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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이나영 결혼식 한국 결혼문화 바꾸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6. 1. 16:39


▲ 배우 원빈과 이나영이 지난 30일 강원도 정선에서 극비리에 결혼했다. ⓒ 이든나인 


스타들의 결혼식장은 연예 매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왜냐하면 스타들의 결혼식에 다른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 찾아다녀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스타들을 손쉽게 한자리에서 모두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결혼식은 이보다 좋은 시공간은 없는 셈이었다. 평소에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해 모습을 보이지 않던 스타들이나 연예인들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대어나 월척을 낚는 느낌일 것이다. 더구나 누가 올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더욱 흥미진진할 듯 싶다. 의외의 인물들이 등장한다면 더욱 대중적 관심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결혼식 주인공이나 결혼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낚이는 물고기가 아니다. 결혼 자체를 축하하는 마당에서 매체의 카메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평소의 관계를 생각할 때 참석을 안할 수도 없다면, 이를 견딜 수밖에 없겠지만 마음이 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편한 복장이나 메이크업 상태로 참석할 수도 없다. 세간의 입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스타들의 운명이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액세서리나 패션, 코디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연예인들이라고 항상 좋은 몸 상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혼식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은 상당해질 수 있다. 물론 사적인 이해관계를 위해 이용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부담감 때문일까. 변화의 흐름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 이나영 원빈이 3년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 결혼식은 비밀에 붙여졌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근래에 대중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원빈이 카메라와 매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최근의 스타들의 결혼식은 비밀결혼식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영애, 서태지, 이효리의 공통점은 모두 비밀결혼식을 했다는 점이다. 봉태규와 김나영, 윤정희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이 두 사람만 몰래 결혼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중심으로 결혼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밀결혼식은 한국사회의 결혼문화에 여러 가지 함의점을 준다.

우리나라 결혼식은 과시용으로 삼는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그것이 사회적 성공이나 입지를 나타내는 징표로 작동한다. 심지어 친구가 많이 오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 때문에 결혼식 하객을 돈 주고 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평소에 내왕이 없는 이들에게도 청첩장을 돌리기 일쑤였다. 결혼식이 경제적 목적으로 수단화 되었다. 결혼식을 목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축의금을 두고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한다. 애매한 관계일 경우에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결혼식에 초대받고도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였다. 특정 목적을 위해 수단화된 느낌이라면 충분히 불쾌할 수 있었다.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참여는 진정한 축하의 의미도 퇴색시켰다. 이른바 눈도장을 찍는 수준에 머물렀고 축의금 목록에 이름이나 남기는데 급급했다.  

스타들의 비밀 결혼식, 아니 비공개 결혼식은 이런 것과 거리를 두고 있다. 세 과시나 인맥 자랑용이 될 수 없었다. 일가친척만 참여시키면 더욱 손님초대 범위에 대한 갈등이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평소에 가까운 사람들만 초대한다는 각별한 의미가 더 크다. 얼굴만 비추거나 이름만 남기는 참여자는 아예 처음부터 배제되었다. 경제적인 목적은 아예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수단화되는 느낌은 더욱 없을 터였다. 진정 축하의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참여할 수 없으며, 진실한 마음 자세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공개 결혼식은 공간과 형식 그리고 이벤트 내용이 달라도 대동소이했다. 야외 공간에서나 전통방식의 결혼식을 한다고 해도 이런 과시형이나 경제형 결혼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미 기존의 공개 결혼식은 한계에 도달했고, 그것은 문화지체현상으로 보인다. 트렌드의 흐름에서도 이미 한참 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스타들의 비공개 결혼식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결혼식 문화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방향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추어 결혼산업도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