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아이돌
-영화 파파
음악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비록 그 사람들이 피부색과 민족적 정서가 달라도 말이다. 음악이 보편성을 가질수록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여기에 춤도 노래와 같이 지역과 인종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영화 <파파>는 음악이 단순히 사람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낼 수 있다는 점을 넘어 대안 가족의 일체감과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매개고리임을 보여려주려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미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음악들을 통해서 이를 담아내려 한다. 자칫 한국의 음악을 통한 세계인들의 공감에만 치우치게 할수 있는 편협함에서 벗어나 팝음악을 통해서 대중성을 추구하는 점은 기존의 영화와는 분명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한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계약을 위반하고 미국으로 내뺀 소속사 연예인을 찾아 낯선 미국 땅으로 들어간다. 매니저와 연예인이 잠적해버렸고 이들을 찾으라는 소속사 도사장(손병호)의 압력은 거세기만 하다. 하지만 그들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아 허가를 받은 공식 체류기간을 넘겨버리고 만다. 할 수 없이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춘섭은 빈손으로 갈수 없기 때문에 묘수를 생각해낸다. 오랜 동안 머물 수 있도록 시민권을 획득하는 법을 생각한다. 그런데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단기간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꼼수를 부린다. 그것은 바로 위장결혼이었다. 현지 시민권이 있는 여성과 결혼하면 자동적으로 자신도 미국의 시민이 될 수 있었다. 위장결혼을 해주고 대가를 바라는 여성을 물색하여 마침내 야간 공연을 하는 현지 여성-한국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는 미국에 체류하기 위해 5번의 결혼을 한 바 있었다.
불법체류자 신세에서 합법적인 시민권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법적으로만 아내였던 그 여성은 사고로 죽고 만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그 여성에게 6남매가 있었다는는 사실이고 그 육남매를 자신이 다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입양해서 양육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6남매는 인종과 문화도 다양했다. 춘섭은 오로지 한국말밖에 못했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조차 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땡전 한 푼 없는 그에게 죽은 법적 아내의 부채 2만 달러까지 갚아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준(고아라)이 한국말과 영어를 모두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한국인으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동생들을 보듬고 달래고 꾸짖으며 어떻게든 가족으로 유지하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준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라고 나타난 춘섭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는 춘섭도 마찬가지 심정이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사정 때문에 서로를 외면할수가 없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준의 처지에서는 만약 춘섭이 없다면 모두들 고아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아버지로 모시고 있어야 했다. 사회복지부 직원이 올 때만 친한 척 할뿐 평상시에는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한다.
찾으러 온 사람도 못 찾고,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춘섭은 절망 자체였다. 우연히 아이들이 다니는 교회에서 기도를 드리던 가운데 성가대 활동을 하는 준에게 음악과 춤에 재능이 남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다. 춘섭은 매우 기뻐하기에 이른다. 마침 열리고 있는 오디션 프로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춘섭은 준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것을 설득한다. 하지만 준은 나가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춘섭은 준을 설득하기 위해 아이들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100kg의 체중에 육박하는 고든은 흑인으로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만을 배운 탓으로 사극에서 쓰는 대사를 곧 잘한다. 히스패닉인 마야는 자기주장과 독립심이 강하며 가족 전체보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주장하는 듯싶다. 시니컬해서 얼음공주로 불린다. 언제든지 이 가족을 버리고 입양하고 싶어 한다. 랩을 잘하는 지미와 타미는 남자형제로 그야말로 개구쟁이다. 막내 로지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으로 준을 언제나 따르고 응원한다.
가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준이 오디션에 나가야돈이 생긴다는 등의 온갖 설득을 통해 마침내 준이 아틀랜타에서 열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다만 준과 춘섭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온가족이 동행하기에 이른다. 오히려 이것이 나중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른 애들을 내보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려고도 하는 위기상황을 맞는가하면
오디션의 내용 중에 춤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준은 난처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평소에 연마한 춤 실력 때문에 뜻하지 않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준의 실력을 알아본 전문 기획사에서 매니지먼트를 해주기로 결정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상승일로에 있게 된다. 춘섭은 생전하지 않던 빨래와 가사일을 하면서 그들을 뒷바라지 한다. 춘섭은 이제야 자신에게 대박을 터트릴 기회가 왔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와 중에 도사장은 춘섭의 주변에서 계속 위협을 가하는 중에 준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준과 아이들이 하나의 밴드로 활동하면 큰돈을 벌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사장은 준과 아이들을 거의 노예 계약의 수준에서 착취하려고 한다. 만약 가족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이들이 도사장에게 착취만 당할 가능성이 많았다. 춘섭은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들과 가족으로서 정이 들대로 든 상태였다. 만약 도사장이 하자는 대로 하면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춘섭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고 아이들은 각 보호소로 흩어지게 된다. 공간은 한국으로 이동한다. 이제 춘섭은 한국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처지다. 예전의 일을 회상하며 회한의 말을 입에 담는 수준에 머물고 만다. 주변 사람들은 춘섭의 지난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술주정에 가까운 말로만 취급되는 어느 날 미국에서 크게 성공한 6남매가 춘섭을 찾아온다. 한 무리의 차에서 한명씩 내리는 그들은 바로자신의 법적 아들이자, 딸들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미국에서 하나로 뭉쳐서 크게 주목받는 음악 그룹이 되었던 것이다.
