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속의 하이테크놀로지

숨쉬는 옹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5. 6. 21:31


명인명품 <1>전통공예의 재발견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오진희 기자]

루이비통은 공예품이다. 그러나 단순한 공예품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인들은 루이비통을 일종의 고급 문화로 이해한다. 우리에게도 루이비통만한, 아니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는 보물이 있다. 우리의 전통공예품이다. 우리의 전통공예에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성장할만한 게 무수히 많다. 그 속에는 문화 정체성뿐만 아니라 '참살이'(웰빙) 형태와 '친환경'이라는 독특한 유전자(DNA)가 담겨 있다. 또한 뛰어난 예술성, 심미성을 지녀 인류가 지향할 디자인의 미래가 있다. 우리의 전통공예는 인류에게 '오래된 미래'의 하나다. 우리 전통 공예산업은 명품을 탄생시키는 원천이며 21세기 지식문화기반산업으로 녹색산업, 문화관광산업, 지역특화산업, 디자인 창조산업 등과 연관된 신성장동력이다. 전통공예를 생산, 보존, 전승하는 장인들, 그들의 장인정신이 발현된 진정한 명품을 통해 창조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매년 4월초 이태리 밀라노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와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열린다. 밀라노디자인위크에는 가구박람회장을 중심으로 밀라노 시내 전역에서 패션, 전자, 자동차, 통신 등 세계적인 기업이나 국가가 전시관을 운영, '명품 및 디자인 트렌드 경연'이 펼쳐진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도 핸드폰 등 IT제품, 자동차를 전시하며 디자인 능력을 겨룬다.

◆세계를 열광시킨 새로운 '한(韓) 스타일'=올해도 예외 없이 다양한 제품이 등장, 세계 관광객 30여만명 앞에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 밀라노 경연장에서 특히 눈길을 끈 제품은 루이비통도 아니고, 벤츠와 아이폰도 아니었다. 처음으로 해외에 선보인 '한국 공예작품' 50여점이 뛰어난 솜씨와 디자인, 작품성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밀라노디자인위크 '이태리 트리엔날레 디자인전'에 나선 도자, 금속, 목가구 등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에는 수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세계적인 디자인 평론가인 '크리스티나 모로치'는 한국공예에 대해 "귀 기울이고 싶어지는 심오한 이야기가 담겼다. 먼 과거로부터 와서 함께 미래를 향해 가야할 이야기"라고 정의하며 "유행과 양식을 초월하는, 옛 것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외국 관광객들도 새로운' 한(韓) 스타일'에 열광했다. 백자 의자, 달 항아리 , 옻칠 콘솔, 한복, 이부자리, 한지, 은입사 향로, 모란당초 나전 2층장, 소반, 건칠 항아리, 궁중채화 등 장인들의 전통공예품은 한류의 새로운 장르로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다. 법고창신전의 손혜원 총감독은 "전통 공예작품은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가치를 더해가는 것으로 전통이 없는 민족문화는 뿌리가 없는 것과 같다"며 "한국 공예의 깊이와 전통을 비로소 외국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밀라노전에서 한류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 지, 여러 분야에서 급성장한 한국의 힘을 어디서 비롯됐는 지 세계인에게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세계인이 상상할 수 없는 '삶의 기술'들=전통은 오래전부터 몸과 몸으로 체득해 이어온 '삶의 기술'이다. 또한 그 기술이 발현해온 정신이다.특히 전통공예에는 문화적 정체성과 산업적 가치가 동시에 녹아 있다. 간혹 우리는 '한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상품이 부족하다고 개탄한다. 또한 프랑스의 와인이나 이태리의 피자처럼 우리도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담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개탄 이전에 우리것을 과연 우리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부터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온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돌'은 우리만의 고유한 주거양식이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과 옥스퍼드 사전에는 'ondol'로 표기돼 있으며 '한국의 고유한 바닥 난방장치'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현재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신축된 주택의 절반 이상이 온돌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온돌 사용을 권장하고 양로원 등에는 아예 의무적으로 온돌을 적용토록 법제화했다.중국이나 미국 등에서도 온돌방식을 적용한 주택은 '고급' 혹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긴다. 이미 일본에서는 온돌 사용이 피부 질환, 감기ㆍ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 고급 양로원의 선택기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우리 조상들이 이뤄온 '참살이' 전통을 바탕으로 온돌산업을 육성하느라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온돌은 우리 삶의 방식에 스민 DNA가 어떻게 산업화, 세계화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또한 우리 전통이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과 가치를 제시해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준다. 

