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리스의 허무한 결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2. 17. 12:14
백산은 김현준에게 금단의 열매를 맛보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금단의 열매를 건드린 것은 최승희가 아닐까, 처음부터 김현준을 사랑하면 안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최승희(김태희)는 두 가지 선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 둘은 아버지와 김현준이었다. 백산은 아버지의 대리자일 뿐이다. 아버지가 남긴 것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사랑을 고수할 것인가. 가족인가 , 아닌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결과는 당연해 보인다.
텔레비전 통속극은 아버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한다. 즉 가족을 더 중요시하는 동양적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19회에서 보인 최승희의 고백은 너무 평범하고 가벼웠다. 자신을 키워준 백산이 아이리스라 괴롭다는 고백은 블록버스터급 이야기 구조에는 미약하다. 더구나 멜로라면 더욱더 불가항력적인 원인 때문에 자신의 연인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한다.

최승희가 남북회담을 방해하고 결국 김현준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 멜로 혹은 극적 완결성이 돋보이게 된다. 문제는 왜 최승희가 아버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지 그것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것이다, 꼭 최승희가 아이리스의 수장일 필요는 없다. 수장이 아버지일 수는 있을 것이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의 컴백은 얼마든지 있을수 있으니까. 아니, 가족을 담보도 지시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겠다. 최승희의 가족이 냉전 체제 속에서 북에게 희생당한 가족의 일원일 경우에 개인적인 복수가 개입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것은 제20회의 결말과는 상관없이 대중 통속극의 재미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그러나 최승희는 아이리스와 아버지를 버리고, 김현준이라는 새로운 남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는 죽었다. 가족을 버리고, 자신의 남자를 선택한 결과는 그 남자를 죽이고 만다. 결국 최승희는 금단의 열매를 먹었고, 그 금단의 열매를 먹은 결과는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잃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조직은 그녀 주위를 감싼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었고, 그녀는 아무도 사랑할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아이리스는 정상회담에 대한 테러와 이를 막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으로 끝났다. 진사우와 김현준은 죽었다. 아이리스가 건재하는 한 김현준은 살아남을수 없다. 사실 최승희도 살아남을수 없는 것 아닌가.

누군가의 비극적 죽음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된다. <아이리스> 주인공, 그들의 죽음은 흥미의 요소가 된다. 결국 멜로형 첩보액션물의 당연한 수순이겠다. 어차피 일반인들은 감당할수 없는 내용을 견뎌내냐할 주인공들이니 그들의 운명이 아무리 잔인해도 시청자들은 눈물 지으면서 웃는다