영화에는 한국문화를 뱀파이어 문화와 연결시킨 점도 있다. 아이가 체하자 춘섭은 한국인들이 으레 하듯이 손가락을 바늘로 딴다. 피가 손가락에서 나오자 이를 입으로 빤다. 이를 본 지미와 타미는 뱀파이어라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러한 점은 처음 본 사이라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차이가 날수 있었던 6남매는 결국 하나의 가족으로 계속 존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가족은 변하지 않는 거잖아”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을 지켜낸다. 음악을 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불만과 희망을 내쏟으며 서로 소통을 하게 된다. 그들이 그렇게 자신들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있었던 것은 가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념과 희망도 있었지만 음악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활동은 물론 가족의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준이 죽은 자신의 엄마와 화해하지 않은 것이기도 했다. 엄마는 자신의 음악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갈등은 새로운 아빠와의 갈등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물론, 음악을 통해 다시금 아빠와 화해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위장결혼을 5번이나 해야 했던 밤 무대의 어머니가 있었기에 그들은 가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음악은 자신의 재능을 실현하고 꿈을 이루는 것이면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생존은 물론 가족의 유지와 생존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이 영화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문화 영화에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많은 사연을 지닌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음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준이라는 한 소녀의 개인의 음악과 춤 실력으로 부각되었던 오디션은 마침내 다문화 밴드이자 그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다문화 밴드라면 대개 음악성과는 별개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대중적인 선호의 유무가 아니라 다문화자체라는 점 때문에 더 부각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장애인 가수이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점은 자칫 편견을 낳을 수 있다. 음악 자체로 평가받지 못하고 장애나 다문화의 요인 때문에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애 가수가 아니라 가수인데 장애가 있을 뿐이며 밴드인데 다문화 구성원이거나 문화 다양성을 지닌 밴드이어야 더 바람직할 것이다. 다문화라는 점을 강조할 때 그 가치적인 측면은 매우 중요하게 간주되는 것이지만 대중 속에서 자체 동력을 갖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잘못하면 정부나 공공단체의 지원에만 기대는 음악활동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겠다.
영화 <파파>에서 6남매의 음악활동은 이러한 점과는 대별된다고 하겠다. 다문화라는 요소를 내세워서 지원을 받으려하거나 보호 장치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들의 실력으로 성공을 거두고 활동공간을 마련해 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적인 음악활동만이 유일한 대안이며 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국내의 다문화 밴드를 다룬 것이 아니라 미국의 다문화 밴드를 다루고 있다. 미국에도 아직 많은 디아스포라 속의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기도 한다. 한국안의 디아스포라도 있지만 한국인이 해외에 디아스포라의 상태에 있는 중이다. 그 요인 가운데 하나는 문화예술 때문이다. 자유로운 문화 예술 활동의 실현과 성공을 꿈꾸는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활동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기도 하다.
다문화 밴드라면 대개 동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은 떠올리기 쉬웠다. 영화 <파파>는 미국에서 한국 청소년이 가족 구성원으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어쩌면 싸이 열풍에서 드러난 한국인들의 심리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정한 문화적 자신감을 갖고자 하는 것인지 모른다. 다문화의 용광로 그 한가운데에서 한국인들도 이제 일정한 기여를 할수 있는 사고적 여력이 발생하고 있다면 더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보다 더 문화적 다양성이 많은 공간에서 고민하는 것은 더 포괄적이고 보편적일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한낱 상업적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만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지승 감독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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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롯데엔터테인먼트 |
불법체류 다룬 가족 코미디 고아라, 다문화가정 맏이로
영화 '고스트 맘마'와 드라마 '연애시대' 등을 통해 예리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한지승 감독의 신작 '파파'는 가슴 따스한 가족 코미디물이다.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다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어버린 매니저와 동생들과 뿔뿔이 헤어지지 않기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소녀가 서로의 생존을 목적으로 가족이 되어야만 하는 애달픈 사연을 녹였다.
한때 잘 나가는 매니저였지만 도망간 소속사 연예인을 쫓아 미국까지 오게 된 춘섭(박용우). 강제 출국의 위기에 놓이자 밤무대 가수(심혜진)와 위장결혼을 한다. 그러나 안도도 잠시.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그녀가 입양하며 키우던 피부색이 다른 6명의 아이를 맡게 된다. 궁핍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고, 채권자인 고 사장(손병호)이 미국까지 건너와 생명을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모처럼 한지승 감독 특유의 연출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미국에서 촬영했지만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과 어울림이라는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흥행에 성공한 '완득이'가 그랬듯이 다문화와 가족의 의미를 되짚고 있어 살갑다. 위장 결혼한 신부의 죽음과 함께 시작해 따뜻한 가족코미디를 이어가면서 판타지로 끝을 맺는다. 악한으로 등장하는 손병호의 이미지조차 귀엽고 스크린을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손발이 간지러운 장면도 꽤 있다.
개성파 배우 박용우와 다재다능한 고아라의 부녀 연기 호흡은 흠잡기 어렵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6명 아이 중 맏이 역을 맡은 고아라는 새로운 발견이라 할 만하다. 춤과 노래 실력, 뛰어난 영어 실력은 극의 드라마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다. 2월 2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리뷰] <파파> 이국땅에서 건진 가족과 두 배우의 힘 맥스무비 [연예] 2012.01.25 오후 5:20
오합지졸 가족이 많아진 탓인지 별 희한한 가족이 다 등장한다. 해체되고 결합하고, 요즘 한국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다. 이방인과 피부색 다른 6남매의 만남. 가족 코미디 <파파>는 기구한 운명의 군상 속에서 소멸돼가는 가족애의 실마리를 붙잡는다.
<파파> 가족의 탄생지는 미국 애틀란타. 전직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도망간 연예인을 쫓아 목숨 걸고 미국땅에 발을 들인다. 얼마 후 빈손으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춘섭은 묘책을 부려 5번의 결혼 경험이 있는 과부(심혜진)와 위장결혼 하지만 뜻하지 않은 신부의 죽음으로 6명의 아이를 떠맡게 된다.