또 다른 예로 '옹기'는 세계 어디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바로 '숨쉬는 항아리'라는 점이 그렇다. 음식전문가들은 옹기가 없었다면 김치 등 발효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는 옹기를 김치냉장고라는 세계 유일무이한 상품으로 전환해 사용 중이다.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인 '아주 오래된 미래'=한국 나전칠기를 만나는 세계인들은 누구라도 높은 예술성에 감탄한다. 나전칠기는 예전엔 우리 곁에서 삶과 함께한 세간살이다. 이처럼 세간살이로 쓰던 모든 전통제품에는 미래적 가치와 산업적 가치, 높은 감성이 담겨 있다. 한식, 한옥, 한복 등 의식주 생활 전반에 녹아 있는 전통 공예품에는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참살이'(웰빙) 방식과 '친환경성'이라는 독특한 유전자(DNA)가 내포돼 있다. 온돌이나 김치가 그러하듯 전통공예품은 세계 시장을 이끌 명품, 새로운 디자인 전략을 제시할 모태다. 한 예로 고려 청자나 조선 백자 등 한국 전통 도자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성과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미 수많은 도자기 장인들이 그 빛깔, 품격을 재현해 상품화시킨 지 오래다. 아직은 세계 세라믹시장의 중심을 흔들지는 못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다.

전통공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전통 공예는 민족의 정체성을 계승하고 표현하는 예술적, 문화적 속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적 특성의 문화산업이다. 특히 국가를 상징하는 제품은 소장가치가 높고, 관광 수지와 국가 이미지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고급 브랜드 가치가 있는 명품으로 도약할 수 있다. 공예산업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수작업 대 기계작업, 한정생산 대 대량생산, 예술성 대 실용성, 심미성 대 기능성, 전승 대 창작, 전통성 대 창작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양면적 특성으로 그 영역이 광범위하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타 산업과 구분되는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농업, 관광, 디자인, 명품 등과 관련 있는 새로운 고부가치 잠재산업이다. 전통공예는 바로 창조경제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줄 문화콘텐츠다. 

◆ 세계 각국의 문화 보존 추세는=최근 세계 각국의 문화 보호는 유형 문화 중심에서 무형 문화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과거에 건축물 등 유형문화를 보호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유네스코 등도 지역 문화 원형을 발굴, 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형적인 유산은 생명이 유한하다. 그러나 무형 유산은 사람을 통해 전달되며 장인의 기술로 이어진다. 또한 시대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제도 등에 따라 시간을 뛰어넘으며 창조적 형태의 에너지가 더욱 발전한다. 그것이 발현된 게 전통공예품이다. 여기서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을 국가가 보호, 육성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에겐 온돌, 옹기처럼 세계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다.전통 공예품은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과거 기능성과 상품성에 의존, 손 쉽게 버리고 지키지 않은 것들이 많다"며 "수천년 이어온 기술이 배어 있는 전통 공예와 장인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최 교수는 "1960년대 문화재 보호법이 생겨 장인들은 '무형문화재'로 우대하면서 그나마 전승이 조금씨 유지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인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토로한다. 장인은 전통제품 한 분야에 집중해 몸과 정신, 기술로 이어가는 사람이다. 장인중에는 돈과 무관하게 절대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완성을 꾀하는 이다. 수많은 전승공예가들은 바로 장인정신이 오늘날 우리가 되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고 설명한다. 전통 공예는 전 문화 영역을 망라한다. 도자공예, 유리ㆍ석공예, 금속공예, 목ㆍ죽세공예, 종이공예, 섬유공예, 가죽공예 등은 물론 의식주 생활 전반의 상품들이 포함한다. 여기에는 개인 및 작가, 취미 종사자들이 즐비하며 수많은 장인들이 숨어 있다. 특히 장인들은 공연, 공예, 언어, 생활속에 무형문화의 가치를 전승하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장인들의 명품은 이를 보존하려는 문화 능력 없이는 태어날 수 없다. 장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구되는 때다. 

이규성 기자 peace@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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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외고산 옹기마을
국내 최대 집산지…42개 국 참가 엑스포 열어
높이 2m30, 둘레 5m20, 0.7t 짜리 ‘세계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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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란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유약(잿물·나무를 태운 재와 낙엽 썩은 흙을 섞어 만듦)을 입히지 않고 구워 광택이 없는 것이 질그릇,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광택을 낸 단단한 그릇이 오지그릇이다. 질그릇 사용이 줄면서 옹기는 오지그릇을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다. 
찰흙(점토)을 반죽해 무수히 치대고 늘였다가 겹쳐 다시 치대기를 반복한 뒤 항아리나 그릇을 빚어 잿물을 입히고 섭씨 1200도 이상의 고온에 구워낸 토기가 옹기다. 
  

 
한국전쟁 직후 자리 잡아 1960~70년대 전성기
  
옹기 문화는 세계 각국에 있으나, 대개 찰흙을 그냥 주물러 그릇을 만들고 굽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옹기와 차이가 난다. 옹기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어 공기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숨쉬는 그릇’으로 불린다. 옹기 항아리에 음식물을 보관해 온 선조들의 지혜가 여기 숨어 있다.

 
전통 옹기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울산시 온양읍 고산리 외고산 마을로 가을 여행을 떠나 보자. 전국에 몇 남지 않은 옹기마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곳이자 국내 최대 옹기 집산지다. 마을 빈터와 골목 거의 전체가 숱한 옹기 항아리들과 이색 옹기 작품, 옹기 굽는 가마, 현대식 옹기 제작 공장, 전시관 등으로 뒤덮이다시피 한 마을이다. 

