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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그리고 대한민국 청춘들의 드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4. 10. 10:09

부자가 되기 위해 증권가에 뛰어든 주인공은 젊은 신입 조일현(류준열). 주인공은 처음부터 돈 이야기를 이 신입사원은 노골적으로 말한다. 영화 이름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건 너무 분명해 보인다. 돈과 부자, 젊은 주인공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벌까에 궁금증과 기대감이 모아진다.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나같은 문외한이라면 주식거래를 통해 돈을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대로 돈을 벌지 못해야 영화가 성립될 것이다. 영웅에게는 수난과 고난이 있는 법. 다른 신입보다도 못한 성과에 조일현은 좌절에 좌절을 경험한다. 괴로움에 회식자리에서 하지 말아야할 진상짓도 하고 만다. 그러던 중에 직장 선배에게서 제안을 하나 받는다. 그 제안은 당연히 큰 껀을 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 제안은 법위에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주식 시장을 교란하는 짓이었다.

 

윤리적인 차원에서는 하지 않아야 하지만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번호표(유지태)라는 주가 조작의 핵심 수장에게서 직접 접촉하기에 이른다. 그만큼 실적에 몰린 상황이기 때문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과 불안의 심리가 교차하고 있다. 법을 어기는 짓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 조일현은 그 상황에서 멋지게 첫 실적을 올린다. 그에 따른 돈은 몇억 이상을 넘나든다. 이런 일이 있다니, 관객은 그것이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조일현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짜릿함을 느낀다. 

 

불법,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시련은 다시 와야 한다. 점차 무리한 요구가 오는 것에 상응하여 대가로 더 높아지는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증권맨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심지어 자신에게큰 껀 제안을 먼저 말했던 직장 선배도 교통사고로 위장한 테러를 당한다. 또한 금융감독원 조사관이 밀착해 온다. 이윽고 불법조작에 둔감히게 참여했던 조일현은 점점 상황에 대해서 객관적인 인식을 하게 된다.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주가 조작의 미래에는 자신에게 모든 갈등을 하는 상황 속에서 번호표는 점점 조일현을 압박하거나 의심을 하기에 이른다. 결국 조일현도 위해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탈출구가 없어 보였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번호표라는 거악을 혼내주고 돈도 손에 쥔다. 보통 영화들이 돈에 대한 훈계를 하는 것과 대비된다. 불법적으로 돈을 모은 번호표에게 벌을 주고 그의 돈을 취하는 것은 대중적 심리를 파고 든다. 부정하게 돈을 모은 자를 혼내준 대가로 그의 돈을 가질 수 있다는 윤리적인 예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영화 "돈"은 이렇게 우리 사회는  불법적인 조작과 사기를 통해서가 아니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현실적 좌절감과 무력감을 거꾸러 드러내주고 있다. 끊어진 사다리 구조 속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부당하게 축적한 부를 혼자가 아닌 여러사람이 같이 나눠쓰면 분명 좋으리라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