험난한 한 집 생활도 모자라 죽은 엄마가 남기고 간 2만 달러의 빚까지 떠안게 된 가족에게 다가온 희망의 빛. 맏이 준(고아라)의 놀라운 끼를 발견한 춘섭은 거액 상금이 걸린 스타 오디션 도전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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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황당무계하게 가족을 탄생시킨 영화는 그들의 파란만장한 동거를 바라보며 유쾌한 리듬으로 흘러간다. 상황만 놓고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영화는 곤경 속에서 삶의 코미디를 엿본다.
졸지에 아이들을 거두게 된 춘섭이나, 새 아빠가 생긴 준의 남매들이나 서로가 못마땅하긴 마찬가지. 강제추방과 고아원 신세를 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가 필요한 그들은 억지 가족 행세를 하며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엄마 노릇을 도맡고 있는 준과 춘섭은 사사건건 부딪치는데 주로 당하고 마는 춘섭의 어설픈 어른 행세에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춘섭과 준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동안 남매들은 피부색처럼 제각각 독특한 캐릭터를 자랑하며 깨알 재미를 빚어낸다. 유치한 코미디도 스쳐가지만 대장금으로 한국말을 익힌 고든, 24시간 랩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쌍둥이 형제 등 독특한 캐릭터 덕에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속이 안 좋은 막내 로지의 손을 따주는 춘섭을 뱀파이어로 오인하는 장면은 폭소할 만하다.
영화는 캐릭터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졌다. 시추에이션 코미디, 뮤지컬, 로드무비 등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춘섭의 개과천선 스토리와 준의 성장 드라마를 시종 오간다. 그러면서 영화는 가족애의 발견을 줄곧 도모한다. 어쩌면 당연할 것 같은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춘섭과 준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다시 뭉친 6남매의 최종 오디션 무대와 춘섭의 고백이 겹쳐지는 종반부는 <파파>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데, 음악영화로서도 흥겹고 드라마로서도 감동 깊다.
오랜만에 진지함을 벗은 박용우는 특유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불량스런 춘섭을 밉지 않게 연기했다. 눈물을 자아내는 최루성 연기도 탁월하지만 코믹한 표정과 익살스런 대사는 그저 반갑게 느껴진다. 슬랩스틱 코미디에 트로트 부르기, 의외의 노출 연기 등 다양한 웃음거리도 그의 몫이다.
코미디와 감동의 주요한 포인트는 춘섭의 몫이지만 박용우의 영화라고 부르긴 애매하다. 그만큼 고아라의 매력이 반짝 빛난다. 고아라는 춤과 노래, 영어대사까지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면서 어려운 감정 연기까지 당차게 선보인다. <페이스 메이커>에서 영화의 진정한 페이스 메이커 노릇을 한 고아라는 <파파>를 통해 차세대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비로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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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박용우, 저질 영어실력 공개? '빵빵 터지는 콩글리시 에피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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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브이데일리 선미경 기자] 배우 박용우의 영어 실력이 공개됐다. 영화 '파파'( 감독 한지승, 제작 상상필름) 속 춘섭(박용우)의 콩글리시 에피소드가 공개돼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파파'는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한 6남매와 도망간 톱 스타를 찾아 갔다가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매니저 춘섭이 가족으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미국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6남매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춘섭은 우연히 슈퍼스타를 능가하는 준(고아라)의 재능을 알게 된다. 춘섭은 한국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이라 불리던 전직 매니저로서 기질을 발휘, 준에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해 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가족보다 가수의 꿈이 소중했던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준은 그러한 춘섭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다. 이에 춘섭은 준의 오디션 우승 상금이 없으면 6남매가 헤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용해 유일하게 말이 통하는 전통 한국어 구사자 고든을 비롯한 지미와 타미와 함께 준을 오디션에 출전시키기 위한 작전을 계획한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금방 탄로 나게 되고 준은 춘섭은 물론 고든과 지미와 타미에게 자신은 절대 오디션에 나 가지 않을 거라며 화를 낸다. 그때 등장한 마야와 준의 싸움으로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화가 난 준과 마야, 주눅 든 고든과 지미와 타미는 자리를 떠난다. 그 순간 멍청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혼자 남은 춘섭은 "뭐래는 거야?"라는 한마디 대사로 심각한 분위기 속에 이입돼 있던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낸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춘섭이 심각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이러한 춘섭의 모습은 박용우의 리얼한 표정 연기로 그 재미를 더하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동생들의 설득에 결국 오디션 출전을 결심한 준. 춘섭과 컬러풀 6남매는 준의 오디션 출전을 위해 애틀랜타로 떠나고 한 호텔에 묵게 된다. 집안일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춘섭은 오디션 준비로 바쁜 준을 위해 청소와 빨래는 물론 6남매를 돌보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탁실에서 빨래거리를 들고 방으로 향하던 춘섭은 계단에서 어떤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춘섭에게 섹시녀는 영어로 "빨래 서비스?"라고 묻지만 이를 알아듣지 못한 춘섭은 해맑게 "아임 낫 잉글리쉬"를 외치며 다시 한 번 웃음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파파'는 내달 1일 개봉된다. | |
[영화] `파파`…이토록 유쾌한 대안가족
감독 한지승
출연 박용우, 고아라. 118분. 12세 관람가.
2006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한동안 맡지 않았던 박용우가 다시 돌아왔다.