옹기 제작 경력 30~50년의 장인 8명으로 구성된 기능 보유단체 ‘울주외고산옹기협회’(울산옹기장·시 무형문화재 제4호) 주도로 한국 전통 옹기의 맥을 잇고 있다. 장인들은 전통가마와 현대식 가마를 이용해 생활용 그릇·항아리와 개성을 담은 옹기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이 마을이 옹기마을로 자리잡게 된 건 한국전쟁 직후 부산 일대로 몰려든 피난민들의 옹기 수요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옹기 장인들도 부산 주변에 자리잡기 시작하는데, 울산 고산리엔 1957년 허덕만이라는 영덕 옹기장이 이주해 와 후진을 양성하면서 옹기마을로 발전했다. 1960~70년대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옹기 장인들이 몰려들어 최전성기를 이뤘다고 한다. 70년대엔 고산리에서 외고산으로 분리해 나오면서 200여가구가 모여 사는 큰 마을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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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행사 열고 옹기 만들기 대회도

 
그러나 가볍고 값싼 플라스틱의 보급으로 옹기마을을 다시 쇠퇴하기 시작해, 장인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100여가구만 남았고, 40여집이 옹기 제작에 참여해 옹기마을의 전통을 잇는다.

 
옹기가 다시 주목을 받은 건 90년대 들어 전통문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다. 최근엔 ‘숨쉬는 그릇’ 옹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 등 재조명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는 외고산옹기협회를 결성한 뒤 해마다 옹기축제를 열어 장인들의 솜씨를 발휘해 오고 있다.

 
올해엔 외연을 넓혀 세계 각국의 옹기쟁이들이 대거 참가하는 국제행사 ‘울산 세계 옹기문화 엑스포’를 선보였다. 제10회 외고산 옹기축제와 함께 여는 행사다. 
10월24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에 참가하면 우리나라 옹기의 과학성과 그 원리는 물론, 일상생활에 쓰인 각종 옹기류, 장인들이 개성을 발휘해 만든 국내 현대 옹기 작품들과 뉴질랜드·네팔·우간다 등 각국 장인들의 작품들까지 둘러보며 옹기 문화의 세계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곳곳에서 옹기 제작과정의 일부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초등생·대학생·가족들을 대상으로 옹기 만들기 대회(15~17일)도 열어 푸짐한 상품과 상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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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경력 장인이 ‘5전 6기’ 끝에 성공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 옹기문화관과 옹기로드관이다. 문화관에선 옹기의 역사와 기능성, 각 지역 옹기들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물을 채운 옹기 외벽에 공기압을 가하면 안에서 기포들이 무수히 발생하는 모습을 통해, 미세한 기공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옹기로드관은 일상생활용품으로서 쓰임새별로 다양한 옹기류를 만나보는 곳이다. 마야문명의 임신·출산의 여신 ‘익스첼’상 등 세계 각국의 전통 옹기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옹기로드관을 안내하는 고성광(전통옹기 연구가)씨가 말했다. “이게 똥장군(밭에 인분을 담아 나르던 옹기), 이건 물항아리입니다. 지게로 져나르는데, 지게 다리 위에 알맞게 놓일 수 있는 모양과 크기죠. 생김새가 똑같지요? 손잡이 꼭지의 유무로 구별합니다. 똥장군엔 꼭지가 달려 있어요. 이거 착각하면 큰일 납니다.”

 
마을 옹기 가마 뒤쪽에선 높이 2m30, 최대 둘레 5m20, 무게 0.7t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옹기도 전시돼 있다. 2009년 3월부터 6번의 시도 끝에 제작에 성공한 초대형 옹기 항아리다. 자체 무게 때문에 자꾸 무너져내려, 밑부분을 만든 뒤 숯을 넣어 일정한 시간 동안 굳힌 뒤 다음 부분을 쌓고, 전체적으로 섭씨 1200도 이상의 열을 가하는 소성(굽기)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제작을 맡아 ‘5전 6기’에 성공한 옹기 장인 신일성(67)씨가 말했다. “이건 기적이라예. 하중 때민에 자꾸 균열이 생겨노이께네 애 참 마이 먹은 옹기라예.” 신씨는 1963년 영덕에서 이 마을에 들어와 정착한 50년 경력의 옹기 장인이다.

울산시는 한국기록원의 ‘국내 최대 옹기 인증’을 거쳐 곧 영국 기네스협회에 관련 자료를 보내 ‘세계 최대 옹기 인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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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한경비즈니스

[쇼핑 트렌드]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친환경 전통옹기 인기

옛 선조들은 주식과 부식, 조미료, 음료수 등의 저장용구로 옹기를 사용해 왔다. 옹기란 진흙만으로 반죽해 구운 후 잿물을 입히지 않아 윤기가 나지 않는 질그릇과 질그릇에 잿물을 입혀 구워 윤이 나고 단단한 오지그릇을 말하는데,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사용해 온 옹기는 세계에서 우리 한민족만이 가지는 독특한 음식저장 용기라고 한다.

