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얼굴없는 주연 ‘책녀’ 공방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20:16

얼굴없는 주연 ‘책녀’ 공방

ㆍMBC 수목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드라마의 새로운 시도인가, 방해물인가.’

수목극 1위를 기록하고 있는 MBC <돌아온 일지매>의 내레이션을 둘러싸고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고우영 화백이 1975년부터 77년까지 일간스포츠에 연재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황인뢰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과감히 내레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일명 ‘책녀’라고 불리는 극 중 내레이션은 원작에 직접 등장하며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고우영 화백의 캐릭터를 이어받은 것으로 시대 상황과 전후 스토리 전개를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도 놓치지 않고 있다. 

제작사 측은 당초 원작과 마찬가지로 화자를 남자로 하려 했지만 빼어난 영상미와 디테일의 묘미를 잘 살리는 황인뢰 연출가의 색깔에 맞춰 결국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피워크샵의 서인선 마케팅 PD는 “너무 여성적인 목소리는 사극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결국 중성적인 음성을 지닌 김상현 성우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드라마 속 내레이션은 존재했다. 정통 사극에서 처음 선보인 내레이션은 극의 개연성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는 정도였다. 현대극에서도 내레이션은 종종 등장했지만 대개가 일기형이거나 독백형으로 처리되며 주인공의 심리를 정리해주는 표현수단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일지매>의 내레이션은 다르다. 극중 인물들의 입을 빌리지 않고 제3자가 나서 특정 사건과 인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이다. 비중에 있어서도 극의 처음과 마지막뿐 아니라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또한 기존 사극처럼 역사적 사실만을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내면 심리까지 세세하게 묘사한다.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찬반으로 나뉜다. 일부 시청자들은 극도의 거부감을 드러낸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드라마가 아니라 마치 역사다큐를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의 감정까지 내레이션을 하니 몰입이 안된다’ ‘내레이션이 시청자들의 상상을 가로막는다’ 등 불만을 터뜨리는 의견이 많다. 반면 ‘원작의 유머와 위트를 잘 살린 것 같다’ ‘내레이션이 문학성도 있고 극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등 새로운 시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제작사 측은 “원작의 방대한 설정이 노출되는 초반부에는 내레이션이 두드러지지만 이후부터는 줄어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인선 PD는 “원작에 지문형태로 쓰여 있는 설명들을 모두 영상으로 보여주자면 많은 영상이 필요하다”며 “대신 ‘책녀’라는 별도의 캐릭터를 만들어 사건 전개와 이해에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인물들의 감정까지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것도 원작을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고우영의 원작 만화가 수많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엮어가는 서사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모든 것을 화면으로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내레이션이 복잡한 사후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새로운 드라마 기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내레이션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만화의 경우 저자의 설명까지도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질 수 있지만 특정 캐릭터가 뿜어내는 내레이션은 다르기 때문이다. 김헌식씨는 “시도 자체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극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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