영화 '파파'는 배우 박용우에게 잠재돼 있는 ‘코믹 본능’을 깨웠다. 그의 매력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 매력 포인트. 박용우는 최강희와 호흡을 맞춘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젠틀하고 똑똑하지만 연애에 쑥맥인 대학강사 황대우를 연기, 특유의 선한 인상에서 배어나오는 미소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박용우는 '파파'에서 한때 이름 좀 날렸던 음반업계 매니저 ‘춘섭’을 맡았다. 선해 보이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며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를 강조하며 거칠게 행동하려 하지만, 이 캐릭터도 약간은 엉성하다. 하지만 속은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코믹 본능 배우 박용우가 돌아왔다
도망간 톱스타를 찾으러 미국으로 건너온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위기에 놓인다. 준(고아라) 등 다인종 6남매의 엄마(심혜진)를 만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식으로 결혼을 해 위기를 넘기는가 싶더니 집에 가는 길에 아내(?)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엄마를 잃은 준과 동생들은 법적 보호자인 춘섭의 도움으로 아동보호시설로 흩어질 위기를 면하고, 아이들이 추방당하지 않게 되는 등 공생 관계가 된다. 아이들과 티격태격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던 춘섭은 성가대로 활동하는 준의 노래 실력이 뛰어남을 알고 가수로 키우고자 하지만 그 과정이 영 쉽지 않다.
생김새만큼 성격이 모두 다른 6남매와 춘섭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소하면서도 웃음을 준다. 춘섭이 준을 오디션 무대에 세우고 가수로 성공시킨다는 것이 극의 흐름이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대안 가족의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런 대안 가족 없나요?
영어를 못하는 춘섭은 아이들과 의사소통이 불가다. 그런대도 손짓과 몸짓으로 대화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내뱉는 ‘시간차 대사’를 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웃음으로 전해질 때가 많다. 박용우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외국 배우들과의 한국 배우들의 호흡이 이렇게까지 잘 맞았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한국말을 (대)장금이한테 배웠다”는 고든(마이클 맥밀런)은 춘섭과 함께 콤비를 이뤄 웃음을 준다. 체한 로지(앤젤라 아자르)의 손가락을 따 피를 내게 하는 한국식 민간요법을 보고 춘섭을 뱀파이어로 오해하는 꼬마 래퍼 지미(파커 타운젠드)와 타미(페이튼 타운젠드)도 요절 복통이다. 언제나 찬바람이 쌩쌩 부는 마야(메그 켈리)와 ‘?s?s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귀염둥이 막내 로지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독특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할 배우가 있다면 한동안 휴지기를 갖던 고아라. 고아라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페이스 메이커'에서 보여준 ‘미녀새’와는 또 다른 매력을 폴폴 풍기니까.
노래와 춤에 끼 많은 10대 미국 소녀를 연기한 고아라는 잊고 있던 그녀의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킨다. 영어 실력 또한 월등하다. 고아라의 웃는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 흠이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고아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문화 가족이라는 설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도 또 다른 소구점이다. 다만 준이 6남매를 보듬으며 가족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다는 것을 전하려 하지만, 깊은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센’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비추천. 하지만 가슴이 따스해지는 재미와 웃음, 감동을 원한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질 신작이다.
[글 = 진현철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15호(12.02.21일자) 기사입니다]
[이준배 기자의 텔미시네]파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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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118분/코미디 감독 : 한지승 출연 : 박용우, 고아라, 심혜진, 다니엘 헤니 개봉일: 2012.02.01. 수. 12세 관람가 별점:★★★★★☆(5.5/8개 만점) 인종을 아우르는 글로벌 가족이 탄생했다'.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대한민국도 이제는 어느새 다문화 국가다. 이제는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에서 다양한 인종의 가족들을 만나는 게 흔한 일이 됐다. 영화 '파파'에선 이런 다문화 가정의 집약판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다인종 가족이 등장한다. 어느새 혈연을 나눈 사람들간에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따스한 가족애의 실마리를 선사한다. 일종의 대안 가족인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묻고 있다. '파파'는 시민권이 필요한 한국 가요계의 미다스 손이었던 전직 매니저 춘섭과 시민권을 위해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6남매가 생존을 위해 가족으로 뭉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미국 애틀랜타를 배경으로 그린다. 까칠한 한국계 첫째 딸 준, 100㎏에 육박하는 흑인계 둘째 아들, 이슬람계의 시니컬한 얼음소녀 셋째, 백인계 쌍둥이 아들 둘, 히스패닉계 핑크공주 막내 여섯째까지 피부색도 제 각각인 데다 말까지 통하지 않는 그들과 춘섭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소 황당무계하지만 나름 '가족의 탄생'을 이끈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공감과 소통의 끈을 찾아가는 파란만장한 과정이 코믹하고 유쾌한 리듬으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영화는 설정만큼 다채로운 장르를 오간다. 시추에이션 코미디는 물론 뮤지컬, 로드무비 등을 거쳐 성장 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첫째딸 준과 춘섭이 집안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6남매들은 피부색만큼 제각각 독특한 개성이 충돌하며 잔재미를 일궈내고 있다. 한류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한국말을 익힌 흑인 고든과 언제 어디서든 랩으로 어리광을 부리는 쌍둥이 형제 등 다양한 캐릭터로 영화는 지루할 새가 없다. 여기에 오랜만에 얼굴을 비치는 고아라의 연기변신도 눈부시다. 춤과 노래는 물론 영어대사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어려운 감정 연기까지 당차게 보여준다. 앞서 개봉한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 조연으로 당당하게 컴백한 고아라는 '파파'를 통해 스크린을 이어갈 차세대 여배우로서의 풍모를 풍긴다. 박용우는 '달콤 살벌한 연인'(2006년) 이후 오랜만에 진지함을 벗은 코믹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진정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다보니 유치한 면도 많고 메시지가 주는 단조로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한 스토리를 위해 확대할 수 있는 조연들의 매력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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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시선] ‘파파’ 이런 애들이라면, 내가 키우겠소!
▶발효 간장의 막장시선 <파파>의 전통적 가족관이 아쉽다.