최근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에 관한 소비자의 자각이 높아지고,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친환경 전통옹기가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인터파크(www.interpark.com)에서는 친환경 전통옹기의 매출이 전년대비 25% 증가했다. 이는 전월 동기대비 판매량이 35% 증가한 수치로 하루 평균 판매량으로 따지면 80~100개에 달하는 수치다.

옹기의 가장 큰 장점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는 ‘숨 쉬는 그릇’이라는 점이다. 물은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기는 통과시켜 김치와 곡식, 장류 등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이나 일반 일회용품과 달리 다이옥신이나 환경호르몬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그 수요가 감소하던 김치 항아리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에 의해 애용되고 있다. 황충길 명장이 조선 잿물 기법으로 빚은 ‘전통 예산옹기 장독 특대5호’(20ℓ, 5만8000원선)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양질의 점토를 잘 혼합해 만든 무공해 용기로 현대감각에 맞게 뚜껑에 손잡이가 있어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제품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옹기는 가마에 구울 때 변형이 적고 음식 저장 시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어 식품의 발효와 저장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볼록한 모양으로 제작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장고용, 식탁용 등으로 실용성을 추구하면서 디자인에 변형이 가미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네모난 모양으로 냉장고 수납이 용이한 ‘사각 김치 항아리’(4만6000원선)가 그것. 배추 2포기(통배추)~2포기 반 정도를 보관할 수 있으며, 일반옹기보다 가볍게 만들어져 무겁지도 않다. 냉장고 보관 및 식탁 겸용의 항아리 모양 미니옹기 ‘김치단지 세트’(4만9200원선)도 있다. 200g 용량의 미니옹기와 450g의 소형옹기, 700g의 중형옹기, 1100g의 대형옹기 등 4가지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냉장고용 전통옹기는 냉장고의 냄새문제를 해결해 줄 뿐 아니라 무공해 무독성 자연주의 제품으로 제대로 익힌 김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옹기는 쌀독으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황토옹기를 이용할 경우, 쌀벌레도 덜 생기고 쌀을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 100% 황토 흙으로 만든 ‘숨쉬는 황토 쌀독’(3만900원선)은 인터파크 황토쌀독 1위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쌀, 콩, 보리 등 20kg의 곡류를 보관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한국건자재시험 연구원의 정식검증도 거쳤다. 표면에 산수화가 그려진 ‘여주 이천 황토쌀독’(3만1800원)은 환경친화적이고 통풍효과가 좋은 황토 쌀독의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제작해 불순물이 없고 강도가 뛰어나며 25kg의 곡류를 보관할 수 있다.

친환경 전통옹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산지이다. 중국산과 같은 저가 상품의 경우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산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국산의 경우라도 시험연구원의 시험성적서를 받은 제품인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친환경 제품의 경우 일반제품과는 달리 항균, 탈취 등의 기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공정을 거친 제품은 전통옹기의 중요한 기능인 통기성이 없어 음식을 넣어놓으면 발효도 되지 않을 뿐더러 음식이 썩어 나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김장용기의 경우에는 디자인보다는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고, 쌀독의 경우에는 예전과는 달리 인테리어 기능으로 많이 활용하므로 쌀통의 전사무늬 등 디자인을 고려하고 구매하는 것도 좋다.

김명권 인터파크 주방·생활 카테고리 매니저


[한국의 老鋪] 통풍·방수 OK…옹기의 과학

옹기 빚기의 첫 공정은 점토의 매질인데 점착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이어 돌이나 불순물을 골라내는 께끼질로 옮겨간다. 모래나 돌부스러기는그대로 남는데 이런 미세한 불순물이 도자기와 달리 옹기의 숨구멍(기공)을 확보하는 매개로 작용한다.성형이 된 옹기는 20시간 정도 말린다. 그런 다음 유약을 입혀 큰 옹기는1주일, 작은 것은 4, 5일 정도 더 말린 뒤 가마에 넣는다. 잿물유약은 소나무나 참나무를 태운 재에 황토성분의 약토와 맥반석을 넣어 만든다. 볏짚이나 나뭇잎에서 나온 재는 절대 금물이다. 재래식가마와 달리 기름가마는 하루에 한 번 11~12시간 불을 지피면 된다.처음 5~6시간은 섭씨 600도에 이를 때 까지 서서히 불을 땐다. 온도가 700도에 이르면 옹기는 붉게 달구어진다. 이 때부터 다시 5~6시간 더 불을지펴 1,200도에 다다르면 옹기는 하얗게 변한다. 불이 잘 먹었다는 징표다.옹기의 통풍성과 방수기능은 KBS가 한 연구소와 공동으로 과학적 분석을통해 입증한바 있다. 옹기의 통풍성은 옹기 내부에서 바깥으로 나 있는 숨구멍이 좌우한다. 잿물유약은 방수기능과 숨구멍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잿물유약이 잘 발라진 부분은 방수기능이 완벽하고 덜 입혀진 곳에는 숨구멍이 확보된다.숨구멍은 점토를 매질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모래나 돌부스러기 등 굵고 거친 입자에 집중 분포돼 있는데 이런 부위에는 잿물유약이 잘 먹히지 않는다. 숨구멍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옹기는 결코 새지 않을 뿐더러 빗물이 스며들지도 않는다. 공기는 받아들이되 물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다.

