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내의 유혹> <꽃남> <과속스캔들><워낭소리>, 18금 영화와 가요의 공통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3. 19. 19:37

불황론’이라는 끝장 드라마
 
끝장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과 <아내의 유혹>(위부터)
<워낭 소리> <아내의 유혹> <과속 스캔들> <꽃보다 남자> 그리고 18금 영화와 가요는 각각 장르는 달라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경제 위기와 불확실성의 증대 그리고 불안 심리와 밀접한 현상이라는 것.

설명은 이렇다. 인간은 앞날이 불투명하고, 자기 통제성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유예하는 경향이 있다. 즉 본능적인 감각에 더 의존한다. 따라서 감각적인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개그콘서트>와 같이 아예 웃기거나 <과속 스캔들>처럼 유쾌하고 재밌게 만들면 된다. <꽃보다 남자>같이 머리 아픈 현실에서 벗어난 판타지를 지향한다.

한편 미래의 꿈으로 뛰기보다는 현 상황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본다. 최양락을 필두로 한 과거 코미디 스타들의 복귀는 재미와 복고의 귀환이며, <워낭소리>의 흥행 코드는 과거 향수다. 새롭게 공간에 나서기보다는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에 움츠린다. 또 이 답답한 현실과 실존적 고민들을 만든 장본인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나 <에덴의 동쪽>은 복고와 향수가 공존하는 복수극이다. <아내의 유혹>이라는 초스피드의 끝장 복수극은 <조강지처클럽>같이 결국 맥없는 복수극을 시시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18금’ 노이즈 마케팅 논란도 있다. 물론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제한하는 행위 탓도 있다. 더구나 인디레이블 지원이나 한국대중음악상의 사례를 보면, 선택과 집중의 문화정책 기조는 더욱더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 새삼 과거 정권을 그리워해야 할 판이다.

다만 한쪽에서는 보수 정권의 문화 검열 정책에 기대어 일부러 자극적인 홍보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지적도 했다. 끝장 콘텐츠가 인기를 끌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많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 때문에 이러한 끝장 드라마나 감수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끄는 것인지는 더 따져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힘든 경제적 상황이라는 명분을 들어 끝장 콘텐츠 제작 행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순간의 소모품이 전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어려운 자본 상황에서 값싸게 대중의 눈길을 모으는 방법이 가장 최선책이라는 근시안적 시각은 무시 못할 정도다.

사회적으로도 경제 상황은 좋은 명분이다. 그것은 흔히 약자에 대한 횡포로 이어진다. 비정규직과 여성부터 내보내고,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명분으로 임금을 줄인다. 고위 임원들의 임금과 배당 수익부터 줄이지 않고, 대졸 초임을 삭감할 뿐 아니라 기존 직원들도 압박한다. 상황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단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론을 들어 위법하고 불합리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는 끝장 드라마는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므로 더욱 퇴출해야 한다.

김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