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M 멤버 조권(사진 왼쪽), 황정음(오른쪽) |
아이돌 가수, 청춘 스타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한 지 오래다. 이들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하고 MC를 꿰차며 CF까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노출되면서 이미지가 과소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나 인기에 기대,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고 제품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일부 연예인이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시청자들 역시 식상해하고 있다.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벼락 스타로 성장한 황정음이 대표적이다. 그는 발랄한 모습과 사랑스러운 애교로 수많은 시청자를 열광케 하면서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연예인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다. 10여개 제품의 CF 모델로 발탁돼 생애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다음달부터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 MC로도 투입된다. 이후 영화 <고사2>, 드라마 <자이언트> 등에 출연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행보에 불안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시트콤을 통해 구축한 깜찍한 이미지가 그가 출연하는 모든 CF와 프로그램에서 무차별적으로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14일 설특집 프로그램 <춤봤다>(MBC)의 MC를 맡았던 그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머리 위로 양손의 두 손가락을 올려 까닥이는 ‘토끼 애교’를 비롯, 시트콤의 말투와 어휘, 표정 등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인터넷 게시판은 황당함과 짜증에 이어 “질린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줄을 이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황정음씨는 배우라기보다는 자신의 극중 캐릭터와 이미지가 맞아떨어지면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붕뚫고 하이킥>이 종영된 이후 자신의 이미지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그러나 소속사나 방송사가 그의 이미지에 편승해 단기간 수익이나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 TBWA 김성철 상무는 “특정한 이미지로 스타가 된 연예인이 정점에 있을 때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가 몰리게 마련”이라면서 “이미지가 고정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모델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능계 최고의 블루칩으로 자리잡은 2AM 멤버 조권도 마찬가지다. ‘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대중의 환호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2AM이 발표한 신곡 ‘죽어도 못 보내’가 인기 절정을 달리면서 본업인 가수로서도 정상에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 <스타킹>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서도 넘치는 끼를 발산해 온 그는 최근 <패밀리가 떴다 2> 멤버까지 꿰찼다. 2AM은 2008년 데뷔했지만 상당 기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 들어서야 가수로서의 성가를 올리고 있다.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조권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첫 방송된 <패밀리가 떴다 2>에서 선보인 그의 ‘깝’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조권의 이미지를 무리하게 사용한 제작진의 책임이 전적으로 크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멤버를 교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안착시키기 위해 특정 연예인의 이미지에 기대려는 제작진의 행태가 그대로 나타났다”면서 “방송가에서 아이돌의 이미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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