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예능프로는 말장난 프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0:04

예능프로는 말장난 프로?



‘상플2’ 등 막말ㆍ독설 난무…새 생존법칙 모색시급

예능 프로그램은 불황기에 더욱 인기다. 경제 불황에 절망감이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와는 별개다. 사람들은 TV 앞에 모여들고, 함께 웃고 공감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SBS ‘아내의 유혹’은 시청률 40%에 육박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TV는 치열한 현실의 악다구니와 이전투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방송이 주는 ‘유희적 기능’이 불황기를 맞아 확대된 것이다.

▶지킬 것은 확실히, 예능은 예능답게!=예능 프로그램의 가치는 특별하지 않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는 것, 그 자체로 예능 프로그램의 가치는 빛난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의 존재 이유는 예능 그 자체에 있는 것”이라며 “교양의 잣대로 예능물에 비판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인포테인먼트나 에듀테인먼트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즉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것이 ‘예능의 본령’에 가장 가깝다는 지적이다.

다만 ‘잘’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적어도 타인에게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은 좋은 ‘예능물’이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다. KBS 2TV ‘상상플러스 2’에 출연한 신정환의 욕설이 논란이 된 것도 상대를 격하시키는 폭력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화끈한’ 독설이 찜찜한 뒤끝을 남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쉽게 가는 예능 프로, 퇴출 1순위=막말ㆍ독설 위주로 예능 프로가 획일화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이 말장난 릴레이로 ‘쉽게’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포맷에 대한 고민 없이 되감기를 반복하게 된다.

특히 KBS 예능 프로그램은 새로운 포맷이나 색다른 기획을 담은 신개념 예능물을 찾기 힘들다. 비교적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미녀들의 수다’, ‘상상플러스 2’ 등 KBS 간판 예능물은 몇 년 전부터 방송되던 그대로 내용만 바꿔가며 되풀이 중이다. 그중 ‘상상플러스 2’는 시즌제의 덫에 갇힌 양상이다. 프로그램명에 숫자 ‘2’만 붙였을 뿐, ‘시즌 1’의 신선함은 온데간데없이 MC들의 말장난과 게스트의 입담에 의존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예능 프로는 시대의 감성을 파악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 생존의 법칙=몇 해 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와 ‘무한도전’의 색다른 시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포맷을 창조했다. 두 프로그램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 젊은 세대의 살아 있는 감각이 대중성과 잘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무한도전’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 ‘못난’ 남성들이 무모한 도전을 한다는 콘셉트에 대중심리를 적극 반영했다.

이처럼 새로운 창조를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제작진의 다양한 지식과 문화적 소양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단순히 웃기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근시안적인 생각으로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렵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PD들이 시청층의 감각을 발 빠르게 쫓아가며 시대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문화적 소양을 갖출 때, 예능 프로그램의 창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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