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리더십

역사 속 소통하는 리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9. 05:29

역사 속 소통하는 리더


공자가 언제나처럼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제자 한 명이 달려와 제나라가 공자의 모국인 노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전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어떻게 했을까? 위대한 성현이자 스승이니 제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가르칠 법했다. 하지만 공자는 제자들의 의견을 오히려 들으려 했다.

“노나라가 진나라에 의존하면, 초나라가 공격하고, 초나라에 의존하면 진나라가 공격을 하는가 하면 둘에 의존하면 제나라에 공격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노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고, 그것을 다 듣고는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들을 정리해 결론을 도출했다. 언제나 공자는 자유롭게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자 주변에는 제자들이 많이 따랐다. 더구나 공자는 제자들의 성격이나 특성 취향에 맞춤식으로 대화를 했다.

소크라테스는 항상 시장에서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이들이 소크라테스 주변에 끊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권력자들은 매우 의심스럽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소크라테스가 말을 많이 해서 깊은 가르침을 주었기 때문보다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자기말만 했다면 젊은이들은 소크라테스 주변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소통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을 잘하는 리더는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이다. 커뮤니케이션은 대화를 의미하지만 이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다. 즉 훌륭한 소통은 많이 듣고 이를 중심에 두고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하는 리더는 자기 말을 많이 하는 이가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경청이 소통의 기본 전제조건이다.


세종은 재위 32년간 경연을 1,800회를 열어 신하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경연은 특정 주제와 목표를 위해 같이 공부하고 회의하며 모색하는 자리다. 우리는 흔히 왕권 사회에서는 왕이 모든 것을 주도한다고 여기지만 세종과 같은 군주는 달랐다. 한 가지 테마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 소통 속에서 모색을 했다. 대화와 의견 수렴을 오랜 동안 하는 가운데 최종의 대안 과정을 합의해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펼칠 때 가능하다. 세종이 주로 하는 일은 듣는 일이고, 많은 경우 권한 위임했고 결정적인 일만 관여했다.


또한 그 소통의 단적인 사례는 한글의 창제다. 진정한 왕의 리더십은 국민 즉 백성과의 소통에서 탄생한다. 한글을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집현전이라는 공간 속에 학사들이 끊임없이 교류했던 점에서 알 수 있었다. 만약 일방적인 명령체계만을 위한 정치를 했던 리더라면 애써 수십 년 간 각고의 노력을 통해 한글을 만들 이유가 없다. 심지어 세종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최만리 같은 학자들을 내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상호 토론과 설득을 통해 창제의 필요성과 효과를 공유하고자 했다.


회의와 토론에서 둘째가면 서러워할 사람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난중일기를 보면 수없이 이뤄지는 회의와 토론을 확인할 수 있다. 임진왜란 발발이전에 왜군의 침입을 방비하는 과정만이 아니라 임진왜란 에서 더욱 수없이 토론과 회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거북선이며, 찬란하게 이룩한 한산도 대첩이다. 거북선은 전라 좌수영의 모든 브레인들이 소통으로 만든 집단지성의 결정체였다. 한산도 대첩은 계급이 동일한 수군절도사의 수평적 소통이 빚어낸 전무후무한 업적이었다. 만약 계급이 서로 자기 위주로 작전을 펼쳐 공적을 세우려 했다면 자멸했을 것이다. 원균 장군은 현실을 벗어나 부산의 왜군을 정면으로 치려다가 혼자 칠천량 앞바다에서 대패한다.


소통은 상대방을 동등한 대상으로 여기는 가운데 이뤄진다. 만약 신하가 자기보다 낮거나 부하라고 생각하면 처음의 소통 시도조차 오래가지 못한다. 만약 세종이 자기 혼자 뛰어나다고 뽐을 냈다면 경연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부족하고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이 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생긴다. 사람들은 존중을 해주는 이들과 대화하려 한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링컨은 적대자라는 남부군과도 대화하고 소통하려 했다. 같이 미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소통의 참다운 가치는 일시적인 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속성에서 빚어낸다. 그렇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친애해야 한다. 상호간에 존중하고 아끼며 잘 되기를 바라는 정서적 친화가 있어야한다. 그럴 때 대화가 즐겁고 유쾌하고 생산적일 수 있다.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고 이를 숙의하며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적 관계와 심리가 형성 될 수록 이는 더욱 힘을 받는다. 추위에 고생하며 노를 젓는 병사들을 애처롭게 여기는 이순신 장군에게 백의종군 할 때, 많은 백성들이 울며 따랐다. 세종이 한글을 만들며 그 창제의 동기를 밝힌 것도 말할 바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백성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었다. 제자를 사랑하지 않고, 구성원들을 애정 없이 대하는 소통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통의 기법이나 테크닉만 학습하고 구사하는 리더십이 실패하는 이유다.


*김헌식-‘세종의 소통의 리더십’,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