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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7. 14. 06:48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의 남다른 점

 

한 장애인 시민단체에서 장애인식 개선 드라마 자문 회의를 할 때다. 해마다 장애인식 개선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이번에는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다룬 미니 드라마였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볼 것을 고려하여 제작한 드라마였다. 상영이 끝나고 발달장애인 단체 어머니 두 분이 먼저 드라마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두 분은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자문에 참여했다. 상업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아닐 수 있지만, 장애 인식개선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때는 반드시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시킨다. 그런데 두 분은 첫마디부터 분노와 원망의 어조가 터져 나왔다. 제작 과정에서 많은 것을 보여 드렸고, 반영을 원했는데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청소년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으니 다시 제작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였다. 이에 담당 간사는 무슨 말씀인지 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이상 장애 인식개선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니 너무 리얼하게 현실을 그리면 비장애인이 보지 않습니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연출하면 비장애인이 수용력이 떨어진다는 것. 비장애들이 많이 널리 보고 인식개선을 하려는 영상물이 외면을 받는 셈이다. 이런 역설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차이가 크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하기 위해 많은 팩트에 더 충실해지려 한다. 이에 비해 드라마는 사실보다는 맥락과 메시지가 중요하다. 현실과 팩트보다 재미와 몰입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캐릭터와 메타포,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결국 영상을 보는 이들이 잘 빠져들 수 있는 수용력이 중요하다. 학부모 두 분이 원했던 것은 다큐멘터리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다. 장애인 서사인데 밝고 경쾌하다. 그 속에 웃음과 감동이 있다. 이는 이전 장애인 영상물과 다른 점이다. 많은 장애인 관련 영상 콘텐츠는 어둡고 무겁다. 캐릭터의 표정은 물론 의상, 미장센 톤이나 공간 분위기는 물론 음악조차 그렇다. 이는 장애인의 현실의 진지하게 다루려는 것이지만 수용력은 낮아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장애인 가정은 빈민층에만 있지 않다. 대기업 가정에도 있다. 장애인의 상황은 다양하다. 자폐 장애도 스펙트럼이 넓다. 균일하지 않으니 거꾸로 장애인 당사자들끼리도 소통해야 한다. 영상 콘텐츠에서 장애인은 직업이 없지만, 우영우는 직업이 있는 장애인이다. 그것도 한국 사회에서 선망받은 변호사다. 하지만, 변호사라도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어려움을 겪어내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해결해 나간다. 다만, 장애인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갈등은 이분법적인 선악 구도로 동정과 차별의 극단이 교차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겉과 달리 장애인을 동등하게 생각하려는 조력자들이 있다. 다만 그들도 무조건 조력자가 될 수는 없다. 조직 속에 있고, 생계를 위해 오늘도 부지런하게 활동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므로 그 기여의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외모, 스펙보다는 내면의 역량과 품성이 더 생산성에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장애인을 천재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단지 우수할 뿐이다. 영화 레인맨의 천재는 없다. 상대적으로 지능이 높은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다. 그 주인공은 창조적이고 뛰어난 여성이다.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고래가 튀어 오른다. 드라마 굿 닥터가 남성 서사였다면, 여성 서사 중심이다. 그 안에는 캐릭터가 있다. 무엇보다 우영우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이제 장애인도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부여되어야 하고, 이는 장애 비장애의 통합성을 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자기 생각과 의견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초점이 있다. 더 이상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주인공의 리얼한 표정과 행동 몸짓에 연연해서 하지 않는다.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에 가해진 연기 압박은 이제 해방되고 있다. 우영우의 박은빈의 표정과 행동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다. 리얼리즘의 강박 장애를 벗고, 수용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우영우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는 선택적으로 있다.

 

고래의 등장은 압권이자 백미였다. 고래는 비단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고래를 매우 자세하게 알고 있을 뿐 비장애인과 같이 좋아할 수 있는 공통분모로 삼았다. 상처받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공통 관심사를 공유할 때 공감의 연대를 통해 적과도 하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리얼을 넘어 보편적 공감으로 인식은 물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 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수용력을 높인 대중 서사 전략으로 수많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가 하지 못한 엄청난 일을 이뤄가고 있다. 단 한 번으로 그칠 수 없고 장애인 캐릭터와 서사는 계속 진화되어야 한다.

 

글/김헌식(한국미래전략연구소 소장,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정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