옹기 입자크기가 빗물 입자의 2,000~2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산소와 소금 등의 입자는 옹기입자의 1만분의 1도 못 된다. 숨쉬는옹기의 비밀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옹기는 식품의 신선도와 보존성을 높여주고 김치나 간장, 된장 같은 발효식품의 숙성을 돕는다.

'숨쉬는 특성'이 때론 부패 유발

민속품의 지나친 신비화 우려감


◇ 바이오&사이언스

전통적인 옹기의 `숨쉬는 특성`이 우리 학생들과 교사들의 과학탐구 과제로 인기가 높은 모양이다. 옹기에 넣어둔 식품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작은 `숨구멍`을 통해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옹기의 투박한 모습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도 대단하다.

옹기(甕器)는 우리 선조가 선사시대부터 쓰던 질그릇과 오지그릇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옹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붉은 진흙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옹기의 용도는 정말 다양하다. 된장, 간장, 물, 술, 곡식을 넣어두는 항아리는 물론이고 떡을 만드는 시루, 소주를 증류하는 소주고리, 농사에 쓰던 장군을 비롯해서 그야말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 옹기는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생활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다. 옹기가 없었다면 우리 선조의 삶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우리의 옹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 옹기의 역사와 용도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그랬다. 그런 옹기가 우리의 생활이 도시화되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웅기의 장점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는 없다. 사실 진흙을 빚어서 만든 토기(土器)나 그런 토기를 낮은 온도의 불에 구워서 만든 도기(陶器)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고대 문명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토기에 간단한 무늬를 파기도 했고, 다양한 유약(釉藥)을 발라서 굽기도 했다. 물론 토기와 도기의 재료와 품질은 지역에 따라 크게 달랐다. 그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흙과 유약을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옹기의 `숨쉬는 특성`은 우리 옹기만의 독특한 특성은 아니다. 모든 토기와 도기에는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구멍은 옹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옹기의 재료로 사용하는 진흙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이다.

그런 구멍을 통해서 공기가 드나드는 것이 식품의 저장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어설픈 것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전통식품의 발효는 산소가 필요 없는 혐기성(嫌氣性) 박테리아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발효에는 공기의 출입이 방해가 된다. 숨구멍을 통해 드나드는 공기가 자칫 우리가 원하는 발효 대신 원치 않는 부패를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옹기의 작은 구멍이 우리 몸에 나쁜 불순물을 제거해준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옹기의 작은 구멍이 분자들을 붙잡아두는 흡착제의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옹기에 넣어둔 식품의 양에 비해 옹기 내부의 면적은 턱없이 작아서 흡착이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옹기의 작은 구멍이 특별히 우리 몸에 나쁜 것만 가려내 줄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구멍이 식품을 오염시키는 세제와 비누 성분의 제거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숨을 쉬도록 만들어준다는 작은 구멍이 자칫하면 고약한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화려한 예술성을 자랑하는 자기(瓷器)와 달리 옹기는 값싸고 쉽게 만들어 사용하던 서민 생활용품이었다. 처음부터 예술성보다 실용성을 추구했던 셈이다. 그렇다고 옹기에서 예술적 가치를 절대 찾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민속품이 그렇듯 우리의 정서가 듬뿍 묻어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민속품의 예술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과학까지 들먹이면서 신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덕환 교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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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밥을 먹던 중 말했다. 그는 가정마다 달랐던 김치의 맛이 언제부터인가 획일화되었다고 한탄했다. 가족의 겨울을 책임지던 음식인 김치는 어머니의 손을 떠나 공장에서 '양산'되고 있다.

이에 더해 김치냉장고 열풍이 김치 맛 동일화 현상에 불을 지폈다. 집집마다 땅을 파서 묻어놓았던 옹기는 토양과 호흡하며 김치를 숙성시켰지만,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김치냉장고는 공장 김치의 맛을 유지시켜줄 뿐이다. 김치가 우리의 문화이듯, 옹기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다.

옹기는 흙으로 빚은 그릇이다. 자연의 향기를 머금고 있는, 소박하고 정감이 가는 우리네 고유의 용기다. 식물을 지탱해주는 토지가 원료인 만큼 생명을 해치지 않고 보듬는다.

옹기는 꽉 막혀 있는 듯 보이지만 천천히 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곡물을 장기간 넣어두어도 상하거나 썩지 않는다. 또한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젓갈 같은 전통음식의 '발효'도 옹기의 작품이다. 현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자연의 능력이 옹기 안에 고스란히 내재돼 있다.


마당이 있는 가옥에서 여러 가구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으로 주거의 형태가 바뀌면서 아쉽게 사라진 것 중 하나가 장독대다. 한 집안의 음식 맛을 결정한다는 장맛은 김치처럼 이미 평준화됐다. 기껏 장을 담가도 보관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구입해서 먹을 수밖에 없다.

슈퍼마켓에는 한국인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고추장부터 찌개의 구수한 맛을 살려준다는 된장까지 구비돼 있으니 굳이 품을 팔 이유가 없다.

