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Book]'왜 그녀들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걸까?']
능력 있는 여성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여성파워가 세지고 있지만, 회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건 여자가 아닌 남자인 경우가 많다. 일을 잘 한다고 반드시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란 말인가.
이 책은 남부럽지 않은 스펙에 출중한 외모를 갖춘 똑똑한 여자 부하직원이 무능한 것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말한다. 스스로 똑똑함이라는 덫에 빠져 겸손을 잃은 오만한 여자들은 상사를 쉽게 피곤하게 만들고, 존재만으로 팀워크를 위협하기도 한다는 것. 반면 조금 덜 똑똑하더라도 선배에게 충성스런 후배, 말 한마디로 상사의 사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후배, 상사의 스타일에 맞게 업무 처리를 달리할 줄 아는 센스 있는 부하에게 상사는 끌린다고 설명한다.
여자 직장인인 저자는 "결국 똑똑한 여자보다 정치 잘하는 여자가 회사에서 인정받는다"고 주장하며 여성들을 위한 '사내 정치 전략서'를 펴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일찌감치 조직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길을 포기하거나, 포기당한 안타까운 여성 인재의 이야기를 솔직 발칙하게 담았다.
사내 정치를 잘 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상사의 심리를 잘 읽을 수 있는 독심술을 비롯해 직무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똑똑한 스타일 연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골프와 와인을 배워야 하고, 공식 석상에서 취해야 하는 매너와 에티켓도 배양해야 한다. 또 정글과도 같은 직장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열 가리기' '도태된 자 버리기' 등도 서슴지 않게 된다.
책은 여성 직장인들에게 "회사에서는 궁녀가 되어야 한다"고 권한다. 아무 생각없이 던진 음모론을 담은 뒷담화 한마디에 직장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으니, 뒷담화에 가담할 때는 어느 수준까지 나눌 것인지 생각하고 움직이라는 것이다. 주동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보이는 정도가 가장 안전하다고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사내 정치'를 위해서는 비위에 맞지 않는 손발 오글거리는 '쇼'를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쇼가 당당한 여성 직장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다리 역할만 해 준다면, '정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도 욕망해 볼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성지 취재기자, 고등학교 영어교사, 글로벌 여성 NGO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현재는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여성 커리어설계 교육을 하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10년 이상 여초기업에서 일하며 '여자 들여다보기'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 여성들이 적을 만들지 않고 현명하게 생존하는 노하우 터득에 열을 올리게 됐다.
그는 "나 자신조차 외면하고 싶었던 조금은 불편하고 잔인한 진실 속에 적잖은 진통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그 현실을 기꺼이 즐겁게 마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성공을 꿈꾸는 욕심 있는 여성이라면, 깨알 같은 사내 정치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면 어떨까.
◇'왜 그녀들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걸까?'=이재은 지음/ 경향미디어 펴냄/ 308쪽/ 1만43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