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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는 개그우먼 무엇이 문제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9. 13:05
예뻐지는 개그우먼 무엇이 문제인가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편견을 일정하게 무너뜨리면서 다른 편견 조장할 수도
[0호] 2013년 08월 18일 (일)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media@mediatoday.co.kr
2003년 4월 20일 첫 방송되었던 SBS 공개 코미디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은 다른 개그 프로그램과 다른 면들을 보였다. 각 팀의 무한 경쟁을 통한 시청률 확보방식이 눈에 띄었지만, 개그맨들 개인 차원에서는 다른 공헌도 했다. 바로 개그맨들의 이름을 찾아준 것이었다. 이전의 개그프로그램 예컨대 ‘개그콘서트’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점이었다. 바로 한 각 꼭지별로 출연하는 개그맨들 밑에 이름 자막을 넣어주었던 것이다. 
 
이전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많은 개그맨들이 이름 없이 사라졌다. 개그맨들은 한주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청자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지만 정작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 하는데다가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웃찾사’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주었다. 이후에 ‘웃찾사’의 인기 탓인지 아니면 인권적인 인식의 확산 탓인지 다른 방송사의 프로에서도 개그맨들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왔다. 이런 기명(記名)은 인터넷의 활성화와 더불어 괜찮은 면모를 보여준 신인들조차 단번에 화제가 되고 인기가도를 달리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다.
 
예뻐지는 개그우먼들?
 
웃기는 사람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 ‘개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개그우먼들이 많아졌다. 그것도 예쁜 개그우먼들이다. 지난 8월 11일 <개그 콘서트>에는 개그우먼이 주목을 받았다. 단 4초만 출연한 이 여성은 KBS 공채 28기 김나희였다. 단 4초만에 검색 순위에 오른 개그우먼인데, 하지만 웃겼다는 점이 아니라 몸매가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 마찬가지로 28기인 홍예슬, 송인화 등도 같이 매체에 오르내렸다. 이들은 처음 얼굴을 내미는 신인들임에도 단번에 그 이름이 회자되었다. 그 이유는 외모 내지 몸매 때문이었다.  
 
  
8월11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 화면 갈무리
 
사실 예쁜 개그우먼은 이들만이 아니다. 최근 ‘개콘’은 배우의 미모를 뺨치는 개그우먼들이 많이 포진하게 되었다. ‘댄수다’의 허민, ‘현대레알사전’의 이희경, ‘남자가 필요 없는 이유’의 박소라, '……(말줄임표)'의 김희원, ‘뿜엔터테인먼트’와 ‘전설의 레전드’의 신보라, ‘뿜엔터테인먼트’의 김지민 등은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묻혀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전에 안영미, 정경미, 강유미, 김현숙, 신봉선, 김지선 등의 개그우먼들이 스타의 반열에 오른 것은 미모가 아니라 반(反)미모였다. 이러한 반(反)미모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개콘’에 있다. 예컨대, ‘딸바보’의 김혜선, ‘황해’의 이수지, ‘씨스타 29’의 오나미 박지선, ‘뿜엔터테인먼트’의 김민경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김지민과 박지선, 오나미를 대별하여 미녀파와 추녀파라는 이름으로 묶기도 했다. 하지만 추녀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미모 있는 개그우먼이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박미선이나 팽현숙, 이경실, 곽현화와 같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거 미모의 개그우먼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제 개콘이 그만큼 상품성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그우먼에 대한 편견
 
한쪽에서는 개그우먼까지 그렇게 미모를 자랑할 필요가 있겠는지 의문이다. 요점은 외모가 처음부터 끝이면 안된다는 것이겠다. 다만 그간, 개그우먼에 대한 치우친 인식은 있다. 이를 깨뜨리는 것은 일정정도 필요하다. 웃기는 여성들은 못생겼다거나 뚱뚱한 외모를 지닌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측면에서 개그우먼들이 활용되었다. 그들은 주로 외모에 대한 가학적인 개그를 주로 구사해왔고, 이 때문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는 여성 비하 시비에 시달렸다. 물론 지금도 여전한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미녀 개그우먼은 다르게 보인다. 
 