직접 만든 장(醬)이 설 자리를 잃고 나니 옹기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 편리함만을 좇다 보면 전통은 이런 식으로 방치되고 서서히 세인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게 된다.

온양읍 옹기마을은 국내 옹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고장이다. 마을 여기저기를 장독 뚜껑이나 작은 옹기로 장식해놓은 모양새가 범상치 않다.

옹기마을은 1958년에 자리를 잡기 시작해서 한때는 400명이 넘는 도공들이 활약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이후 상권이 발달한 부산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해 경상북도 지방의 도공들이 터를 닦았던 것이 옹기마을의 시초가 됐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의 흙은 소진됐고 옹기의 재료는 다른 지역에서 운반해 오고 있다. 또한 옹기를 빚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차 줄어서, 지금은 아홉 집에서 30명 정도만 일하고 있다. 과거를 잇는 작업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없는 탓이다.

공장에서 간단하게 뚝딱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기에, 옹기는 시종일관 인간의 세심한 손길을 거친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옹기는 투박해질 대로 투박해진 손을 통해서 탄생한다.

특히 커다란 옹기는 수작업으로만 제작이 가능하다. 흙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 나가면서 형체를 잡고, 넓적한 쇠붙이로 표면을 평평하게 매만져주면 전체적인 모양이 완성된다.

이렇게 성형이 끝난 옹기를 그늘에서 이틀간 말리고 유약을 바른 뒤 다시 한 번 1∼2주간 수분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1200℃의 가마에 옹기를 집어넣고 구워내면 살아 숨 쉬는 옹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옹기는 대량생산된 것보다 당연히 가격이 비싸고 숨구멍이 많으며 내화성이 뛰어나다. 이곳에서 생산된 옹기는 일본으로도 수출되는데, 일본에서는 옹기장이가 거의 사멸했다고 한다.


사실 옹기는 도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고 변변치 않은 듯하다. 하지만 옹기와 도기는 목적과 용도가 아예 다른 물건이다. 도기는 관상용이어서 겉모습이 중요시된다. 두세 번씩 굽고 문양도 세심하게 그려 넣는다.

반면에 옹기는 두고두고 감상하려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한' 물품이다. 예술성이 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실용성이 우선이다. 애벌구이로 끝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정이 단순한 것 같지만 들어가는 공은 어슷비슷하다. 하지만 옹기든, 도기든 흙과 우리 문화의 귀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매한가지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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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손맛 담긴 옹기 5000여개

[서울신문]

“신석기시대의 대표적인 토기는?” 중학교 역사 시험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문제다. 정답은 ‘빗살무늬토기’. 이 땅에서 농경이 시작될 때 씨앗을 담았던 최초의 옹기(甕器)다. 옹기는 간장, 된장, 김치 등 우리의 독특한 음식을 저장하는 용구로, 제조 기능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소박하고 정겨운 옹기에는 안주인의 살림 솜씨가 묻어 있다. 장독대를 지키던 옹기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와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최근 옹기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서 옹기엑스포 개막

찾아간 곳은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 6·25전쟁이 터지자 영남 일대에서 옹기를 굽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지금까지 전통 방식대로 옹기를 제조하고 있는 곳이다. 30일 이곳에서 ‘울산 세계 옹기문화 엑스포’가 막을 올린다. 50년 동안 옹기를 만들어 온 신일성(67·무형문화재 제4호)씨는 전통기법에 따라 찰흙을 발로 반죽하고 있었다. 부채처럼 펼쳐지는 반죽이 내려칠 때마다 찰기를 더해 갔다.


반죽을 바닥에 메치는 판장질과 물레작업으로 모양이 드러나는 옹기는 사나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린 뒤 천연 잿물을 입혀 전통 ‘뻘통가마’에서 1주일 동안 굽는다. 신씨는 지난해부터 전통 옹기가마 복원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전통 가마는 내화 벽돌을 황토로 붙이고 틈새를 옹기조각으로 메우는 고난도의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통기성·정화력… 전통과학의 결정체

한때 기술을 전수받으려는 사람이 없어 옹기 제조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울산시가 지난해 옹기 제조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 명맥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저장과 발효용으로 요긴하게 쓰이는 옹기는 흙과 잿물, 구워 내는 가마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신씨는 “잿물을 발라 구우면 결정수가 빠져나가면서 숨구멍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통기성과 정화 능력이 있는 옹기는 전통 과학기술의 결정체이며 ‘숨 쉬는 바이오 그릇’이다. 농촌진흥청 한귀정 발효이용과장은 “숨 쉬는 옹기를 사용해온 우리나라는 발효·숙성 음식의 종주국”이라면서 “항아리의 불룩한 부분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 고른 온도를 유지하도록 해 음식의 변질을 막고자 친환경적으로 고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옹기는 대대손손 백성들과 함께해 온 민족의 그릇이다. 청자나 백자처럼 우아하지는 않지만, 투박한 빛깔과 불룩한 몸통에서는 흙의 숨결이 느껴진다. 그래서 옹기는 자연과 우리의 삶을 이어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글 사진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

옹기는 선사시대의 질그릇이 발전ㆍ변화된 용기로 잿물을 입히지 않고 700℃안팎으로 구운 질그릇과 잿물을 입혀서 1200℃안팎의 고온에서 구운 오지그릇을 일컫는다.