※스포일러 주의“그렇게 할 거 다 하면, 소는 누가 키워?”라고 부르짖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요일 저녁마다 고래고래 울리던 고함을 듣던 아이 엄마, ‘썩소’를 날리며 TV를 보고 외쳤단다. “소는 내가 키워줄게. 그러니까 당신이 우리 애 좀 키워줘!” ‘그 소를 왜 나한테 키우래?’라고 대들기보다 ‘소는 내가 받을 테니, 애 좀 키워줄래’로 반격하는 게 더 위협적인 세상이다. 꼼짝없이 ‘그럼 그냥 소 키울게’라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한바탕 웃자고 만든 유머일 텐데, 저출산 문제에 대한 현실 반영이라 웃기도 뭐하다.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사료값도 안 나온다는 소 키우기보다 경쟁력 없다. 어릴 때 종종 듣던 ‘너는 돈 먹는 기계’라는 부모님의 과장된 푸념이, 요즘은 괜한 말이 아닌 듯하다.이런 시대에 여섯이나 되는 아이들이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해요’라고 외치는 영화 <파파>를 보자니 마음이 헛헛하다. ‘
너희들 내 통장 잔고는 알고서 이러니?’라고 묻고 싶다. 내 속으로 난 자식도 하나 이상은 부담이요, 나라에서 출산 장려금을 준다 해도 셋은 아니 될 말인데, 이 영화는 ‘일단 한번 낳아봐~ 웃으면서 살리라~’라고 노래를 부른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나라에서 함부로(?) 가족을 만들 수는 없어!
<파파>는 위태로운 삶을 사는 남자를 등장시켜 ‘가족 만들기’를 시종일관 장려한다. 미국에서 불법 체류를 면하기 위해서 원치 않게 여섯 아이의 부모가 된 남자가 있다. 언어가 통하지도 않고 좀 많이 제멋대로인 아이들을 맡았지만, 가족이라 여기고 진심으로 사랑했더니 곧 폭풍 성장해 어마어마한 효도를 하더라.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잠깐 ‘나도 스타의 엄마가 되어봐?’ 하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파파>의 주제는 뭔지 알겠다. 가족의 가치를 깨닫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삶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자신의 아이가 아니어도, 모성애가 넘치는 엄마가 아니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라도 ‘오직 함께하자’는 마음만으로 좋은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순수하게 믿기에는 시작부터 미끼가 너무 컸다. ‘파파’ 춘섭(박용우)과 6남매를 엮으려고 내놓은 미끼가 무려 미국 시민권에, ‘스타 군단의 부모이자 매니저가 되는 권리’인 것이다.
스타 한 명이 중소기업 정도의 경제가치가 있다고 치면, 파파가 되는 조건으로 얻는 건 미국에서 활동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회장직 아닌가. 따뜻한 가족 사랑보다는 확실히 핫한 조건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어찌나 참한지, 이런 아이들이라면 내가 키우고 싶다. 잠깐 이 아이들의 화려한 프로필을 나열해 보자.
먼저 장녀 준(고아라)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강한 아이, 이 가족의 실제적인 가장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어와 영어로 모두 싸움이 가능한 언어 능력자에, 운전, 요리 등 생활 능력도 뛰어나다. 여기에 춤 되지, 노래 되지, 외모는 또 어떤가. 비비크림만 바르고 스크린 대형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도 무결점 피부를 자랑하는 비비인형 페이스에, 무 보정 몸매는 화보급.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키우고 싶어했던 딸의 스펙이다.
다른 아이들도 장점으로 중무장했다.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흑인계 둘째 아들은 넉살도 100킬로그램. 푸근한 친화력으로 형제들이 싸움 나면 나서서 중재하는 게 이 녀석이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배운 한국말이 유창해서 가족 간의 갈등을 알아서 조정한다. 셋째 딸이 좀 까칠하긴 하다. 스모키 화장에 시니컬한 성격인데 그렇다 보니 생존력이 강하다.
아동보호법을 파악해서 자신한테 맞는 부모를 찾아갈 정도. 2012년 지구가 멸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아, 뉴욕 도서관 옥상에 서서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 그런 아이다. 키우면서 엄마를 신경쇠약 직전까지 몰고 간다는 남자 쌍둥이 두 녀석도 걱정할 것이 없다. 저희들끼리 만담하면서 어찌나 잘 노는지 따로 장난감을 안 사줘도 될 정도다. 마지막으로 여섯 째 막내딸. 이 아이는 앞의 다섯 아이를 키우는 노고에 따른 신(神)의 보너스로 봐야 옳다.
어떤 남자도 이 아이 앞에서는 딸 바보가 된다. 자, 대충 언급해도 이 정도다. 이렇게 프로필이 좋은 아이들을 누가 마다한다는 것인가. 나의 부모님은 징글징글하게 말 안 들어 어디다 쓸데도 없는 이 딸을 ‘이래도 저래도 우리는 가족’이라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참고 계시는데, 저런 훌륭한 아이들의 아버지가 거저 되는 과정에서 어떤 감동을 느끼라는 것일까. 이런 애들의 보호자 역할이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자체가 복에 겨워 부리는 엄살이다.
성경에 이르기를 ‘사랑할 만한 자를 사랑하는 것에 무슨 칭찬?’이라고 했다. 사랑스럽고 어여쁘고, 때로는 가여워 보이기까지 하는 아이들에게 가족애를 느끼지 않는 게 이상하다. 정말 누가 봐도 정 떨어지는, 문제아들과 치고받는 전개였다면 그게 더 공감이 갔을 거다. 나와 내 형제가 자랄 때처럼(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전통적 가족관이 아쉽다. 막내딸의 귀여운 입술에 담아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가족은 함께해야 한다’는 주제는 명절 귀향 프로그램 자막 같다. 가족이란 부모, 자식으로 이루어진 단순 조합 같지만, 사실상 우주 은하계만큼 복잡 미묘한 인간관계다.
