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예능방송 ‘최양락 신드롬’ 왜 ?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0:18

예능방송 ‘최양락 신드롬’ 왜 ?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코너 ‘너는 내 운명’ 진행자로 발탁된 최양락. 그는 오는 9일부터 메인코너인 ‘달려라 낭만버스’에도 투입된다.
ㆍ삶 담긴 ‘생활개그’ 편안하잖어유 ~

지난 한 달 동안 지상파 3사 예능의 화두는 단연 개그맨 ‘최양락’이었다. 1980~90년대 <네로 25시> <고독한 사냥꾼> <알까기> 등의 개그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최양락은 2000년대 들어서 어느 순간 TV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런 그가 지난 한 달 동안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 MBC <명랑히어로>, KBS <해피투게더> 등에서 선보인 엄청난 입담은 단번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폭발적인 호응 속에 최양락은 즉시 두 개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저력을 과시했고 광고가 쇄도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야심만만>은 지난달 19일부터 ‘너는 내 노래’라는 신설코너에 최양락을 새 MC로 투입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는 메인코너인 ‘달려라 낭만버스’에도 그를 투입해 최양락의 무게감을 프로그램 전체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케이블 채널인 MBC에브리원은 지난달 시작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가족이 필요해> 시즌3에 최양락을 ‘아빠’ 역에 캐스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평균 시청률 0.95%를 기록하며 케이블 대박 시청률의 기준인 1%에 근접하고 있다.

사실 최양락의 등장은 어느날 갑작스레 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인들을 통해 부상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측면이 있다. 최양락은 이봉원, 박미선, 이경실, 김정렬 등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연예인들과 함께 출연해 전성기 시절 경험과 에피소드를 언급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를 가리켜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링크의 리더십’이라고 명명하며 “최양락 혼자만으로는 이 같은 신드롬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신년특집으로 방영된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에서 개그맨 최양락이 동료 개그맨 이봉원과 게스트로 출연해 과거의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최양락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김구라로 상징되는 ‘막말개그에 대한 반발’이라고 분석한다. 김구라는 솔직함과 화끈한 언변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며 공중파에 안착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끊임없이 물의를 빚어왔다.

반면 최양락은 <명랑히어로>에서 “누구나 인신공격을 하게 되면 웃게 돼 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까지 웃어야 진짜 개그”라며 막말개그의 문제점을 짚어내기도 했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김구라의 아슬아슬한 표현은 방송국 내부적으로도 주요 심의 대상이 될 만큼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에 반해 최양락의 개그는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능에 대해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예능은 속된 말로 젊은 연예인들만이 웃고 떠들어 모든 세대가 몰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김헌식씨는 “현재 시청자들이 최양락에 열광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어른들의 개그’가 왔기 때문”이라며 “유재석·강호동 등이 나이가 마흔이라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유아기 코드’를 보여준다면 최양락은 대학생 자녀를 둔 어른으로서 굴곡진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최양락이 수년째 시사개그를 진행하고 있는 MBC <재밌는 라디오>가 (지금의 최양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그의 웃음은 쉽다. 수많은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기보다는 한 템포 느리면서도 삶에 대해 던지는 진지함과 관조성은 모든 세대의 공감을 얻기에 무리가 없다. 이로 인해 가족 및 직장관계 등 삶의 종합적인 이야기를 쉽게 이끌어내는 최양락의 웃음을 일컬어 ‘생활개그’라고도 말한다. 

이는 곧 ‘불황코드의 따뜻함’으로도 이어진다.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최영인 프로듀서는 “요즘처럼 힘들 때는 시청자들이 따뜻한 사람을 좋아한다”며 “최양락씨는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면서도 요즘 감각을 잃지 않는 편안한 개그가 돋보인다”고 밝혔다.

<문주영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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