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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린 한 CEO의 고백 “무식한 경쟁은 철없는 짓”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3. 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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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린 한 CEO의 고백 “무식한 경쟁은 철없는 짓”

By Wei Gu

중국의 한 유명 IT 기업가가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과 그로 인해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밝힌 것을 계기로 부와 성공만을 쫓는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기업가들이 늘고 있다.

리카이푸 전 구글 차이나 사장은 최근 5,000만 시나웨이보 팔로워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최근 림프종(임파선암)을 진단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 건 그가 수많은 중국 기업인이 추구하는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을 거부했다는 사실이다.

IT 인큐베이터 이노베이션웍스 창업자 겸 CEO이기도 한 52세의 리는 “30년이란 시간을 잃게 생긴 지금에 와서야 차분히 돌아볼 수 있었다”면서 누가 더 잠을 적게 자고 더 많이 일하나 같은 무식한 경쟁은 “철없는 짓”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학협회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 해마다 암 진단을 받는 사람 수는 꾸준히 늘어 2020년경엔 660만 명으로 두 배가 될 전망이다. 환경오염과 건강에 해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마인드퀘스트그룹의 카운셀러 겸 코치인 저스틴 캠벨은 아시아의 긴 근무시간은 아시아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는 퇴근 못한다는 암묵적인 규정이 존재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가 가장 어려운 그룹은 중간 관리자급이다. 어떻게든 끼워맞춰야 한다.” 캠벨은 “업무를 위임∙아웃소싱하며, 휴식시간을 배정하고, 자신을 너무 몰아대지 않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국제사무실 전문 공급업체 레거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근로자들은 갈수록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약 75%가 지난 1년 간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다고 답했지만, 중국 외 나머지 세계 평균은 48%였다.

Bloomberg News
리카이푸 이노베이션웍스 창업자.

인력자원 컨설팅업체 머서에 의하면 중국 근로자가 이같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 중 하나는 1년에 휴가가 단 5일 뿐으로 세계에서 가장 적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휴가 내기가 힘든데 사장이 모든 에너지를 회사에 쏟다보니 직원들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상하이 소재 로펌 링크스법률사무소의 데이빗 우 파트너는 매일 자정까지 일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걱정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한탄했다. “리카이푸에게 생긴 일이 내게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사치나 다름없다. 중국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는 건 매우 고단한 일이다.”

많은 중국인에게는 장시간 근무가 단순히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지만 대부분의 중산층에게는 자신이 선택한 생활방식이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 경제에서는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탄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 황금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선물 제조사 시치아트의 리디아 리 디자인매니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위챗 메시지와 업무 관련 이메일에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대부분은 친구나 동료들이 인맥을 연결시켜달라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는 요청이다.

“아침엔 이걸 다 처리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밤이 되면 진정한 성취감을 느낀다. 중국에는 기회가 무궁무진하고, 모두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인구가 노령화되어감에 따라 인생의 목표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GM 임원을 지낸 윌리엄 왕은 가파른 ‘승진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출장이 너무 잦다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1년에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지난 몇 년간 그는 상하이에 사모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한편 주말마다 홍콩에 가 아내와 딸을 만난다. 아내는 홍콩의 한 은행에서 근무한다.

어느날 장기 출장에서 돌아왔더니 3살된 딸아이가 마치 낯선 사람 보듯 자신을 본 것이 회사를 나온 계기가 됐다는 왕은 “딸이 한창 재롱부릴 나이인데 그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몇 년만 지나면 내가 놀자고 해도 딸이 싫다고 할 지 모르는 데”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런던으로 부임해 가는 아내를 따라가 캠브리지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할 계획이다.

“젊었을 땐 미국 일류 MBA를 나와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이젠 온가족이 함께 있으면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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