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좋아보이지만 우선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워크 앤 밸랜스'라는 말이 새해벽부부터 유행이다. 이는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의미는 간단하게 말한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반갑고 좋은 개념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말이 나오기 전부터 일과 휴식을 같이 병행해야 한다는 생각들은 많이 확산되어 있었다. 단순히 휴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좀 더 확장되고 있다. 휴식이라고 하면 꼭 어디를 가거나 즐겨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제는 삶을 챙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다.
예컨대 정시에 퇴근해서 자신의 취미 생활도 할 수 있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육아를 돕거나 나눌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시 퇴근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러 정부에서도 독려를 하고 있다. 휴가를 제때 찾고 누리며 눈치를 보는 문화를 없애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여전했다. 우선 정시 퇴근 등을 하는 기업들은 대개 대기업들이다. 이는 여유가 있는 기업들에서는 할 수 있다. 공공부문이라고 해도 여력이 있는 직원들에게만 해당한다. 정시 퇴근후에 남는 일든 하청, 외주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게 처우가 제대로 되고 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아니 대기업이라고 해도 워라밸을 찾는 직원들이 좋은 인사고과를 받아서 승진을 하고 향후에 성공적인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 조직 문화 자체가 이미 70년대의 군사노동문화에 기틀을 두고 았기 때문에 그런 조직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 비교하는 집단주의 문화, 수직하방적이고 서열 명령의 계통 문화가 강세인데 이런 것은 항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서 삶의 균형을 찾는다고 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 든다. 단순히 정시 퇴근 하고 카톡 노동을 일과 후 끊는다고 해서 삶의 균형이 회복될 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정시 퇴근이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것일까. 일은 조금 더 해도 수익 배분이 정당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중요한 것은 즐기면서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체와 주도성의 문제와 연관이 깊다. 이런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가 자기 스스로 주도적이 되거나 주체의 한 구성원으로 존재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의 자기 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적인 단계로 직장 생활을 전제하고 개인의 발전과 성장을 이뤄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수록 이럴수록 일은 혹사당하는 노동이 되며 직장은 억지로 다녀야 하는 공간이 된다. 이럴수록 직장에서 시간을 얼마나 보내는가, 빨리 퇴근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그것은 숫자로 표현되는 기계적인 양적 평가 측정에 불과할 뿐이다. 거꾸로 정시 퇴근을 강조하는 논리에는 회사에서는 그외의 후생복지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워라벨의 유행은 상대적인 박탈감이나 위화감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도 그렇다. 그런 유행어들은 대기업등 여유있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고 다른 기업과 차별화 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런 것을 시행하는 기업들을 부러워하며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우울해 할 것이다. 겉으로 꾸미는 장식적인 유행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규조나 갑질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결국에는 모든 이들의 워라벨을 맞춰주는 형평성의 조치가 되지 않을까.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약자의 조직체들은 너무나 많다.
글/김헌식(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