우리의 옹기는 사계절이라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각 지역의 풍토에 맞도록 배가 부른 모양으로 만들었다. 이 형태는 바로 태양열과 복사열은 물론이고 장독대에 놓인 옹기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통풍이 이루어져, 고른 온도를 유지하게 하여 옹기 속에 들어있는 음식의 변질을 최대한 막도록 고안된 장치인 것이다.

21세기의 건강식품으로 대두되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김치는 식물성도 동물성도 아닌 묘한 복합음식으로 칼슘과, 인, 비타민 등이 풍부하며, 채소 본래의 영양가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맛과 향을 지닌 한국 고유의 발효과학 식품이다. 이러한 김치를 오랫동안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하여 만든 것이 바로 김치냉장고이다. 김치의 우수성으로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한국형 전자제품인 김치냉장고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숨쉬는 옹기인 김장독에서 나왔다.

옹기가 구워지는 단계를 보면, 150~300℃에 수분이 제거되고, 300~400℃에 유기물질이 타며, 500~800℃에 결정수가 빠져나간다. 1050℃에 환원분위기로 바뀌고, 1200℃에 마감단계가 된다. 옹기의 내부에 있던 결정수가 높은 온도로 가열됨에 따라 증발되어 생긴 증발통로와 빠져나간 자리가 옹기의 기벽에 존재함으로써 옹기 안팎의 공기가 순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굽는 시간이 길고 온도가 높아지면 석영이 커지고 류사이트(leucite)가 형성되는데, 이로써 옹기의 기벽에 통로(기공)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공의 크기는 1~20마이크로인데, 신선한 공기인 산소는 0.00022마이크로로 쉽게 드나들 수 있으며, 빗방울은 기공의 2000배 이상의 크기로 내부에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공을 통하여 산소가 공급되는데, 옹기가 요즈음 숨을 쉰다는, 소위 바이오로 상징되는 그릇 그 자체인 것이다.

이러한 옹기의 원리와 김치냉장고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김치에는 류코노스톡(Leuconostoc) 유산균이 있어 특유의 상큼하고 개운한 맛을 낸다. 김치유산균 DNA 분석 결과 3속 15종의 다양한 유산균이 김치 맛 생성에 작용하며 김치유산균 중에서 류코노스톡균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류코노스톡균은 갓 담근 김치에서 보통 1㎖당 1만 개체(cfu/㎖)에 불과하지만 숙성시킬 경우 6000만 개체(cfu/㎖) 안팎으로 늘어난다. 특히 류코노스톡균 숫자의 변화는 김치의 보관, 숙성온도에 따라 편차를 보인 가운데 영하 1℃ 상태에서 4개월 이상 1000만 개체 안팎의 수치를 고르게 유지하기 때문에 김치가 시지 않고 상큼한 맛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2월~2월까지 땅속 30㎝ 지점의 평균 기온이 영하 1℃ 정도인데, 숨쉬는 옹기에 김치를 담아 땅속에 묻는 것은 류코노스톡균이 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옹기가 바로 김치 냉장고인 것이다.

김치냉장고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가 열고 닫을 때 온도변화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처럼 위에서 열고 닫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이것은 옆으로 열었을 때 대류현상에 의한 온도변화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함이다. 김장독의 경우 땅속에 묻고 뚜껑이 위에 있기 때문에 열었을 때 공기의 유입이 최대한 억제되어 온도변화가 거의 없는데 이러한 원리를 김치냉장고가 응용한 것이다.

김장독은 적정온도의 지속적인 유지와 산소를 계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필요한 식품의 발효와 저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필수품이었고,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과학슬기를 현대과학과 잘 접목시켜 오늘날 여러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산업화에 성공시킨 것이 바로 바이오 세라믹과 김치냉장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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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까지 설화문화전 

옹기의 영어표기는 'Onggi'로 청자(Celadon)나 백자(White porcelain)와 달리 국어 발음이 그대로 쓰인다. 한국이 가진 고유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옹기토로 만들어 숨을 쉬는 그릇인 옹기는 방부성ㆍ발효성ㆍ정화능력을 갖고 있는 과학적인 저장용기이며, 문화재청이 꼽은 우리 민족 100대 상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생활과 주거환경의 변화로 장독대는 사라지고 옹기의 설 자리도 점점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브랜드 설화수가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의 만남을 주제로 매년 기획하는 '설화문화전'이 6회째인 올해 주제를 '흙, 숨쉬다. 옹기'로 정하고, 11월3일까지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옹기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연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옹기장 배연식이 내놓은 '푸레도기'는 '푸르스름한 도기'라는 뜻의 궁궐용 발효저장 용기인데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장식성과 조형미를 갖추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정윤석의 '큰독'에는 선조들의 땀과 노력, 옹기의 전통을 나누고픈 간절함이 담겼다. 또 충남 무형문화재 옹기장 방춘웅의 '김장독'은 자식들 배 곯을까 걱정하시던 어머니의 사랑을, 제주 옹기장 김청길의 '죽허벅'(장례 때 사돈집에서 팥죽을 가져와 조문객을 대접하던 옹기)과 '대바지'(아이들이 사용하던 옹기)는 이웃과 나누던 정감어린 생활상을 보여준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옹기장 허진규의 '물두멍'은 푸근함과 넉넉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옹기장 이외에도 미디어아티스트 양민하, 현대 도예가 권진희ㆍ이기욱, 가구디자이너 황형신, 산업디자이너 SWBK 등 5팀이 참여해 옹기를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했다. 전통 한옥 구조의 학고재갤러리 건물과 투박하지만 세심한 옹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전시다. (02)794-1558 

