에 기반했을 때는 신뢰할 여지에 관련되어서는 동의할 수가 없는 측면도 있다. 여하간에 이 책은 전문연구자들이나 관련 학문의 종사자들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읽을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에 흥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기초적인 도서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더 심층적인 역사서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길라잡이다. 

어쨌든 이렇게 동영상을 보듯이 책을 보게 하는 저술과 출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책이 책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다른 미디어와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다른 미디어의 장점을 살려서 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 분야의 책이나 그런 책의 쓰임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언제나 책이 가지고 있는 짜임새와 집중성의 특징은 유효해야 한다. 그것이 책의 본령이며 생명력을 지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