한 가지 슬로건을 지향해 그림 그릴 수 있는 집단은 아니지 않은가. 지구상에는 수많은 유형의 가족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니까. 함께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서로를 사랑하는데 적합한 가족도 있다. 반면 혈연으로 이어졌지만 공통점이 전무해 늘 갈등하며 부딪치는 관계도 있다. 부모가 없거나 아이가 없어도, 남자와 여자가 아닌 조합도, 더불어 살아가기에 가족이다. <파파>는 표면적으로 혈연과 이해관계, 국경까지 넘어선 가족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있어야지’라고 말한다.
엄마의 잦은 출장에 익숙해 제법 잘살고 있는 6남매에게 굳이 ‘파파’가 있어야 했을까. 아동보호법을 근거로 뻔히 체류의 꼼수가 보이는 낯선 보호자에게 아이들을 맡겨야 했을까. 아이들은 이미 가족이었다. 여기에 춘섭이 아저씨가 함께 산다고 하면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를 ‘파파’로 앉히고 이제야 가족이 된 것 같다고, 이런 모습이어야 가족이라고 그리지 말라. 가족은 탄생하는 것이지,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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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개 쪼개진 감정의 여울들 <파파>
눈뜨고 보니 아빠가 됐다? 가족 소재 영화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다. 굳이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1985)까지 거슬러 오를 필요는 없다. <과속스캔들>(2008)의 현수(차태현)도 엉겁결에 가장이 된 뒤 차차 철들지 않던가. 제 앞가림 못하고 빌빌대는 건 <과속스캔들>의 현수나 <파파>의 춘섭(박용우)이나 매한가지. 다만, 현수에게 찾아든 피붙이가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라면, 춘섭에게 찾아든 피붙이는 한 줄기 구원의 빛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끔찍이 사랑하는(?) 아내 미영(심혜진)을 잃은 춘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나 강제 출국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춘섭은 미영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애써 설명하지만, 이민국 직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비자 만료를 며칠 앞두고 10살 연상의 여자와 덜컥 결혼식을 올린 이 동양 남자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미국으로 야반도주한 톱스타를 잡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간 조폭 출신 매니지먼트사 대표 도 사장(손병호) 손에 죽을 것이 뻔한 춘섭. 미국에선 튀어봤자 벼룩 신세요, 한국에선 수를 써도 파리 목숨이니 춘섭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다. “I missed you, papa!” 다섯살배기 꼬마 로지(앤젤라 아자르)의 외침이 아니었다면, 춘섭의 내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단 미국에 남아 임무를 완수해야겠다고 생각한 춘섭은 파파가 되어달라는 죽은 미영의 딸 준(고아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피부색 다른 다섯 아이의 아빠 행세를 하며 동거를 시작한다.
<파파>의 시작은 다소 불안하다. 춘섭이 애틀랜타 거리를 활보하며 씩씩거리며 욕지기를 내뱉을 때, 한지승 감독의 전작 <싸움>(2007)의 도입부가 연상되기도 한다. 혹여 <파파>도 정신없는 소동의 연속으로 일관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가 스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제각기 다른 다섯 남매가 등장하면서 이같은 걱정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또 사라진다. 동생들을 고아원에 보낼 수 없어 춘섭을 가족의 일원으로 끌어들인 준과 도 사장의 협박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려고 아빠가 되기로 한 춘섭의 다툼만으로 드라마를 이끌고 갔다면 <파파>는 심심한 패밀리 프로젝트로 귀결되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끔찍이 사랑하는 고든(마이클 맥밀런), 남매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마야(메그 켈리), 랩을 입에 달고 사는 쌍둥이 악동 지미(파커 타운젠드)와 타미(페이튼 타운젠드), 그리고 테디베어를 안고 춘섭만을 졸졸 쫓아다니는 로지 등은 ‘진짜’ 아빠가 되어가는 춘섭을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캐릭터들이다. 고든이 춘섭을 전하라고 부를 때, 마야가 춘섭을 사기꾼이라고 무시할 때, 지미와 타미가 춘섭을 뱀파이어 혹은 악마라고 손가락질할 때, 로지가 춘섭을 자신만을 아껴주는 파파라고 믿을 때, 춘섭은 뻔하디뻔한 캐릭터라는 낙인을 벗을 수 있다.
한지승 감독의 감정 조율은 <싸움> 때와는 사뭇 다르다. <싸움>이 끝을 향해 끊임없이 강도를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파파>는 감정의 너울들을 잘게 쪼갠다. <싸움>이 복싱을 관전하는 느낌이라면 <파파>는 탁구를 지켜보는 느낌이다. 장르와 소재의 차이에 따른 결정이었겠지만, <파파>는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인물에게 할당한 갈등 곡선을 세심하게 조율한 흔적이 엿보인다. 춘섭에게 가족은 행운이기도 하고 짐이기도 하다. 춘섭의 오락가락 변심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된다. 큰 사건이 존재하지 않지만 <파파>가 지루하지 않은 건 그 때문인 듯하다. 춘섭에게 떠밀려 오디션에 참가하는 준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예정된 해피엔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파파>는 누구나 아는 결말을 포장하기 위해 깜짝 반전을 준비하지 않는다. 대신 짐작 가능한 결말로의 여정에 자그마한 굴곡들을 부지런히 새긴다. 대개 이런 장르의 영화들은 신파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한지승 감독은 감정을 강요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춘섭이 파파가 되기 위해 파파임을 포기하는 장면에서 한지승 감독은 감정 지속을 위해 애쓰지 않고 시간을 건너뛰어 마무리한다. 덧붙여 가장 눈에 띄는 배우를 꼽으라면 고아라다. <페이스 메이커>에선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지만, <파파>의 고아라는 가능성쪽에 좀더 점수를 주고 싶다. 극중 미영과 준의 관계가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음에도 엄마와 동생들을 생각하는 준의 감정이 전해진다면 이제껏 발견되지 않은 고아라의 재능 덕분이다.