조상인기자 ccsi@sed.co.kr


/ 박건영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지금쯤 김장김치가 옹기(항아리)에서 잘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채소를 먹기 힘든 겨울철을 대비해 김장을 담가 왔다. 김치는 한국인의 건강식품으로 맛과 영양소, 특히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는 물론 최근 밝혀지고 있는 약과 같은 영양의약물질을 섭취하게 하였다. 그런데 김치는 무엇보다 유산균의 보고로 대장에서 부패균과 유해균을 죽이고 유익한 균은 잘 성장하도록 하는 정장작용을 하므로 대장건강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예전엔 옹기가 김치냉장고 역할

그런데 옹기는 과연 어떻게 김치발효에 도움을 주고 또 어떤 과학성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하다. 옹(甕, 瓮)은 독을 가리키는 말로 선사시대부터 만들어져 물, 장, 술, 음식물 등을 담그거나 저장하는 용기로 사용해 왔다. 삼국시대에는 생활에 더욱 긴요하게 사용되어 쌀, 술, 기름, 간장, 젓갈 등을 저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도 장을 담거나 소금을 저장하고 김치를 담그는 데 독을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치는 옹기에 담가서 땅을 파고 섬피(짚으로 엮은 자리)로 옹기외벽을 둘러싸서 묻은 다음 짚방석으로 덮어 저장했다. 여름철 김치단지로는 겹항아리가 있었다. 겹으로 된 옹기 윗부분에 물을 부어 내부를 냉각, 김치 발효를 지연시켰다. 옹기가 김치냉장고 역할을 톡톡히 해주어 연중 신선한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김치를 넣은 옹기를 냉장고에서 보관하기도 어렵고 장독대도 거의 없어졌다. 대신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병 등의 용기가 김치 발효 때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김치는 어떤 용기에서 발효되면 가장 맛도 좋고 우수한 품질을 가질까. 실험실에서 김치를 시유옹기(유약처리)와 유약처리를 하지 않은 무유옹기, 플라스틱 용기,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 및 유리병을 사용하여 섭씨 4도에서 한 달간 발효시켰다. 결과는 뚜렷이 나타났다. 옹기에서 보관된 김치가 발효가 잘되어 가장 맛이 있었고 우리 몸에 유익한 유산균 수는 늘었지만 부패를 일으키는 일반세균 수는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의 관능검사에서 옹기김치는 9점 만점에 6~7.4점을 받았지만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스틸, 유리병 용기의 김치는 2~4점을 받아 큰 차이를 보였다. 김치의 맛을 좋게 하는 데는 유산균의 역할이 매우 크다. 옹기발효 김치는 탄산맛과 특히 조직감이 우수했는데 탄력성을 재는 기계로 측정해 본 결과 조직감의 탄력성을 가장 잘 유지하는 특성이 있었다.

김치의 노화 억제율을 나타내는 항산화효과를 보면 옹기김치가 53~62%로 가장 높고, 다음은 플라스틱(41%)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31%) 유리 용기(21%) 순이었다. 김치의 암세포성장 억제효과도 옹기김치는 73~75%였지만 다른 용기 김치들은 37~52%로 나타났다. 그리고 옹기 중에서는 무유옹기가 다소 효과가 좋았다. 즉 똑같은 김치재료와 발효조건이었지만 어떤 용기에서 김치가 발효되느냐에 따라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났다.

노화억제 항산화효과도 최고

옹기가 김치발효에 가장 적합한 과학성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옹기의 조직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기공이 있다. 공기는 투과되지만 물은 투과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서 외부에 있는 적당량의 산소가 옹기 내에 지속적으로 공급된다. 한편 유리병의 경우 공기 투과성이 전혀 없어 유산균이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김치 유산균은 통성혐기성균으로 공기를 싫어하지만 미량의 공기가 있으면 더 좋다. 그 조건을 옹기가 가장 적당히 만들어 준다고 하겠다.

옹기는 점토와 황토로 만들어지는데, 황토는 원적외선을 내며 옹기에 수분을 알맞게 유지하는 작용은 물론, 적정 기온을 유지해 주는 축열효과를 낸다. 이제 이런 과학적인 용기를 현대과학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공기가 적당히 통하면서 원적외선을 내게 하는 황토 등을 이용한 김치용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맛있고 건강에 더 좋은 김치를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오랫동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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