더구나 개그계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는데, 바로 예쁜 여성들은 대개 웃기지 못하거나 주목을 받아도 장수하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자기 콘텐츠가 없는 경우이므로, 신보라 등의 사례를 보면 달라진 현실을 생각할 수도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 화면갈무리
 
일부 매체에서는 2006년 영화 <투사부일체>와 드라마 <반올림 3> 출신의 연기자 송인화의 예를 들어 이제 배우형 개구우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배우가 모두 미모가 뛰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며 기본적으로 개그우먼들은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개그콘서트> 같은 프로의 꼭지들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개그우먼들은 일찍부터 연기를 잘해야 했다. 애써 말하자면 미모의 배우형 개그우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겠다. 더구나 가창력과 댄스 실력은 기본이다. 만능예술인이라는 말이 정확하다. 
 
하지만 분명 우려도 있다. 지나친 외모지상주의가 개그 영역에 까지 미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점이다. 또한 중간정거장으로 개그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미녀 개그우먼은 좋기만 할까?
 
‘개콘’의 높은 시청률은 단번에 신인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그 대중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진출할 수도 있다. 이는 곽현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개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중간 정거장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아이돌 그룹이 행하는 병폐다. 음악을 예술이 아니라 수익 다변화를 위한 창(window)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조직 내부에 위화감도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반(反)미모 계열의 개그우먼들이 긴장을 하고 있다는 우스개도 있다. 우스개만이 아니라 이제 개그우먼의 자리도 예쁜 것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작동할지도 모른다. 미녀는 경계하는 행위들을 부른다.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 에 따르면 이란 북서부에서는 한 여성이 높은 지지로 시 의원에 당선되었음에도 당선 무효가 결정되었다. 이유는 바로 니나 시아카이 모라디라는 여성의 뛰어난 미모였다. 정치적 역량이 아니라 미모 때문에 당선되었으므로, 자격이 없다는 당황스런 판결이 내려졌던 것이다. 개그우먼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미녀 개그우먼에 대한 역차별은 상존한다. 당연히 미모 때문 다른 역량이 가려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자신의 콘텐츠가 확실하게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미녀들이 경계심을 누그러뜨려주는 것은 스스로 많이 망가지는 것이다. ‘뿜엔터테인먼트’의 김지민처럼 예쁜이들은 허영 덩어리에 불량한 생활을 한 것으로 그릴수록 좋아하는 심리도 이런 맥락 안에 있다. 이런 점은 스스로의 역제약이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 8일 방송된 KB 2TV <해피투게더3> 화면갈무리
 
또 미녀에게는 불일치의 배반 심리가 더 작용한다. 대중문화심리에서는 기대불일치 현상이 잘 생기고 매우 예쁜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 쉽다. 외모가 뛰어날수록 이에 비례해 그 기대감이 커지고, 그에 부응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기대불일치는 연기력 내지 가창력 논란을 낳는다. 이는 외모만 믿고 실력을 덜 연마한 것이라는 시각은 배제한 것이다. 거꾸로 외모가 덜한데 연기력이 더 돋보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모의 개그우먼은 기대불일치 현상을 겪게 된다. 미모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이다.
 
누구를 위한 개그를 할 것인가
 
진화심리학자들은 웃기는 것은 주로 남자들이고, 웃는 것은 여자들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남자들은 웃기는 여자들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웃기는 미녀는 어떨까? 아마도 웃기는 것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미모 자체를 볼 것이다. 아무리 웃겨도 그 점은 인정을 덜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웃기려면 망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는 미모와 불일치하게 된다. 따라서 차츰 지지층이 이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곽현화처럼 개그가 아니라 섹시 컨셉으로 완전 이동하는 지경에 이른다. 물론 화무십일홍이기 때문에 확실한 자기 콘텐츠가 없으면 더욱 사라지게 마련이다. 
 
결국 뛰어난 미모만으로 남성에게 어필하려는 이들은 힘들게 된다. 대안 중에 하나는 여성지향형 개그다. '여배우들'이나 ‘씨스타 29’처럼 여성의 입장에서 해당 사안들에 대해 대변할수록 미모에 관계없이 당당해질 수 있다. 박지선과 오나미는 모범적이다. 자신을 낮추어 보통 여성들의 심정과 상황을 잘 대변한다. 오히려 우월한 미모가 아니어도 편안해 하는 심리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SNL 코리아> 에는 수많은 미녀들이 스쳐지나가며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남성들을 잡기위한 술수이다. 그러나 고정출연자인 안영미마저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작은 계급질서를 통해 우리 시대 여성들의 이야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받기 시작했던 안영미다. <SNL 코리아>에서 안영미의 섹시 컨셉은 본질적인 개그우먼의 지향점을 이탈하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슬기야말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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