(글) 이영진 anti@cine21.com
[O2플러스]영화 ‘파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채운 118분
[동아일보]
영화 ‘파파’(2월 2일 개봉, 감독 한지승)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영화다.
미국 애틀랜타로 사람 잡으러 온 매니저 춘섭(박용우)은 얼결에 육남매의 아버지가 된다. 그것도 각양각색의 인종이 뒤섞인 6남매. 춘섭은 까칠한 첫째 딸 준(고아라)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준이 결국 이를 승낙하면서, 이 수상한 가족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준이 최종 오디션에 출전하기까지, 이 가족은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린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얼굴색을 가진 이들은 서로에게 물들어 간다. 아이들을 귀찮아하던 춘섭은 조금씩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고, 아이들 역시 춘섭을 ‘파파’로 따르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이 ‘글로벌’한 가족 구성이다. 제각각이 다른 피부색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6남매. 여기에 한국에서 온 춘섭이 끼어들면서 크고 작은 오해와 차이가 드러나고, 이것이 웃음을 자아낸다.
춘섭과 아이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는 아기자기하다. 막내딸 로지의 손을 따주는 춘섭을 보며 아이들은 그를 뱀파이어로 오해하고, 막내 로지는 어색한 한국어 발음으로 박용우가 열창하는 트로트 ‘무조건’을 따라 부른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좋아하는 둘째 고든에게 박용우는 자신을 ‘전하’로 부르게 한다.
책임감 강한 첫째 준을 연기한 고아라는 극중 가장 빛난다. 고아라의 옥림이 시절(KBS 2TV ‘반올림’, 2005)을 떠올려 보자. 그는 군인들을 일요일 아침 TV 앞으로 끌어모은 아역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고아라는 이 영화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성인 연기자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착하디착한 영화의 전개는 다소 산만하다. 강현철 감독의 ‘과속스캔들’ 역시 음악을 중심으로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 영화였다. 발군의 아이디어와 적재적소의 음악들이 재치 있게 영화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선 두 작품은 닮은꼴이다. 그러나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보여줬던 ‘과속 스캔들’에 비해 ‘파파’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렇다고 재미가 덜 한 것은 아니다. “파파~”를 연신 부르며 방긋 웃는 로지의 ‘꽃 미소’는 애니메이션 ‘슈렉’ 시리즈의 장화 신은 고양이 급이고, 힙합 보이즈 지미와 타미의 속사포 랩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노출(?)도 불사하며 ‘웃음 담당’을 자처한 듯한 박용우의 코믹 연기도 경쾌하다.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여 있는 각양각색의 6남매는, 그 마지막에 진짜 가족의 온도를 관객에게 전하며 꽤 인상적인 ‘폭풍성장’을 보여준다.
추가 포인트-영화 말미 등장하는 트로트 가수는 ‘무조건’을 실제로 부른 가수 박상철이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완득이>가 '툭' 건드린 다문화...<파파>가 보듬다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완득이>가 '툭' 건드린 다문화...<파파>가 보듬다 <편집자말>
"놓치기 전에 봐야 할 걸?" 영화 <파파>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간만에 두고두고 볼만한 가족영화라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화두를 제법 진지하고 진정성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선 <파파>가 지닌 태생적 특징부터 언급해야겠다. 필연적으로 영화는 가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와 철없는 어른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드라마다.
그러니까 넓디넓은 미국 땅을 무대로 도망간 자신의 담당 가수를 쫓는 전직 매니저와 미국 사회에 부적응한 어린 소녀의 만남에서, 각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제한적이란 말이다. 장르적으로 봤을 때도 분명한 틀을 가질 수밖에 없는 영화다.
<파파> 기존 가족 영화보다 조금은 더 특별하다
관객들의 눈물을 자극하는 신파적 요소도 같은 이유로 예상 가능했다. 웃음과 함께 짠한 감동을 준다는 건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기에 많은 장르 영화에서 안전한 장치로 사용하곤 했다. 그렇기에 한편으론 신파적이란 이유로 작품성면에선 다소 점수를 깎이기 일쑤였다.
신파라지만 <파파>를 통해 느껴지는 감동의 농도는 짙은 편이다. 이것은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진정성의 힘이 아닐까 한다. 진정성은 바로 서로 다른 인종의 6남매와 '파파' 박용우의 유기적인 조화에서 비롯된다.
그 조화는 바로 우리에게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다문화 가족 말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을 생각해보자. 영화 속 아이들의 갈등과 고민이 바로 그들의 현재임을 가늠하게 한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묘사, <완득이>보다 진정성 있었다
2010 통계청 자료로 우리나라 국제결혼 커플의 비율은 10.5%. 이 수치는 빠르게 늘어 최근엔 9쌍 중 1쌍이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커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다루는 문화 콘텐츠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상황. <파파>의 존재는 그렇기에 특별하다.
북미와 남미대륙, 아시아까지. 다양한 출신성분으로 구성된 이 6남매를 보라. 서툴게나마 동생들을 보듬으려는 둘째, 가족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셋째,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쌍둥이 넷째와 다섯째, 한없이 귀여운 막내까지.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을 영화 배경인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져와 보면 기름처럼 부유하는 이민자 가족과 상당 부분 일치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영화에선 이들이 고아로 설정이 돼 더욱 극적 느낌으로 다가올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타자화 돼 있고 낯선 시선의 대상일 법 한 다문화 가족들의 단상이다.
그래서 어쩌면 다문화 관련 영화로 알려진 <완득이>보다 더 진정성 있어 보인다. <완득이>가 다문화 가정을 하나의 영화 소재로 툭 건드리듯 다뤘다면 <파파>는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향해 알아가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제법 충실히 다뤘기 때문이다.
땀내 나는 연예가 실상...웃기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문화 가족과 함께 <파파>는 우리나라 연예계 시스템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전직 매니저 춘섭(박용우 분)이 6남매 중 첫째이자 가장 역할을 하는 준(고아라 분)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캐어하는 방식은 다소 아날로그적이면서 매우 디테일하다.
일전에 박용우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 중 "특정 매니저는 아니지만 그들 사이 공통의 정서를 뽑으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20년 가까이 돼가는 연기경력에 그 역시 다양한 매니저를 만났을 터. 방식은 다양하지만 스타를 만들려는 매니저들의 정서는 그의 말대로 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춘섭이 자신을 떠난 전 스타를 끈질기게 쫓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설정부터가 극 사실적이다. 준에게 목숨이라도 바칠듯 세밀하게 챙겨주는 춘섭도, 춘섭의 약점을 이용해 준과 불공정 계약을 하려는 엔터테인먼트 대표 도 사장(손병호 분)의 흑심도 한국 연예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어두운 면이다. 마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현실에 비교적 충실한 진단과 웃음의 적절한 조화
<파파>가 의도한바 웃음과 눈물은 충분히 예상 가능이다. 다시 말하지만 분명 신파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한 감정의 부침이 전혀 불쾌하지 않다. 억지 눈물과 웃음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안, 아메리칸, 이슬람 그리고 히스패닉까지. 이 컬러풀한 조합이 만드는 감동은 영화 상영 시간인 두 시간이 지난 이후 더욱 잔잔하게 남는다. 결코 과자를 씹고 콜라를 마시며 즐기고 마는 팝콘 무비는 아닌 셈이다.
[리뷰]고아라의 발견, 박용우의 재발견, 영화 ‘파파’
고아라가 춤과 노래를 한단다. 박용우는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하고, 5명의 외국인 아역배우까지 등장한다니. 도대체 영화 ‘파파’가 어떤 재미를 선사할 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스크린과 마주 앉았다.
▲ 외국인 배우와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
‘파파’는 시민권이 필요한 전직 매니저 춘섭(박용우)과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6남매가 어쩔 수 없이 가족으로 뭉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배우와 박용우가 만들어낸 호흡이 완벽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박장대소를 일으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린 외국인 아역들이 매력적이다. ‘대장금’을 좋아해 ‘대장금’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고든. 짙은 눈 화장이 인상 깊은 셋째 마야. 래퍼 형제 지미와 타미, 귀여운 막내 로지까지.
외국인, 거기다 아역배우가 이토록 다채롭고 풍부하게 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한지승 감독의 ‘인간에 대한 애정’이 빛을 발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 고아라의 발견, 박용우의 재발견
우리는 왜 그동안 고아라를 잊고 있었을까. ‘파파’에서 고아라는 영어 연기와 더불어 춤, 노래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엄마(심혜진)를 잃고 피부색이 다른 배다른 형제들을 돌봐야 하는 ‘준’에 영화적 재미와 설득력을 부여한 고아라.
야무진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말하는 고아라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단 얘기다. 물론 연기의 목적이 수상은 아니겠지만, CF스타로 인식됐던 고아라의 연기력은 상 받아 마땅할 정도로 훌륭하다.
박용우는 이번 영화에서 능글맞은 캐릭터를 밉지 않게 연기했다. 최근 몇 년간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연기해왔던 그였기에 ‘파파’에서의 코믹한 모습이 반갑다.
2006년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줬던 넉살스런 연기에 이번엔 ‘휴머니즘’을 더했다. 박용우는 육두문자를 아낌없이(?) 퍼붓고 시민권을 얻기 위해 ‘준’을 이용하다가 결국엔 6남매에게 부성애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애틋하고도 살뜰하게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춘섭’은 다른 배우가 맡았다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졌을 캐릭터다. 박용우는 ‘춘섭’이란 캐릭터를 충실히 표현하면서도 그만의 뜨거운 인간미를 놓치지 않았다.
▲ 세련된 음악, 아쉬운 뒷심
‘파파’는 가족영화면서 동시에 음악영화다. ‘춘섭’이 시민권 획득을 위해 ‘준’을 오디션에 참가 시키며 펼쳐지는 컬러풀한 에피소드에 ‘가족’과 ‘음악’이란 코드가 모두 녹아있다.
작곡가 김형석의 손에서 탄생한 곡들로 채워진 ‘파파’의 음악들은 영화에서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흥겹고 파워풀하다. 이를 소화한 고아라의 음악실력도 제법이다. 특히 영화의 말미에 부르던 음악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다만 ‘파파’가 아쉬운 점은 뒷심이 약하다는 것이다. 박용우, 고아라의 열연과 총천연색 외국인 아역배우들로 채워나간 중반부의 매력이 영화 후반부까지 힘 있게 이어지지 못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가족과 음악이란 공통된 소재로 만들어진 강형철 감독의 ‘과속 스캔들’은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지치지 않고 관객을 끌어당긴다. ‘과속 스캔들’보다 재미 요소가 훨씬 많은 ‘파파’가 뒷심이 부족하단 사실은, 오히려 그 다양한 재미들 때문에 일관된 영화적 힘이 약하다는 얘기.
하지만 ‘파파’는 국내 영화에서 보기 드문 글로벌 감성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7명의 배우를 세련되게 풀어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여기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한지승 감독의 공이 크다.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사람냄새 나는 연출력을 선보였던 한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휴머니즘’으로 무장한 세련된 가족 드라마를 완성해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 메이커’에 이어 ‘파파’에서도 영화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준 고아라는 이제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차기작이 이토록 기대되는 여배우, 참 오랜만이다.
2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한경닷컴 키즈맘뉴스 김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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